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주변에 착한 사람을 보면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칭찬하곤 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촘촘한 법망이 우리의 일상을 규제하는 시대에 정말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얼마든지 법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문제는 사법시스템의 지나친 남용으로 ‘피해자가 되는 피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평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란 말을 들어왔던 직장인 K씨는 올해 초 직장동료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두 사람은 회사에 처음 만나 서로 호감을 느끼고 차츰 사귀어 가는 사이였다.
#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줄 알았던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은 이제 시대적 사명이 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래의 생존전략으로 ESG 경영을 선택하면서다. 이 말은 앞으로 세계 경제 곳곳에 ESG 경영이 깊숙이 침투할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 유럽에선 이미 ESG 경영을 법제화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유럽연합(EU)은 기업이 그들의 공급망에서 ESG 경영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의무적으로 실사하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했다. 이제 기업은 상품을 만들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하는 요인은 없는지, 인권을 침해하는
최근 횡령과 함께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부정不正’이 있다. 다름 아닌 표절이다. 오랜 시간 사랑받은 뮤지션, 인기 드라마의 작가, 지상파 방송사에 전직 장관, 대통령 부인까지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문제는 표절 논란이 제아무리 시끌벅적한 논란을 불러일으켜도 공허한 논쟁만 남긴 채 흐지부지되기 일쑤란 점이다. 원인은 무엇일까.온나라가 표절로 시끄럽다. 유명 가수 겸 작곡가부터 전직 장관까지 ‘표절 인사’의 면면도 화려하다.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시류에 가세한 뜻밖의 인물도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다. 김 여
극장가의 박스오피스 순위, 음원사이트의 ‘톱백(Top100)’ 순위보다 더 흥미진진한 순위가 등장했다. 국내 기업들의 ‘횡령 랭킹’이다. 올 초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연일 터지고 있는 횡령 사건에 누가 가장 많이 회삿돈을 빼돌렸는지 줄을 세워보는 ‘웃픈’ 상황이 벌어진 거다.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건 횡령범죄의 재발을 막는 것이다. 기업들이 레드 플래그(red flag)와 횡령 방지책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올 초부터 터져나온 각종 횡령 사건은 우리 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보여줬다. 직장인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천하제일
2020년 2월 국내 재계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삼성그룹이 준법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한 ‘준법감시위원회’를 공식 출범한 거다. 준법위는 그룹 내부의 통제시스템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다양한 숙제를 풀어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그룹 총수인 회장을 얼마나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 과제다. 총수의 워치독(watchdogs)이 되느냐 스피커(speaker)가 되느냐에 준법위의 성패가 달려있다.기업의 회장은 누가 감시할까. 이 질문에 선뜻 답을 하기란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각 기업의 이사회가 회장을 감시하
2002년 미국 타임(TIME)지가 발표한 ‘올해의 인물(Persons of the Year)’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비리를 사회에 폭로한 세 사람의 내부고발자였다. 이들은 타임지를 통해 ‘정의의 상징’으로 등극했지만, 정작 각자가 속한 조직 내에선 배신자 취급을 받았다. 그만큼 내부고발자에게 의인義人이란 칭송은 순간의 환호에 불과하다. 내부고발자의 보호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올초 오스템임플란트 사건을 신호탄으로 기업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들어선 KB저축은행에 이어 농협, 새마을금고까지 한달간 총 네건의
지난 5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임명 동의안이 통과됐다. 후보 지명 후 47일 만에 총리 인준안이 가결됐다. 야당이 공직과 로펌을 오간 한 총리의 ‘회전문’ 행보를 결격 사유로 삼아 ‘임명 불가론’을 고수했던 탓이다. 중요한 건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만 봐선 안 된다는 점이다. 회전문 인사는 공직사회의 투명성은 물론 국가의 중대한 정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덕수 국무총리의 임명 문제가 5월 20일 일단락됐다. 국회 본회의에서 총리 인준안이 가결되면서다. 여정은 험난했다. 청문회
미국공인부정조사인협회(ACFE)는 최근 의미 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골자는 부패, 허위 보고, 횡령 등 3가지 유형의 부정不正 중 횡령 범죄의 발생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해 12월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올 3월 LG유플러스까지 기업들의 횡령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횡령 등의 부정을 방지하고, 줄여나갈 수 있을까.2916억원.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들의 총 피해 규모다. 최근 4개월간 내부 직원의 횡령 소식이 전해진 회
전세계적으로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불면서 비재무적 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인지 회계 등 재무적 정보는 되레 뒷전으로 밀린 것 같다. 하지만 재무 정보는 기업의 경영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다. 이 안에 들어있는 숫자에 기업의 명운이 걸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숫자가 기업의 진실을 담고 있는지 유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인 셀트리온이 분식회계 의혹으로 홍역을 치렀다. 재고자산 관리, 의약품 판권매각, 해외 유통사와의 거래 등에서 셀트리온이 실제 매출·정산과 다르게
세계 5위의 치과용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2215억원 규모의 횡령사고가 벌어졌다. 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의 2배에 달하는 회삿돈을 빼돌린 건 단 한명의 직원이었다. ‘피플 리스크’를 막지 못했다는 건데, 간단히 여길 문제가 아니다. 피플 리스크는 233년 된 명문은행도 한순간에 무너뜨릴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이다.희망과 기대를 품은 2022년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올해 첫 주식시장이 열리던 지난 3일, 코스닥 상장사 오스템임플란트가 띄운 ‘대규모 횡령사고 공시’는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회사의 재무팀장 이모씨가 회사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서 직원이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2011년 0.95%였던 임원 승진 확률은 올해 0.76%로 더 낮아졌다. 그만큼 임원의 문턱이 높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임원에 오른다고 꽃길이 펼쳐지는 건 아니다. 직위에 따른 법적 의무와 책임이 점점 무거워지고 있어서다. 이사진의 감시의무를 확대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판결도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연말을 앞두고 인사 시즌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임원 승진 발표를 기다리며 마음을 졸이는 직장인들이 많을 거다. 그런데 2030세대에서는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갖고 있다(남양유업 4월 발표).” 백신의 효능마저 논란이 되는 마당에 유산균 음료가 코로나를 예방한다는 발표는 누가 봐도 이상했다. 결국 이 발표는 파문을 일으켰고, 남양유업은 주인이 바뀌는 격변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 지점엔 몇가지 의문이 있다. “시장에서 57년을 살아남은 회사가 어떻게 이런 내용을 발표했을까.” “회사에 목소리를 내는 직원이 없었을까.”1970년대만 해도 우유는 귀한 음식이었다. 어느 정도 사는 집이 아니면 매일 아침 배달된 우유를 마시는 건 꿈도 꾸기 어려웠다. 19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처음으로 내부통제 제도가 도입됐다. 금융회사에 적용되는 준법감시인 제도(2000년 도입)다. 상장회사에 적용되는 준법지원인 제도가 도입된 건 그로부터 11년 후다. 하지만 두 제도는 현재 유명무실하다. 법이 있어도 이를 알지 못하거나, 지키지 않는 기업이 숱해서다. 한국형 내부통제 제도, ‘K-컴플라이언스’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 7인조 보이그룹 BTS가 신곡 ‘버터(Butter)’를 발표했다. 노래 제목처럼 팬들의 마음이 녹은 걸까. 이 노래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에서 6주 연
프랑스는 기업의 부패행위에 관대한 나라였다. 뇌물수수에 쓴 비용의 세금을 공제해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프랑스는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반부패법을 시행하고 있다. 기업들의 무분별한 부패행위로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배운 결과다. 주목할 건 프랑스의 사례에서 세계의 컴플라이언스(준법ㆍ윤리경영)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도 프랑스를 참고해 우리나라만의 컴플라이언스 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다. 지난 1월 프랑스 반부패청(AFA)은 새로운 ‘반부패 컴플라이언스 지침’을 발표했다. 2017년 발표한 첫 지침의 개정판인데,
골드만삭스는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잘 갖춰진 것으로 유명하다. 사업 전반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부서도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골드만삭스는 지난 10월 미국 해외부패방지법(FCPA) 최고 벌금액의 주인공이 됐다. 왜일까. 월스트리트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 남부에 있는 거리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대형 금융기관이 몰려 있어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불린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본사도 이곳에 있다. 1896년 작은 가족기업으로 출발한 골드만삭스는 세계를 움직이는 최대 금융회사로 성장했다. 미국 50대
부패방지법이 무서운 이유는 양벌규정에 있다. 임직원이 범법행위를 저질러도 회사가 함께 처벌을 받아서다. 물론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끊임없이 교육하면 양벌규정을 피할 수 있을뿐더러 직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필자가 다니던 회사 대표에게 들었던 경험담이다. 파트너사社와의 미팅을 위해 일본으로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대표는 파트너사의 중역을 만나기로 했고, 그와의 만남을 기대했다. 두 회사의 비즈니스에 상당한 영향을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구에 해당하는 준법감시인을 의무적으로 둬야 한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 자산을 다뤄야 하는 만큼 상장회사 내부통제 기구인 준법지원인보다 훨씬 까다로운 역할이 요구된다. 하지만 준법감시인의 자격을 얻는 건 어렵지 않다. 금융업계에 무늬만 준법감시인이 차고 넘치는 이유다. 옵티머스(optimus)는 라틴어로 ‘가장 좋은’이란 뜻이다. 하지만 국내 펀드시장에선 이제 정반대의 의미를 갖게 될지 모른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벌인 1조2000억원 규모의 금융사기 때문이다. 최근 옵티머스자산운용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
국제표준화기구(ISO)의 부패방지경영시스템(ISO 37001)이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ISO 37001 인증을 취득해도 부패 사건에 휘말리는 기업들이 적지 않아서다. 그럼 ISO 37001은 필요 없는 것일까. 단언컨대, 그렇지 않다. ISO 37001은 부패방지를 위한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걸 확인해주는 것이지, 부패가 없다는 걸 보장하는 건 아니다. ‘ISO 37001’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6년 10월에 제정한 부패방지경영시스템이다. 부패방지와 관련해 기업이 수립하고 실행ㆍ유지ㆍ개선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규정하고
올해 초 불거진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의 뇌물공여 사건은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프랑스, 미국, 영국 법무부와 합의한 벌금액이 수십억 달러에 달했다. 뇌물 관련 벌금 중에선 역사상 최대 규모다. 재판은 받지 않았지만 사실상 부패행위를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에어버스가 뇌물을 준 명단에 있는 기업들은 어떨까.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하고 있을까.대한항공이 프랑스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 SE)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에어버스가 1996년부터 2000년까지 A330 항공기 10대를
다자개발은행(MDBs)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 환영할 일이지만 유의할 점도 있다. 최근 다자개발은행 프로젝트에 참여한 기업들의 부당행위를 조사하고 문제 적발 시 제재하는 경향이 두드러져서다. 한번 제재를 받으면 해외사업이 치명타를 맞을 만큼 수위도 높다. 다자개발은행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길 원하는 국내 기업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A사는 국내 엔지니어링 중견기업이다. 여느 산업처럼 엔지니어링 산업도 국내에서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A사는 일찌감치 해외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하지만 A사의 해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