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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제품의 냉정한 현주소

업사이클 제품 중엔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잇템이 많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업사이클 디자인은 유용하면서도 환경 보호에 일조한다. 하지만 기발한 제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업사이클 시장은 좀처럼 크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비싼 가격·한정된 유통채널 등으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데다, 재고 관리도 어려워서다. 
 

업사이클 디자인에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이 많다. [사진=테라사이클 제공]
업사이클 디자인에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상품이 많다. [사진=테라사이클 제공]

우유갑의 알록달록한 패키지 디자인을 살린 지갑, 화마火魔와 사투를 벌인 흔적이 남은 가방, 어린이의 그림을 도안 삼아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키링, 맥주병 로고가 포인트인 꽃병, 바나나맛 우유를 똑 닮은 분리배출용 스틱…. 업사이클 제품 중엔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잇템’이 많다. 재활용(Recycle)과 업그레이드(Upgrade)를 조합해 탄생한 용어(Upcycle)처럼 각종 폐기물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폐기물이란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인지 업사이클 제품은 희소성이 크다.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곧바로 환경보호로 이어지는 것도 장점이다. 사회적으로 친환경 트렌드가 주목받으면서 업사이클 산업을 향한 소비자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폐기물이나 재고를 활용해 업사이클링 캠페인을 진행하는 기업도 많아졌고, 소비자의 반응도 뜨겁다. 지난 4월 업사이클 업체 테라사이클과 빙그레가 만든 ‘분바스틱(분리배출이 쉬워지는 바나나우유 스틱)’이 펀딩에서 4000개가 순식간에 품절돼 추가생산에 들어간 건 대표적 사례다. 

국내에서 업사이클 산업이 주목받은 건 2017~2018년. 지역 곳곳에 업사이클링 센터가 문을 연 것도 이 시기다. 예컨대 2017년 9월 서울 성동구에 문을 연 서울새활용플라자엔 수십개의 업사이클링 브랜드 업체, 교육시설, 공방 등이 입점해 있다. [※ 참고 : 새활용은 업사이클의 표준어다.] 

이곳에선 시민을 위한 새활용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각종 장비도 있어 업체나 주민이 업사이클 제품을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업사이클링 산업은 몇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란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시장 규모가 수년째 그대로다. 여전히 재활용품 시장(5조원대)의 0.01% 수준에 머물러 있다. 눈에 띄는 업체도 거의 없다. 업사이클 브랜드는 100여개(2018년 말 기준)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이 스타트업, 공방 등이다. 시장을 선도할 만한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은 코오롱FnC의 래코드(RE;CODE)가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고 업사이클 제품이 소비자에게 쉽게 다가서고 있는 것도 아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고 디자인이 예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해외 업사이클 업체의 관계자는 “폐기물을 세척하고 처리하는 공정이 있다보니 제품 가격이 비싸다”며 “아무리 의미가 좋아도 구매욕구를 소비로 잇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폐타이어 등으로 만든 가방의 가격은 20만~30만원이 훌쩍 넘는다. 소비자 커뮤니티에선 “사고 싶은데 너무 비싸다” “합리적인 업사이클 브랜드를 알면 공유해달라”는 고민을 쉽게 볼 수 있다. 

재고 관리가 까다롭고 판로를 개척하기 어려운 것도 문제다. 업사이클 제품을 구입하지 않은 이들 중 61.1%가 ‘인식 부족’을, 24.6%가 ‘구매처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을 정도다(경기연구원 설문조사). 국내 업사이클 브랜드 관계자는 “재고가 없어야 하니 생산량이 적고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한다”며 “폐기물 수급에 따라 만드는 만큼 제품이 적어 유통채널을 늘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참신한 업사이클 제품들이 좀처럼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이유다.

 


심지영 더스쿠프 기자
jeeyeong.shim@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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