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어긴 자 용납 않는 미국사회

2001년 12월 2일 미국 7대기업으로 꼽히는 엔론이 파산 신청을 했다. 이 사태로 미 주식시장의 주식 가치는 600억 달러 이상 감소했다. 21억 달러의 노동자 퇴직연금이 사라졌고, 5600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었다. 막대한 규모의 피해를 입힌 엔론의 CEO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 4개월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 엔론 CEO 제프리 스킬링(오른쪽)은 분식회계와 베임 등의 혐의로 징역 24년 4개월을 선고받았다.
미국은 ‘룰’을 어긴 자에 대한 처벌이 아주 엄격하다. 2002년 도입된 ‘사베인스-옥슬리 법’이 단적인 예다. 기업범죄 예방과 회계자료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만들어졌다. 2010년 도입된 ‘도드-프랭크법’도 그 연장선 상에 있다. 기업 CEO들은 회계 분식이 있으면 감옥에 가겠다는 것을 약속하는 의미로 연말 결산보고서에 서명한다.
규제가 지나쳐 상장 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상장 후에도 자금을 모으기 어렵다는 볼멘 소리가 높다. 하지만 이와 같은 규제 법안과 미국 사회 전반의 기업 윤리에 대한 높은 요구 수준은 확실한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경제 사범에게 강력한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다.

엔론은 1990년대 미국 7대 기업으로 ‘가장 존경받는 글로벌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2001년 말 총 15억 달러의 분식회계가 내부자 고발로 드러나면서 2001년 12월 2일 파산을 신청했다. 한때 90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30센트로 떨어졌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회계부정 스캔들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엔론사태의 주범인 제프리 스킬링은 파산 선언 직전 보유주식을 팔아 치워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 마지막까지 부도덕했던 스킬링에게 미국 휴스턴 지방법원이 내린 형벌은 무려 징역 24년 4개월과 4500만 달러의 벌금이었다.

 
관련 임원들은 실형을 선고 받았고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아온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은 해체됐다. 이밖에도 월드컴 CEO 버나드 에버스는 110억 달러의 분식회계 혐의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고, 재산을 몰수 당했다. 또 대규모 폰지 사기로 투자가들에게 500억 달러의 손실을 입힌 전 나스닥증권거래소 위원장 버나드 매도프는 무려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

미국의 경제사범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로 항상 논란을 일으키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한국의 경제사범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휠체어를 타고 공식처럼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는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사면 받는 코스가 정형화 됐다.

미국이 경제사범에 중형 선고가 용이한 이유에 대해 이지수 변호사에게 물었다. 이 변호사는 “재벌 총수 한 명이 전체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한국보다 작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은 재벌기업 한 곳이 철퇴를 맞는다고 나라 경제 근간이 흔들리지 않는다”며 “소수 재벌그룹에 경제 기반을 의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특성 상 실형 선고 시 파급효과를 고려하게 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의 사면권 남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이 남발되는 국가”라며 “미국의 경우 사면권 행사를 위해서는 절차상 의회의 승인을 요하고, 국민정서 상 경제사범을 사면하는 것은 스스로 정치적 무덤을 파는 것과 같아 기피한다”고 말했다.

심하용ㆍ정다운 기자 stone@thescoop.co.kr| @itvf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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