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 업계에 봄바람 불까

올해 1월 LPG 차량 등록 대수가 전월보다 1215대 늘었다. LPG 차량 등록 대수가 증가세를 보인 건 9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규제가 폐지된 덕분으로 보인다. 그러자 LPG 업계는 ‘이제부터 LPG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과연 LPG 차량 증가로 LPG 수요도 확 늘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리 밝지만은 않아 보인다. 더스쿠프(The SCOOP)가 LPG업계의 현주소를 분석해 봤다. 

LPG 업계는 LPG 차량이 늘면 LPG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사진=연합뉴스]
LPG 업계는 LPG 차량이 늘면 LPG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사진=연합뉴스]

“LPG 차량 판매규제가 폐지된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LPG 차량의 월평균 판매 대수가 1만2022대(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였다. 규제가 폐지되기 직전인 지난해 1분기 월평균 판매 대수(8229대)와 비교해 무려 46% 증가했다.” 12일 대한LPG협회가 내놓은 보도자료의 일부다. 

협회는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도 인용해 “LPG 차량 등록 대수는 2010년 11월 이후 줄곧 감소세였다”면서 “하지만 9년 2개월 만인 올해 1월 202만2935대(하이브리드 포함)를 기록, 지난해 12월보다 1215대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사용제한 규제 탓에 일반인에게는 다소 관심이 멀었던 LPG 차량이 경제성을 중요시하는 합리적인 운전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LPG 차량 판매 증가에 따라 LPG 수요도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높은 기대감도 내비쳤다.

[※참고: LPG차는 1982년부터 택시에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석유 정제과정에서 발생하는 LPG 공급량이 적었기 때문이다. 이후에는 휘발유나 경유에서 거둬들이는 세금이 LPG보다 많아 규제를 유지했다. 이런 규제가 폐지된 건 지난해 3월 12일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사업법을 개정하면서다. 미세먼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LGP차에 묶여 있던 규제가 37년 만에 폐지됐다.] 

그렇다면 LPG 차량의 늘어난 판매량은 LPG 업계에 장밋빛 전망을 심어줄 만한 이슈인 걸까. 물론 9년여 만의 판매량 증가는 눈여겨볼 만하다. 하지만 LPG 업계가 LPG 차량 증가에서 기인하는 반사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는 낙관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등록통계를 다시 한번 살펴보자. 1월 LPG 차량 등록 대수는 202만2935대다. 지난해 12월 202만1720대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LPG 차량 판매규제 직전인 지난해 3월(203만6700대)에 비해서는 1만3765대(-0.67%) 줄었다. 지난해 4월부터 차량 판매규제가 폐지됐지만, 12월까지는 계속해서 등록 대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1월 판매량이 1215대 늘었다지만, LPG 수요 증가를 논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얘기다. [※참고: LPG 차량을 ‘비사업용 승용(하이브리드 제외)’으로만 한정해서 보면 지난해 3월 140만2119대에서 올해 1월 140만5577대로 3458대 더 늘어났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LPG 차량의 경쟁 차종이라 할 수 있는 전기차(EV)의 증가량을 봐도 ‘장밋빛 전망’을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올해 1월 전기차 등록 대수는 9만701대로 지난해 3월 6만952대보다 48.8% 늘었다.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1110만7729대→1148만5460대ㆍ3.40%), 경유차(996만7640대→997만2112대ㆍ0.04%)의 등록 대수 증가량을 압도했다. 

구매자들은 이제 막 규제를 벗어난 LPG 차량보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전기차를 더 선호한다는 방증이다. 이는 LPG 차량의 획기적인 증가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말이기도 하다. 

LPG 업계의 반등을 막는 변수는 또 있다. 무엇보다 LPG 가격이 점점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1~2주 LPG 충전 평균가격은 1L당 874.27원이었다. 2018년 11월 4주(904.47원) 이후 최고치다. 반면 2월 1~2주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되레 내림세였다. 

LPG 차량의 가격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일례로 2020년형 그랜저를 기준으로 하이브리드(휘발유)는 3740만~4575만원, LPG는 3172만~4430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연비는 각각 1L당 15.2~16.2㎞와 7.4~11.9㎞다. 차량 가격은 1.2배 차이에 불과한데, 연비는 1.4배에서 2배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을 놓고 볼 때, ‘경제성을 중요시하는 합리적인 운전자들’이 어느 쪽을 더 선호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만하다. 

시장 역시 LPG 업계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지 않고 있다. 국내 LPG 판매시장의 양대 기업인 SK가스와 E1의 주가는 지난해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사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던 3월 13일 급등했지만, 현재 주가는 꽤 많이 떨어진 상태다. 

물론 주가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미치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LPG협회가 1월 LPG 차량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소식에도 양사의 주가에 큰 움직임은 없었다. 협회의 기대처럼 LPG 차량 증가가 LPG 업계에 봄바람을 실어주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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