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 뛰어든
화장품 수출업체 유리코스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의 패션·화장품 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 기업의 수출처가 중화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이고, 언제 어디서든 가격경쟁을 펼쳐야 한다는 건 부담이다. 화장품 수출업체 유리코스는 이 두가지 모두 자신 있다며 치열한 화장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승산이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의 스타트업 열전 제1편 유리코스의 도전 편이다. 

K-뷰티 바람을 타고 한국 화장품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K-뷰티 바람을 타고 한국 화장품 수출이 활발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2018년 5월, 한국 패션·화장품 업계가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슈에무라·메이블린·비오템 등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를 갖고 있는 로레알그룹이 한국의 패션업체 ‘스타일난다’의 지분 100%를 사들였다. 인수 금액은 무려 6000억원이었다. 

# 놀라운 일은 이듬해에도 발생했다. 미국의 화장품 업체인 에스티로더가 ‘닥터자르트’ 브랜드를 갖고 있는 국내 화장품 업체 해브앤비(Have&Be)를 인수했다. 2015년 이미 해브앤비의 주식 20%를 사들였던 에스티로더는 4년 후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당시 해브앤비의 기업가치는 약 2조원으로 평가됐다. 로레알그룹은 스타일난다의 화장품 브랜드 3CE(3 concept eyes)가 중화권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에스티로더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오랜 시간 해브앤비를 지켜봐왔다.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아모레퍼시픽(12위), LG생활건강(15위), 해브앤비(62위), 에이블씨엔씨(78위) 등의 이름이 올랐을 정도다. 수출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프랑스·미국·독일에 이은 세계 4위 화장품 수출국가다. 

2009년까지만 해도 17위에 머물렀지만 K-뷰티가 확산하기 시작한 2016년에 5위로 도약했고, 2018년부턴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참고: 수출 규모로는 싱가포르가 네번째로 크지만 대부분 중개무역이라 순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렇다고 약점이 없는 건 아니다. 중화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건 풀어야 할 숙제다.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46.8%)과 홍콩(14.2%)에 수출하는 비중은 61.0%에 이른다. 그 뒤를 미국(8.1%), 일본(6.2%), 베트남(3.4%)이 잇고 있다. 

올해 화장품 수출업체 ‘유리코스’를 창업한 김선미 대표가 주목한 건 바로 이 점이었다. “직전 회사에서 화장품사업부를 총괄하며 해외 바이어를 상대하다 보니 그들이 K-뷰티에 주목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중남미 국가에서 마스크팩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중남미 지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들이 한국의 마스크팩을 찾는 이유를 단번에 알게 됐습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기후가 변하고 기온차가 심하다 보니 피부가 많이 건조해지더라고요.”

해외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경쟁력을 확인한 그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이 고민을 공유하고, 조언을 얻었다. “이왕 창업하기로 마음먹었으니 잘해보고 싶었습니다.” 출시만 하면 될 만큼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에야 그는 화장품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창업 한달 만에 제품 생산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친 상황이었지만 그는 두렵지 않았다. 제품 없이 바로 영업에 뛰어들었는데도 바이어들은 그의 손을 외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려 줄 테니 천천히 해보라”며 그를 다독여줬다.

‘준비’의 힘은 강했다. 회사를 설립한 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첫 마스크팩을 출시했다. 바이어들과는 내년 생산물량까지 상의하는 데 이르렀다. 생산부터 판매까지 가능한 유리코스의 네트워크를 창업준비 기간이 튼실하게 짜놓은 덕분이었다. 준비 기간이 길었던 만큼 인력도 공을 들여 뽑았다. 공장장만 15년, 해외영업만 20년을 해온 내로라하는 업계 전문가들이 김 대표와 함께 회사를 이끌어 가고 있다. 자사브랜드뿐 아니라 OEM·ODM 사업을 병행할 수 있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유리코스의 차별화 포인트는 숱하다.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 김 대표가 ‘발품’을 팔면서 유통비용을 개선했기 때문이다. 그는 “원료·포장·유통 등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은 많다”면서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직접 발로 뛰면 충분히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원 벤더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본사가 욕심을 버리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유통사에 힘을 실어주는 게 오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는 ‘따로 또 같이’다. “각자 가장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는 신념을 갖고 있는 김 대표는 아이템에 따라 각각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 원료·용기·포장 등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도 모두 다르다. “모두 고유의 기술력과 제품력으로 10년 이상을 일해 온 회사들입니다.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은 물론 그들도 우리를 신뢰하고 있단 얘기 아닐까요?”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닥쳤지만 K-뷰티라는 바람을 타고 유리코스는 이제 막 첫발을 뗐다. 의미 있는 성과도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창업 1년 이내에 성과를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유리코스는 벌써 수익을 창출하고 있고, 내년 하반기쯤엔 손익분기점을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0년 이내에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김 대표와 유리코스의 진짜 목표는 ‘10’ ‘100’이란 수치가 아니다. 수많은 선행기업들 덕에 유리코스가 K-뷰티의 바람을 타고 있는 것처럼 유리코스도 대한민국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그 위대한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된 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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