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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에코말리온 생명 옥죄는 플라스틱 고리 폐페트병 재활용률 높여야

[단비의 질주❷ 에코말리온] 거북이 구하는 거북이 ‘링컷’

2020. 12. 31 by 최아름 기자

페트병 고리에 입이 걸린 돌고래, 페트병 고리에 낀 채로 자라버린 거북이…. 학창 시절 환경 동아리를 만들었던 우태식(30) 에코말리온 대표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람이 무심코 버린 ‘페트병’에 고통 받는 동물이 숱했기 때문이다. 그는 페트병을 재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페트병 고리’를 쉽게 떼낼 수 있는 도구를 만들었다. 이게 바로 ‘링컷’이다. 

우태식 대표는 2010년 한신대학교 내에 '에코말리온' 동아리를 만들고 환경 보호 활동을 이어왔다.[사진=천막사진관]
우태식 대표는 2010년 한신대학교 내에 '에코말리온' 동아리를 만들고 환경 보호 활동을 이어왔다.[사진=천막사진관]

대학교 동아리가 기업이 됐다. 2010년 한신대 학생들이 만든 에코말리온이다.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기대를 현실로 만든다는 의미를 가진 피그말리온(Pygmalion)의 합성어다. 교내 거리를 가꾸고 학교에 텃밭을 만들었던 에코말리온은 2020년 부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단비기업 공모전에서 당당히 대상을 차지했다. 단비기업으로서 에코말리온이 추진하는 첫번째 프로젝트는 ‘페트병 고리’를 제거하는 거다. 에코말리온을 창업한 우태식 대표는 어쩌다 페트병 고리에 관심을 가진 걸까. 

“우연치 않은 계기였어요.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동아리 ‘에코말리온’ 활동을 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단체 채팅방에서 배 속에 페트병 고리가 들어 있는 죽은 새의 사진을 봤는데, 그게 계기가 됐어요.” 

그날 우 대표는 관련 자료를 일일이 찾아봤다. 페트병 고리에 입이 걸린 돌고래, 페트병 고리에 낀 채로 자라버린 거북이…, 사람이 한번 쓰고 무심코 버린 쓰레기 때문에 고통 받는 동물이 수없이 많다는 점에 그는 충격을 받았다. [※참고 : 페트병의 뚜껑을 열고 나면 얇은 고리 하나가 남을 때가 많다. 이게 바로 페트병 고리인데, 이걸 떼내지 않으면 재활용을 하기 어렵다.] 

우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쉽고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도구가 링컷(RingCut)이다. 거북이 모양을 한 링컷은 뒤집어보면 칼날을 품고 있다. 페트병 입구에 올려놓고 힘을 주면 페트병 고리를 안전하게 끊어낼 수 있다. 
거북이 모양을 선택한 데도 이유가 있었다. ‘거북이’가 스스로를 구한다는 의미다. 별 아이디어가 아닌 듯하지만 링컷의 효율성은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의 포장용 플라스틱 소비량은 전 세계 2위(통계청)다. 그러나 페트병 재활용률(생활 자원회수센터)은 45%에 머물러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페트병을 구성하는 플라스틱은 크게 세 가지다. 단단한 병뚜껑과 페트병 고리(HDPE), 비교적 무른 본체(PET), 라벨지(PP)다. 이 세 가지 플라스틱을 모두 분리해야 재활용할 수 있다. 그렇기에 페트병 고리를 쉽게 끊어낼 수 있는 링컷이 있으면 재활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링컷의 특별함은 또 있다. 우 대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링컷의 주재료로 사탕수수로 만든 플라스틱(PLA)을 선택했다. 우 대표는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바이오 플라스틱이나 재생 플라스틱도 재료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링컷을 부천 내 제조업체와 ‘콜라보’로 제작ㆍ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부천 제조업의 요람인 춘의역 주변에 있는 3D프린터 업체가 링컷의 모델링부터 시제품 제조까지 담당했다. 

링컷의 예상 출시일은 내년 상반기다. 지금은 마지막 보완 작업 중으로, 칼날의 안전성을 키우고 있다. 제품이 완성되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소비자에게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 사탕수수로 만든 거북이는 얼마나 많은 친구를 구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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