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인포그래픽
축의금 기본값 10만원 시대
2년 사이에 2배 올라간 기준
물가·결혼 예식비용 상승 탓
식대에 맞춘다는 의무감 있어
하객들 금액 부담 커지는 중
# 지난 7월 결혼한 A씨는 이전과 달라진 ‘축의금 수준’을 실감했다. 10만원을 낸 하객이 10명 중 7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개인 사정으로 결혼식에 오지 못한 하객들은 5만원을 보냈고, 참석자 대부분은 기본 10만원을 냈더라고요. 친인척 관계나 아주 가까운 사이의 경우에는 30만원 이상의 고액 축의금도 많았어요.”
# 지난해 9월 결혼식을 올린 B씨 역시 “대학 동아리 후배들이나 직장 동료 등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10만원을 보냈다”며 “물가가 오르다 보니 기본 10만원을 예의로 생각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인이나 배우자와 함께 온 경우에는 20만원을 낸 것으로 볼 때, 아무래도 1인 식대를 그 정도로 생각한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난해한 질문 중 하나. 결혼식에 갈 때 얼마를 내야 ‘적당한’ 축의금일까. 과거엔 3만원이 기본이었지만, 5만원권 지폐가 등장한 이후엔 5만원이 사실상 기본금액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엔 ‘축의금 10만원’이 기본값이 된 듯하다. 물가가 그만큼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런 ‘축의금플레이션(축의금+Inflationㆍ표①)은 데이터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의 온라인 축의금 송금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축의금 평균액은 ▲2021년 7만3000원, ▲2022년 8만원, ▲2023년 8만3000원, ▲2024년 9월 기준 9만원으로 꾸준히 올랐다. 1994년 축의금 평균이 2만8000원(한국갤럽)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0년간 3.2배 증가한 셈이다(표②).
직장 내에서도 축의금 기준이 10만원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HR테크 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5월 직장인 844명에게 물어본 결과, 61.8%가 직장 동료 결혼식에 참석해 식사까지 할 경우엔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응답했다. 다음은 ‘5만원(32.8%)’ ‘5만원 미만(3.2%)’ ‘15만원(1.4%)’ 순이었다(표③). 2023년 같은 조사에선 ‘5만원(65.1%)’이 가장 많았고, ‘10만원(21.3%)’이 뒤를 이었다. 2년 사이에 축의금 기준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2배 높아졌다는 얘기다.
결혼식 축의금이 이렇게 오른 건 예식비용이 그만큼 비싸졌기 때문이다. 지난 9월 한국소비자원이 전국 14개 지역 결혼 서비스 업체 504개사를 조사한 결과, 전체 결혼 서비스 평균 비용은 2160만원(이하 8월 기준)으로 6월(2074만원)과 비교해 4.1% 올랐다(표④). 결혼비용 상승을 견인한 핵심 요인은 식대와 대관료였다. 전국 결혼식장 1인당 식대 중간 가격은 6만원으로, 6월 대비 2000원(3.4%) 올랐다(표⑤).
대관료도 가파르게 상승했다. 전국 결혼식장 평균 대관료는 같은 기간 300만원에서 350만원으로 50만원(16.7%) 비싸졌다(표⑥). 특히 서울 강남 지역은 690만원에서 750만원으로 60만원(8.7%) 올랐고, 경상 지역의 경우 130만원에서 270만원으로 2.1배가 됐다. 이는 하객들이 내는 축의금 기준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축의금플레이션이 하객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초년생 정나언(27)씨는 “직장 동료들 결혼식에 참석할 때 5만원은 좀 부끄러워서 10만원씩 하고 있다”며 “우리 사이에선 우스갯소리로 ‘식사 할 거면 10만원, 식사 안 할 거면 5만원’이라는 말까지 나돈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최다함(29)씨 역시 축의금 때문에 고민이 깊다. 그는 “올가을에 대학동기들 결혼식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한 달 축의금만 30만원 썼다”며 “결혼 자체는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지만, 같은 달에 결혼식이 몰리면 부담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일전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청첩장이 고지서로 느껴진다’는 글을 읽은 적 있었는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축의금플레이션 현상을 두고 사회적 대화가 필요할 때라고 말한다. 허창덕 영남대(사회학) 교수는 “결혼식 축의금이 오르는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결혼 비용 상승, 고물가, 사회적 분위기 등 외적 요인과 연관성이 깊다”면서 말을 이었다.
“개인의 경제 상황에 따라 결혼식 참석을 고민하거나, 하객으로서의 의무감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결혼식’을 축하의 자리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과제인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대답하기 힘든 질문, ‘축의금 얼마가 적당해?’ 우린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김하나 더스쿠프 기자
nayaa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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