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들은 왜 저래”… 아직도 궁금하신가요?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여성은 비슷한 듯 다른 특징을 지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여성은 비슷한 듯 다른 특징을 지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쟤는 어렵게 취업해 놓고 왜 저렇게 빨리 퇴사를 해?”
# 충성의 대상이 꼭 회사여야 하나요? (임홍택 저 「90년생이 온다」 중)


“쟤는 신입사원인데 어떻게 한번도 일찍 출근하는 법이 없어?”
# 빨리 온다고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왜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와야 하나요?  (임홍택 저 「90년생이 온다」 중)

야무지긴 하지만 낯설기만 한 MZ(밀레니얼ㆍZ)세대를 배우려는 글로벌 기업이 숱하다.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가량을 차지할 만큼 MZ세대가 주력세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Z세대, 그중에서도 여성은 어떤 이들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다층적인 MZ세대 여성을 분석해 봤다. 이재은 여성라이프스쿨 대표가 함께했다.  


MZ세대는 전체 인구의 30% 이상, 기업 구성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MZ세대가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세대ㆍX세대에 이어 주력세대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실제로 사회의 굵직한 이슈 중심엔 MZ세대가 있다. 숱한 글로벌 기업이 MZ세대를 연구하기 위해 힘을 쏟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쟤들은 왜 저래?” 아직도 이런 편견과 의문을 품고 있다면 당신은 좋은 CEO가 아닐지 모른다. 그럼 모두가 궁금해하는 MZ세대는 누구일까.

“잘 쉬는 게 혁신이야”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된다”…. 지난해 미디어를 휩쓴 EBS 캐릭터 ‘펭수’의 명대사다. 할 말은 하는 당당한 펭수는 단숨에 Z세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렇다면 펭수는 정말 Z세대의 모습을 담고 있을까. 

거침없이 할 말 하는 펭수는 Z세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사진=연합뉴스]
거침없이 할 말 하는 펭수는 Z세대의 상징으로 여겨진다.[사진=연합뉴스]

# 대학 졸업 후 마케팅 회사에 취업한 김수현(26)씨는 1995년생 ‘Z세대’다. 첫 출근 당시 김씨의 사수는 “업종 특성상 퇴근시간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사수는 ‘워라밸’이라곤 없어 보이는 일상에 적응한 모습이었다. 김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는 “불필요하게 긴 회의나 눈치보기식 야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퇴근 후에도 운동이나 독서모임 등 할 일이 너무 많지 않으냐”고 말했다. 김씨는 퇴근시간인 오후 6시 전 할 일을 모두 마치고 정시에 퇴근한다. 

# 김씨의 사수 박은영(34) 대리는 1987년생 밀레니얼세대다. 박씨는 오랜만에 뽑은 신입사원에게 도무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이유는 사소한 것들이다. 예컨대 입사 후 한달간 출근시간보다 빨리 온 적이 없다. 늘 ‘9시 땡’ 출근이다. 박씨는 “신입사원 때는 적어도 5분 전엔 출근해서 자리를 지키지 않느냐”면서 “출근은 가장 늦고 퇴근은 가장 빠른 게 이해가 안 되다가도 ‘저게 당연한 건데. 내가 너무 노예근성에 젖어있었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박씨는 행여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이들을 바라보는 한승일(48) 부장은 1973년생 X세대다. 그는 요즘 답답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오늘도 오후 6시를 조금 넘긴 시간, 신입사원 김씨에게 업무를 확인하려는데 김씨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퇴근한 김씨에게 “내일 오전에 보고해 달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겼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한씨는 “퇴근 후에 연락해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업무 관련 내용인데 답장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입사한 지 이제 한달인데 휴가를 쓰겠다고도 하더라”면서 “그래도 ‘라떼는 말이야’의 대명사가 되긴 싫고 Z세대를 이해해 보려고 ‘90년대생’을 기술해 놓은 책도 샀다”고 말했다. 

MZ세대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사회도, 기업도 그렇다. MZ세대는 1980~1994년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에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7% (총 5142만명 중 1736만명ㆍ통계청 2019년 기준)이다. 이들은 생산과 소비 능력이 가장 좋은 주력세대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주요 기업 구성원의 60%가량이 MZ세대다. 

시대의 무게중심이 ‘베이비부머세대(1955~1964년생)’와 ‘X세대(1965~1979년생)’에서 MZ세대로 옮겨가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기업 CEO의 45.0%가 ‘밀레니얼세대의 요구가 기존 세대의 요구와 어떻게 다른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38.0%가 ‘밀레니얼세대에 맞춰 사업 비즈니스를 리포지셔닝’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2019 Global CEO outlookㆍKPMG).

그런데 MZ세대, 특히 여성을 하나로 묶어서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들은 정서적으로 유사하면서도 각기 다른 성향과 행동패턴을 나타낸다. 무엇보다 MZ세대를 길러낸 부모세대와 자라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밀레니얼세대는 대부분 베이비부머세대의 자녀로 태어나 유년기엔 경제 호황기를 성장기엔 IMF 외환위기를 겪었다.  

반면 Z세대는 X세대의 자녀로 태어나, 유년기엔 IMF 외환위기를, 성장기엔 2008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다. ‘자기 할 말은 하는’ 펭수가 Z세대의 상징이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관습에 저항하고 개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X세대 부모를 둔 Z세대가 밀레니얼세대보다 더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거다. 또 밀레니얼세대가 성장기에 들어서야 인터넷ㆍPC 등을 사용했다면 Z세대는 유년기부터 모바일ㆍ스마트폰을 사용한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에 가깝다. 

글로벌 기업이 MZ세대 배우기에 열심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기업이 MZ세대 배우기에 열심이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슷한 듯 다른 MZ세대는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의 중심에 서 있다. 대표적인 게 젠더(gender) 이슈다. 젠더 이슈가 중요한 건 MZ세대의 커리어와 라이프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어떤 젠더의식을 가지고 어떤 커리어와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을까. 

먼저 밀레니얼세대는 그동안 여성에게 부여돼온 기존의 성역할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여성을 향한 편협한 시각이나 성차별적 발언ㆍ행동에 적극적으로 저항한다. 평등한 육아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추구하고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구조적인 상황에 좌절하기도 한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속 주인공 ‘지영’이는 밀레니얼세대 여성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반면 Z세대는 적극적인 ‘페미니스트’에 가깝다. 이들은 ‘사회에 차별이 만연해 있다’고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서로 연대한다. 밀레니얼세대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을 정의하는 반면 이들은 열린 젠더 관념을 지녔다. 레즈비언ㆍ트랜스ㆍ인터섹스ㆍ논바이너리 등을 모두 여성으로 받아들인다. 성 자체를 ‘부여받는 것’이 아닌 ‘선택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셈이다.

추구하는 커리어나 라이프 스타일도 다르다. 밀레니얼세대가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추구했다면 Z세대는 ‘워라블(work-life blend)’을 좇는다. 밀레니얼세대가 엄마로서의 삶과 일을 병행하기 위해 퇴근 후엔 일에서 ‘로그아웃’하길 원한다면, Z세대는 오롯이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 일과 생활을 적절히 ‘섞기’를 원한다는 거다. 특히 Z세대는 하나의 직업만을 추구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직업적 활동을 통해 자신을 성장시켜 가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게 비슷한 듯 다른 MZ세대가 주력세대로 떠오르면서 이들을 잡으려는 기업에도 많은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준영 상명대(경제금융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MZ세대는 사회적 공정성이나 정의를 중요시하는 세대다. 아울러 ‘업글인간(업그레이드 인간)’이란 말이 유행할 만큼 커리어에 있어서도 ‘자신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중요 관심사로 둔다. 그만큼 기업도 이들의 니즈에 맞춰 변화해야 한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도움 = 이재은 여자라이프스쿨 대표(교육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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