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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만화경 성공할까

‘배달의 민족’ 우아한형제들, 웹툰시장에 뛰어든 이유

2019. 09. 11 by 심지영 기자

우아한형제들이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론칭했다. 문화 콘텐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거다. 신사업으로 웹툰을 택한 건 국내 웹툰시장이 성장세인 데다, 소비자의 참여가 활발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애물도 숱하다. 현재의 카드로는 독자를 끌어 모으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성공보증수표 ‘배민’과 굳이 연동하지 않은 점도 한계로 꼽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우아한형제들의 새로운 도전을 취재했다. 

푸드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웹툰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푸드테크 기업 우아한형제들이 웹툰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 신사업은 음식도 배달도 아닌 웹툰이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8월 28일 웹툰 플랫폼 ‘만화경’을 오픈했다. 회사 측은 “만화경은 배민 마케팅이나 브랜드 홍보의 일환이 아니다”면서 “완전히 새로운 사업으로, 만화경과 배민앱을 연동하거나 홍보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의 문화 콘텐트 사업은 처음이 아니다. 한글 폰트(한나체·주아체 등) 개발·배포, 음식전문잡지 매거진 F 출간, ㅋㅋ페스티벌 개최, 굿즈 판매 등 다방면으로 시도해왔다. 회사 측은 “오래전부터 문화산업 진출을 고려해 왔다”며 “지금까지는 배민과 연계한 프로젝트였고, 만화경은 독자적으로 진출한 콘텐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콘텐트 중 웹툰을 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 참여가 활발해서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웹툰 플랫폼에선 소비자와 소통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다”며 “‘일상의 재미 공유’라는 사업의 목표와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웹툰 시장의 전망이 밝다는 점도 우아한형제들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5097억원,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부가가치까지 포함하면 8805억원대로 추산된다(KT경제경영연구소). 2013년 1500억원대(1차 매출 기준)였던 시장 규모가 5년 새 239.8%나 성장한 거다. 2020년에는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인지 만화경에는 웹툰을 한글로 풀어쓴 ‘온라인 만화잡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격주 업데이트 ▲평균 100컷 이상 ▲종이만화 레이아웃 ▲손글씨 등 아날로그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특징이다. 특히 2주 단위의 업데이트는 일주일 혹은 일일 단위로 업데이트하는 다른 플랫폼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웹툰의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작가와 독자가 함께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만화경의 차별화 포인트는 또 있다. ‘마이너’ 감성이다. 만화경은 상업성보다 희소성, 대중보다 마니아 확보를 목표로 한다.

주요 타깃은 20대 여성 직장인이다. 만화경에 연재되는 웹툰 대다수가 잔잔한 일상툰인 이유다. 작가진도 정식 데뷔하지 않은 이들 위주로 꾸렸다. 기존 웹툰 플랫폼과 차별화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거다. 

박석환 한국영상대(만화콘텐츠과) 교수는 “독자보다 작가를 1차 소비자로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능은 있지만 데뷔하지 못했던 작가 등이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지하면서 2차 소비자(독자)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 특유의 차별화 전략이 성장을 더디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진작가·일상툰 등은 화제성이 낮아 이용자를 모으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2주라는 긴 호흡이 하루하루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에서 통할지도 미지수다. 박 교수는 “초기에 신진작가를 고용했던 포털, 작가의 자유를 중시한 레진코믹스 등 다른 플랫폼과 유사한 행보”라며 “하지만 비즈니스 측면에선 진짜 시작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수익성 확보 방안이 확실치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만화경의 모든 작품은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사업 초기단계인 만큼 독자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료화 전환이나 광고 삽입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국내 웹툰시장에서 콘텐트를 유료화하지 않고선 수익을 올리기 어렵다. 2014년 하반기에 콘텐트 유료화 서비스(‘기다리면 무료’)를 도입한 카카오페이지의 수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카카오페이지 지난해 거래액은 2190억원으로, 2014년 130억원에서 17배나 늘었다(ktb투자증권). 지난해 매출 1876억원 중 90%는 유료 콘텐트가 포함된 플랫폼 사업에서 나왔다. 광고·기타수익은 10%에 그쳤다. 

박석환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우아한형제들이 웹툰사업으로 기대하는 범위가 어디까진지 명확히 해야 한다. 지금은 (수익성을 내는) 비즈니스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목적이 강해 보인다. 과거 무리한 웹툰 사업을 펼친 KT(케이툰), 우리은행(위비툰)과 달리, 우아한형제들 이미지에 부합하는 사업이긴 하다.” 

박 교수는 위험요인도 꼬집었다. “지금으로선 성공할지 의문이다. 웹툰을 메인에 내걸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포털과는 경쟁조차 안 된다. 확실한 유입 경로 없이는 독자를 모으기 힘들다. 만화경과 배민앱과 연동해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만화를 보게 하는 등 독자를 묶어둘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우아한형제들의 웹툰, 성공보증수표인 ‘배민’ 없이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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