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특수 비껴간 디스플레이

비대면(언택트ㆍUntact) 문화가 일상화하면서 IT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부터 OTT기업, 게임개발기업, 침체기에 빠졌던 반도체 산업까지 언택트 특수를 타고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핵심 IT 제조업인 디스플레이 산업만은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엇갈린 성적표를 분석했다. 

IT산업이 언택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산업만은 예외다.[사진=연합뉴스]
IT산업이 언택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산업만은 예외다.[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가 불러온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언택트ㆍUntact) 문화의 일상화다. 초중고교 수업부터 대학교 강의까지 온라인 원격수업으로 대체되고,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활동이 온라인 채널에 집중되고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1~4월 온라인 신용카드 사용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가량 늘었다. 

이런 언택트 문화는 기업들의 희비도 갈라놓고 있다. 요식업과 항공업, 숙박업 등 오프라인에 기반을 둔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은 반면, 온라인 중심의 IT산업은 언택트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최근 온라인으로 동영상 콘텐트를 제공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카카오ㆍ네이버 등의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성과를 내고 있는 건 대표적인 예다. 

언택트 특수를 누리는 건 플랫폼ㆍ콘텐트ㆍ소프트웨어 등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만이 아니다. IT 제조업도 뜻밖의 수혜를 보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놀라운 건 반도체의 반등이다.

2018년 말 이후 침체기에 접어든 반도체 산업이 최근 언택트 특수를 타고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강의, 비대면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온라인 트래픽이 증가하면서 서버와 PC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내리 하락세를 그렸던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4월 PC용 D램(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3.25달러를 찍었는데, 3달러대로 올라선 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 대비 가격 상승률(11.9%)도 2017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마찬가지로 서버용 D램(DDR4 32GB) 역시 지난해 5월 이후 최고가인 143.15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모든 IT산업이 언택트 특수를 누리고 있는 건 아니다. 반도체와 함께 IT 제조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사정이 다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맡고 있는 DS(디바이스 솔루션) 사업부의 실적 변화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 매출은 16조7900억원, 8조500억원으로 DS사업부에서 각각 67.6%, 32.4%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올 1분기 두 사업부의 매출 비중은 각각 72.8%, 27.2%로 벌어졌다. 영업이익도 반도체가 3조4500억원에서 3조9900억원으로 증가한 반면, 디스플레이는 2200억원에서 -290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LG디스플레이도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적자폭을 줄이긴 했지만 매출은 1조7000억원가량 감소했다. 

반도체 웃고 디스플레이 울고

디스플레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건 LCD 패널의 가격 변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월 33개월 만에 반등했던 LCD 패널 가격은 4월 들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그렇다고 디스플레이 산업에 긍정적인 이슈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LCD 패널 생산량을 줄이고 있고, 코로나19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중국 기업들의 생산량도 예전 같지 않다. 이를 감안하면 디스플레이 시장의 발목을 잡던 공급과잉 문제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언택트 특수로 노트북ㆍ태블릿PCㆍ스마트폰 등 IT기기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여기엔 디스플레이 패널의 탑재가 필수라는 점도 호재다. 부진한 수요를 끌어올릴 요인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유독 디스플레이 산업이 언택트 특수를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공급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최영산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LCD 패널 가격은 수요보다는 공급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 올해 초 가격이 반등했던 건 코로나19로 중국이 공급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격이 다시 떨어진 건 코로나19의 기세가 잠잠해진 중국에서 다시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어서다.”

[※참고 : 혹자는 국내 기업들이 OLED 전환 의지를 피력한 상황에서 LCD 패널 가격이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LCD 패널 가격은 OLED 패널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문가들은 LCD 패널 가격이 올라야 OLED 패널에도 프리미엄을 더 붙일 수 있는 근거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LCD 제품과 OLED 제품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좋을 게 없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회복이 요원한 이유가 공급문제에만 있는 건 아니다. 언택트 특수로 인한 수요 회복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는 기업 간 거래(B2B)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콘텐트 소비량에 맞춰서 즉각 반응하지만 디스플레이는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사야 하기 때문에 간극이 크다”면서 “더구나 도쿄올림픽 취소로 판매 계획에 차질이 생긴 데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자금 융통 여력이 사라진 것도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언택트 특수 2021년 이후에나

그렇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은 언제쯤 기지개를 펼까. 전문가들은 내년 이후에는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언택트 이슈로 인한 변화가 생길 거라고 전망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이 낮고 프리미엄TV 시장이 아직 크지 않은 유럽과 일본을 중심으로 새로운 교체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본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6%에 불과하다. 유럽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50~70%대에 머물러 있다. 성장 여력이 큰 시장에 언택트 이슈가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디스플레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얘기다.

남상욱 연구위원은 “디스플레이는 문화를 바꾸는 역할을 한다”면서 이렇게 설명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재난문자를 받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건 단적인 예다. 그런데 유럽이나 일본엔 의외로 이런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 현재 추이를 감안하면 언택트 이슈 이후엔 유럽ㆍ일본에서도 TVㆍ스마트폰 사용 문화 자체가 바뀔 것으로 본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이런 특수를 누리기 위해선 중국 기업이 추격하지 못하도록 기초체력을 키워놓을 필요가 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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