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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I AM A 농인의 적극적 문화활동 지원 비수지 기호 닮은 마임 활용 마임 교육부터 극단 창설까지

[단비의 질주❼ I AM A] 그들의 마임엔 특별한 게 있다

2021. 01. 21 by 이지원 기자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삶의 모양’이 다를 뿐 똑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식했으면 해요.” 김한나(24) I AM A(이하 아이엠어) 대표는 ‘누구나 동등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아이엠어가 농인의 문화 향유를 위한 마임 교육·공연을 진행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아이엠어의 마임엔 특별한 게 있다는 얘기다.

김한나 대표는 “농인의 표현력은 청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넓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김한나 대표는 “농인의 표현력은 청인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폭넓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장애인도 문화생활을 즐기고 참여하고 싶어하다. 하지만 환경은 열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2018년)에 따르면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적극적으로 문화생활을 하는 장애인은 3.5%에 불과했다. 반면 여가시간에 TV를 시청하는 비중은 96.6%에 달했다. 특히 농인聾人(청각장애인)의 경우, 경제적 부담 때문에(28.1%), 건강·체력이 부족해서(24.3%), 의사소통이 어려워서(10.2%)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앞에 놓인 높다란 장벽을 조금 낮출 수는 없을까.” 아이엠어는 2019년 5월 이런 문제를 공유한 가톨릭대생 4명이 모여 시작했다. 사회문제를 탐색하고 그것을 비즈니스로 풀어나가는 창업 동아리 활동의 일환이었다. 김한나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비장애인에게 문화생활은 돈이나 시간만 있으면 언제든 향유할 수 있는 거잖아요. 하지만 농인들에겐 온전하게 흘러갈 수 없는 길이었죠. 우리가 그 길을 터주고 싶었어요. 의미 있는 작은 길은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이엠어는 그 길을 내는 도구로 ‘마임’을 택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임은 별다른 도구가 필요 없어 농인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손동작이나 표정ㆍ몸짓 등으로 표현하는 만큼 농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어나 비수지 기호와 닮았다는 점도 장점이었다. 김 대표는 “농인의 표현력은 청인聽人의 그것과는 차원이나 범위가 다르다”면서 “풍부한 표현력을 마임에 접목하면 멋진 예술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생 창업 동아리에서 시작한 만큼 자본금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물꼬가 트인 건 올해 부천시사회적경제센터 단비기업에 선정되면서다. 아이엠어의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이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이렇다. 전문 마임이스트와 복지관을 연결해 농인들을 교육한다. 나아가 ‘아이엠어’ 극단을 창설해 마임 공연을 열고 농인들이 문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과 공연 과정에서 수익을 창출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 “2019년 10월 ‘몸으로 말하는 사람들’이라는 콘셉트로 1기 교육을 진행해 12월 공연을 선보이는 등 한계단씩 차근차근 밟고 있어요.” 문제는 코로나19 사태였다. 코로나가 확산하면서 ‘대면 교육’이나 ‘공연’에 차질이 생겼다. 2020년 복지관ㆍ단체 등과 협업해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만들려던 계획도 약간 틀어졌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위기 앞에 흔들리지 않았다. 농인과 농사회 인식 확산을 위한 매거진 ‘고요이즘’을 발행하면서 ‘숨고르기’를 선택했다. 고요이즘은 실제 농인들이 어떤 삶을 향유하는지 보여주고 청인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농인 관련 기관뿐만 아니라 대학교·카페·서점 등에 무상 배포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덕분에 잠시 방향성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고요이즘의 반응이 좋아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미의 ‘아이엠어(I AM A)’는 지금도 성장 중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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