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vs 인스타그램
성수동 둘러싼 두 시선

9월 서울시의 도시건축비엔날레가 시작됐다. 도시문제를 짚는 활동도 있지만 시민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인스타시티’는 시민이 참여하는 투어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테마는 성수동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는 성동구청은 이곳을 예민하게 관리중이다. 서울시와 성동구가 성수동을 다르게 보고 있다는 거다. 문제는 이런 충돌의 피해를 성수동이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성수동을 둘러싼 서로 다른 두 시선을 취재했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독특한 골목 경관으로 상업화가 진행 중이다.[사진=연합뉴스]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독특한 골목 경관으로 상업화가 진행 중이다.[사진=연합뉴스]

# 지난 5월 글로벌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성수동에 문을 열었다. 2~3시간씩 줄을 서서 커피 한잔을 먹는 모습에 블루보틀을 주목한 콘텐트가 쏟아져 나왔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성동구청은 ‘젠트리피케이션’ 정책을 진단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대상지는 블루보틀이 자리 잡은 곳의 근처인 ‘상원길’ 일대와 ‘서울숲길’ ‘방송대길’이었다. 성수역에서 시작되는 ‘카페거리’도 관심 권역으로 설정해 연구대상에 올렸다. 연구 대상지는 성동구가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하고 유심히 지켜보는 곳이다.

# 성수동에선 다른 흐름도 감지된다. 서울시는 올해 9월 두번째 ‘도시건축비엔날레’를 시작했다. 전 세계 도시의 문제를 짚어보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다. 행사 기간 ‘투어 버스’도 운행된다.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이 투어 프로그램에는 ‘인스타시티 성수동’ 코스가 포함돼 있다. 성수동에서 인기를 얻은 카페와 문화장소를 소개하겠다는 구상에서다.

성수동에서 ‘두 길’이 형성되고 있다. 한쪽(성동구청)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을 우려한다. 임대료 탓에 떠날 자를 걱정한다는 거다. 다른 한쪽(서울시)에선 ‘인스타시티’로서의 성수동을 주목한다.

같은 공간을 들여다보지만 집중하는 대상은 서로 다르다. 한쪽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나게 될 사람을 보고, 다른 한쪽은 상권 성장으로 밀려 들어오는 사람들에 집중하고 있다.같은 성수동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성동구청이 발주했던 연구용역을 조금 더 자세히 보자. 성동구청은 상원길·서울숲길·방송대길 등을 포함한 성수1가2동을 이미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특별관리 중이다. 지속가능발전구역은 임차인이 오르는 임대료 탓에 자리에서 밀려나 지역공동체 생태계가 깨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곳이다.

현재까지 상생협약 체결 수준은 평균 69.8%다. 가게 10곳 중 7곳은 임대료 상승에 저항할 힘을 갖춘 셈이다. 특히 서울숲 구역의 경우 용도 변경을 금지하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긴장한 성수동


또 다른 연구 대상지인 성수동 카페거리의 일부도 ‘상생협약 확대구역’에 포함돼 있다. 이 구역은 상권이 가파르게 성장해 임대료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는 곳을 뜻하는데, 상생협약 체결률은 30.7%다.

특히 성동구청이 지속가능발전구역을 주목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상원길·서울숲길·방송대길을 포함한 성수1가 제2동은 지난 2년간 임대료가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이다. 서울시 우리마을가게 상권분석 서비스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분기 3.3㎡(약 1평)당 7만9226원이었던 1층 상가 임대료는 2018년 8만5234원(전년 대비 7.58%↑), 2019년 1분기 9만341원(전년 대비 5.99%↑)으로 상승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성수동 카페거리는 지속해서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관심권역으로 설정해 젠트리피케이션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며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 역시 실제 주변 상권 현황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다”고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에서 시선을 돌려 도시건축비엔날레의 ‘인스타시티 성수동’ 투어 코스를 보자. 대림창고·블루보틀·카페어니언·성수연방 등이 포함된 투어 대상지 10곳 중 4곳은 카페, 4곳은 문화시설, 산업시설과 상업시설은 1곳씩이다. 투어 예정지에는 성동구청이 젠트리피케이션 구역으로 주목하고 있는 서울숲 일대 ‘붉은벽돌보존구역’도 포함돼 있다. 흔히 적산가옥이라고 불리는 주택, 창고 밀집 지역이다.


서울 도시건축비엔날레 관계자는 “시민들이 자체적인 힘으로 꾸려나가는 곳을 선정했다”며 “대상 매장은 인스타그램에 공유되면서 자발적으로 개발과 소비가 이뤄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걱정하는 성수동이 동시에 ‘인스타시티’로 불릴 수 있을까. 국토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도심 상업적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방안 연구’에서는 SNS 노출 정도와 젠트리피케이션의 속도를 분석했다. 기존에는 10년에 걸쳐 부흥기를 맞던 상권이 SNS에 노출되는 경우 2~5년으로 그 기간이 단축됐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상권이 확장하면서 기존 임차인이 임대료 상승을 버티지 못하게 된다는 얘기다.

성동구청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진단하기 위한 정책을 발주했고 서울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투어 프로그램을 선정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성동구청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정책을 진단하기 위한 정책을 발주했고 서울시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은 투어 프로그램을 선정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성동구청 지속발전과 측에서는 “서울시 비엔날레 투어 프로그램에 성수동 카페거리 선정과 관련하여 서울시와 우리 부서(지속발전과) 간에 협의하여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도시건축비엔날레 관계자는 “투어 코스를 선정할 때 서울시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고려한 일정을 짜달라는 안내를 받은 적은 없다”며 “해당 투어는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이 없고 애당초 고려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따로 노는 정책들

서울시 측은 “투어 코스를 선정할 때 관계 기관과 모두 협의하고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투어 방문 구역은 민간이 직접 운영하고 가꾸는 곳으로 청년층 등 시민에게 인기가 높은 곳을 선정했다”고 투어 코스 구성 기준을 설명했다. 특정 프로그램이 젠트리피케이션에 영향을 미칠지 여부는 검토되지 않았다는 거다. 애초 도시건축비엔날레는 문화적 성격이 큰 데다 프로그램 구성 역시 민간 주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울시가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부분도 크지 않다.

연구 용역이 종료되는 대로 결과에 따라 성수동 카페거리에 상생협약을 확대 추진할지,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규제책을 펼지 결정하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을지로청계천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한 대안도 내놓아야 한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인스타시티의 충돌. 만약 잡음이 터져 나온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섬세한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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