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 | 광화문 재구조화 토론회

2009년 ‘길’이었던 광화문에 ‘광장’이 생겼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자 서울시는 광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히자는 계획을 내놓았다.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고 서울시는 소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소통의 자리, 성과는 어땠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곳을 다녀왔다.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의 면적을 넓히고 차선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사진=더스쿠프 포토]
서울시는 광화문 광장의 면적을 넓히고 차선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사진=더스쿠프 포토]

광화문 광장에 멈춰있는 사람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찰뿐이었다. 시민들은 미국대사관부터 세종문화회관까지 건너오거나 광장의 길을 따라 걸었다. 처음으로 서울에 관광을 왔다고 말한 20대 청년에게 광화문 광장을 처음 본 소감을 묻자 냉랭한 답변이 되돌아왔다. “특별하게 뭐라고 말할 것이 없습니다.”

걸음을 서울역사박물관으로 돌렸다. 광화문 재구조화 마지막 토론회가 있는 날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장을 ‘길’이 아닌 ‘광장’으로서의 역할을 찾도록 재구조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목적은 시민에게 광장을 돌려준다는 것이었다. 곧바로 반대에 부딪혔다. 세종문화회관과 맞닿은 차선을 광장으로 만들면 교통은 어떡하느냐는 불만에서였다.

반대가 커지자 서울시는 부랴부랴 토론의 장을 열었다. 9월에 시작한 토론회는 지난 4일 마지막 4회차를 맞았다. 이날 토론회의 목적은 300명 규모의 대토론회에 앞서 ‘현실적 대안’을 내놓는 것이었다.


토론회에는 광화문과 맞닿은 마을인 사직동과 청운동 일대 주민들이 참석해 “교통대책 없는 광화문 광장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2차 토론회 당시 교통대책이 나왔지만 주민들은 “따릉이와 마을버스가 어떻게 대책이 될 수 있느냐”며 거세게 반박했었다.
 

1차부터 3차 토론회에 끝까지 참석했던 박 시장은 마지막 토론회에선 인사말만 남긴 채 다음 일정을 향해 자리를 옮겼다. 토론장은 이내 아수라장이 됐다. 발언권을 얻으려는 주민들과 토론을 끊지 말라는 또다른 방청객들이 음성이 뒤섞이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중간지대에 있는 방청객들이 주민들을 향해 “반대하는 의견은 알겠으나 토론자들의 말도 들어보자”며 진정을 요청했지만 격화한 상황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다. 흥분한 일부 주민은 토론자의 주장을 반대로 이해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이야기를 듣겠다고 나섰지만 마지막 토론 자리에서 그 목적이 달성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였다. 광화문광장사업반장은 주민들을 설득하며 “시장이 참석하는 주민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하겠다”라고 말했다.

1차부터 4차까지의 모든 토론회 영상은 유튜브에서 검색할 수 있다. 서울시민은 977만명이지만 영상 조회 수는 1000회 남짓이다. 7일에는 300명 시민이 참여하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의 대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고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까.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했지만 만남의 회차만 늘리는 게 능사일 순 없다. 을지로청계천재개발, 세운상가도 그러다 갈등만 커졌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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