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펄펄 끊어서 30대 소외받았나
젊은층 외면하는 청약제도 자체가 문제
청약제도 개편방안 광범위하게 논의할 때

부동산 시장이 펄펄 끓어오르면서 청약시장에서 30대가 홀대를 받는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집값이 지나치게 높아져 가점을 쌓을 시간이 부족한 30대가 필연적으로 시장에서 밀려난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청약제도가 30대 젊은층보단 무주택 기간이 긴 기혼자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분석이지 않은가. 더스쿠프(The SCOOP)가 30대 청약 홀대론을 꼬집어봤다.

2007년 도입된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거나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사진=뉴시스]
2007년 도입된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길거나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유리하다.[사진=뉴시스]

# 2년 전 결혼한 A씨는 30대 무주택자다.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청약통장을 만들어놓은 덕분에 신축 아파트 청약에 도전할 자격이 있다. A씨는 자신의 청약 가점을 계산해봤다. 무주택 기간 2년, 청약통장 가입 기간 12년, 부양가족 수 1명으로 계산하니 총 29점이 나왔다. 올해 8월까지 서울의 청약 당첨 평균 가점은 63점이었다. 턱없이 높은 점수다. A씨는 “일반 청약보다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노리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청약으로 집 사기 어렵다” “서울 아파트 30대 당첨률이 떨어졌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30대가 청약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집을 마련하는 게 힘들다’는 불안감 탓에 아파트 매매에서 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도 청약 과열의 근거로 쓰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20년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 30.4%를 30대가 거래했지만 8월엔 36.9%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평균 비중(31.8%)과 비교하면 5.1%포인트 상승했다.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송석준 의원실(국민의힘)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30대 청약 당첨률은 지난해 26.2%에서 올해 10.5%로 떨어졌다. 청약 당첨 가점도 높아졌다. 2019년 서울에서 분양한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아파트 청약 당첨 평균 점수는 53점이었고 올해 8월까지의 청약 당첨 평균 점수는 63점으로 1년 만에 10점이 늘었다.

만 35세가 평균 점수인 63점을 받기 위해선 ▲청약통장 가입기간 15년 이상(17점 만점) ▲무주택 기간 5년 이상(12점) ▲부양가족 5인 이상(30점 이상)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런 조건을 갖춘 30대를 현실에서 찾는 건 쉽지 않다. 청약 가점으로 30대가 서울에서 집을 사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30세부터 무주택 기간 집계하니

그렇다면 젊은층과 청약이 멀어진 건 ‘집값 상승’ 탓일까. 그렇지 않다. 청약 가점은 애당초 30대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 1977년 도입된 청약부금제도를 시작으로 2007년 청약 가점제(주택공급에 관한 규칙)가 도입되기까지 청약제도는 ‘무주택 기간이 긴, 기혼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가장 큰 점수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양가족 수로 6명 이상이어야 만점인 35점을 채울 수 있다. 결혼한 시점부터 계산하거나 만 30세부터 집계하는 무주택 기간은 만점 32점으로, 두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청약통장 가입기간은 만 17세부터 인정돼 총 17점까지 얻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수가 쌓이는 구조다. 

 

그렇다 보니 30대에 결혼하지 않았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은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려워 청약 가점으로 집을 사는 게 어렵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펄펄 끓어올라 젊은층의 청약이 어려워졌다는 주장은 청약 제도의 기준을 간과한 견해다. 

그렇다면 아파트 공급량을 늘려야 ‘청약 30대 홀대론’을 불식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떨까. 정말 신축 분양이 늘면 청약 경쟁이 약해질까. 수도권과 달리 올해 분양 물량이 늘어난 부산 아파트 시장을 확인해보자. 올해 1~8월 부산 아파트 공급은 1만1233호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1만187호) 10.3% 증가한 수치다. 청약 경쟁률은 약해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았다. 올해 평균 경쟁률은 69.2대 1로, 지난해 같은 기간(10.4대 1)보다 훨씬 치열했다. 아파트 공급을 늘린다고 청약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고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때문에 ‘청약제도에서 무주택 청년층을 위한 공급 비중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대책은 적절해 보인다. 국토부는 지난 9월 “공공주택에서 생애 최초 특별공급 비중을 20%에서 25%로 늘리는 내용이 포함된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공주택이 아닌 민영주택(85㎡ 이하)에서도 젊은층의 수요가 높은 주택은 7%(민간택지), 15%(공공택지)의 물량을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게 공급하겠다”는 방안도 발표했다. 

청약 가점이 낮고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인 가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청약 가점이 낮고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1인 가구는 지속해서 늘고 있다.[사진=뉴시스]

하지만 단순한 비중 조정만으론 완벽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청약 가점의 기준을 모조리 바꾸거나 다른 점수 기준을 추가하지 않고 비중만 조정하는 정도로는 젊은층의 내집마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청약제도 손질 시작해야 

시간이 지날수록 청약 가점이 높은 사람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청약 가점 당첨 기준이 상향 평준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그럴수록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은 청약시장에서 계속 불리한 위치로 내몰린다. 현재의 기준이 유지된다면 젊은층의 내집 마련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얘기다. 
구본기 구본기생활경제연구소장은 “지금의 청약 제도가 최선인지는 총체적으로 검토를 해볼 필요가 있다“며 “지금은 공공 분양을 중심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이 역시도 임시방편”이라고 말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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