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행복해졌나

‘연희동 남쪽 동네’로 불리던 서울 마포구 연남동이 뜨기 시작한 건 2010년 중반 이후다. 허름한 주택가였던 연남동은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인근에 경의선숲길이 조성된 덕을 톡톡히 봤다. 이후 ‘연트럴파크’라는 별칭까지 붙을 만큼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장소가 됐다. 그렇다면 핫플레이스로 우뚝 선 연남동은 행복해졌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연남동을 찾아갔다. 

연남동 일대 유동인구의 50% 이상이 20대 젊은층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연남동 일대 유동인구의 50% 이상이 20대 젊은층이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뉴욕에 센트럴파크가 있다면, 서울엔 ‘연트럴파크’가 있다. 연트럴파크가 위치한 서울 마포구 연남동(홍대입구역 3번 출구 일대)은 트렌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연남동은 이름 그대로 그저 ‘연희동 남쪽 동네’였다. 고급 주택이 즐비한 연희동과 달리, 연남동은 다세대 주택과 기사식당이 많아 소박했다.

새 바람이 불어온 건 2015년,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경의선숲길(제2구간)이 조성되면서다. 주택을 개조한 작은 상점들이 생겨나고,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연트럴파크라는 애칭도 붙었다. 작은 주택가에서 뜨는 상권으로 탈바꿈한 셈이다. 그렇다면 연남동은 그때보다 발전했을까. 

가을 바람이 불기 시작한 9월 24일 연남동을 찾았다. 평일 낮임에도 연트럴파크엔 20대 젊은층, 주부, 직장인 등 사람들로 붐볐다. 배낭을 메거나, 카메라를 든 외국인도 많았다. 연남동에서 10여년 거주한 김정선(48)씨는 “3~4년 전부터 외국인 관광객들 대상으로 한 게스트하우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면서 “외국인이 많아지니 동네 분위기가 달라지고, 독특한 가게도 많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마포구(483개)는 서울에서 게스트하우스(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연남동(171개)은 게스트하우스 최대 밀집지역으로 꼽힌다. 마포구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홍대 근처인 서교동이 가장 밀집 지역이었는데 연남동이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연남동에 둥지를 튼 건 외국인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팝업스토어=연남동’ 공식이 성립되고 있어서다. 이날도 미국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앤제리스(Ben&Jerry’s)가 공식 론칭을 알리는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었다. 행사장 앞엔 입장을 기다리는 이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남동은 트렌드에 민감한 10~20대가 많이 찾는 곳”이라면서 “과거 신사동 가로수길에 많이 열던 팝업스토어를 수년 전부터 연남동에 론칭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남동을 찾는 젊은층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동인구 수는 강남역이 자리한 역삼1동(5만6351명ㆍ이하 1ha 당 명ㆍ3개월간)과 맞먹는 수준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남동 유동인구수는 5만42명으로, 2016년 동기(1만6931명) 대비 195.6% 증가했다. 이중 대다수는 20대(5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파는 밀려들지만…

그렇다면 상인들은 어떨까. 밀려드는 인파에 콧노래를 부르고 있을까. 어찌 된 일인지 연남동엔 하루가 멀다 하고 간판을 바꿔다는 가게가 많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매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임대료는 치솟았기 때문이다. 관련 통계도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연남동 내 외식업 점포 수는 2017년(2분기 기준) 553개에서 올해 711개로 증가했다. 하지만 평균 영업기간은 2.1년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 평균 2.6년에 못 미치는 수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둥지 내몰림 현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연남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다양한 브랜드의 팝업스토어가 연남동에 둥지를 틀고 있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그 때문인지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 동진시장 인근 상가 중에도 ‘임대’가 붙은 빈 상가가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액세서리 공방을 운영하는 김정민(43)씨도 최근 2년 넘게 운영한 가게를 내놨다. 김씨는 “1~2년 새 경기가 워낙 안 좋아져 장사를 접기로 했다. 부동산에 가게를 내놓은 지 몇 달째인데 연락이 없어 물어보니, 임대를 놓는 덴 많은데 들어오겠단 사람은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연남동 외곽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운영하는 김소정(41)씨는 이렇게 말했다. “연트럴파크 메인 거리로 가게를 옮기려 했지만, 임대료가 엄두가 나지 않더라. 1층 상가의 경우 부르는 게 값이다. 주인이 재계약 때 임대료를 2~3배 올리는 경우도 숱하다. 임대료를 맞춰주지 못하면 장사를 접고 나가는 수밖에 없는 거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 들어간다고 해도, 3~4개월 안에 승부를 보지 못하면 장사를 접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연남동 상가 임대료는 2016년 2분기 3.3㎡(약 1평)당 8만7724원(월환산 임대료 기준)에서 올해 11만3585원으로 29.5%나 뛰었다. 서울 평균 임대료 증가율 17.0% (10만70원→11만7136원)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소리소문 없이 번지는 사이에도 연남동의 상업화는 여전히 진행중이었다. 이날도 골목 곳곳에서 주택을 상가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동교로 38길 인근에서 족히 5개 이상의 건물이 상가로 탈바꿈하고 있었다. 30여년간 연남동에서 살아온 한영선(77)씨는 “원주민의 3분의 2가 동네를 떠났다”면서 “오래 남아있었지만, 집을 팔고 떠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남동 주거 인구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5년(이하 2분기 기준) 9073개이던 가구 수는 8708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인구 수도 297명(1ha당 명)에서 255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연남동 공인중개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주거지역이던 연남동은 이제 다녀가는 사람들로 붐비는 동네가 됐다”면서 “그렇다 보니 단골가게라는 개념이 사라졌고 트렌드에 따라 금세 떴다 사그라지는 가게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2차 젠트리피케이션 우려 

집주인이 건물을 팔면서 세입자가 동네를 떠나는 1차 젠트리피케이션에 이어 치솟은 임대료 탓에 상인들이 짐을 싸는 2차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마포구가 연남동(합정동ㆍ망원동 등)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핫플레이스가 된 연남동, 화려한 조명 뒤에선 치열한 생존 경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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