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부동산 규제책 통했나

지난여름 정부는 법인 부동산에 있었던 예외조항을 제외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가격별 종합부동산세율을 하나로 통일했고, 취득세율을 높이고, 양도세 추가세율을 끌어올렸다. 법인이 보유한 부동산의 폐해를 뿌리 뽑는 동시에 시장공급효과까지 꾀하겠다는 계산에서였다. 정부의 생각대로 법인에서 개인에게 넘어가는 주택은 늘어났다. 그럼 공급 효과가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법인 부동산 규제책의 효과를 분석했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법인 보유 부동산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부동산 정책은 법인 보유 부동산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사진=연합뉴스]

부동산 규제는 법인에 더 엄중했다. 6월 17일 발표된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관리방안’에는 부동산 보유 법인을 겨냥한 정책이 깔려 있었다. 

6ㆍ17 대책으로 법인은 개인 다주택자보다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됐다. 개인은 3주택자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에 2주택 이상을 가지고 있으면 과세표준구간별로 1.2~6.0%의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가 8억~12억원에 해당하는 주택은 과세표준이 3억원 이하로 1.2%의 세율을 적용받고, 시세 123억5000만원이 넘는 주택은 6.0%의 종부세율을 적용받는다는 거다.

그렇지만 법인은 다르다. 다주택자와 같은 금액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법인 소유의 주택은 가격에 상관없이 모두 종부세율 6%를 적용받는다.[※참고: 애초 법인의 종부세율은 최고 4% 수준이었지만 7ㆍ10대책이 발표되면서 최고세율도 6.0%로 조정됐다.]

공제 금액도 사라졌다. 개인 다주택자는 보유주택의 시세에서 과세표준인 6억원을 공제받지만 2021년 6월 1일부터 법인은 그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6.0%의 종부세율을 적용받고 싶지 않은 법인은 그 전에 주택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처분할 때의 부담도 커졌다는 점이다. 기본 법인세율인 10.0~25.0%의 양도세율에 추가세율 20.0%가 더해진다. 이전까지 추가세율은 10.0%였다. 20.0% 추가세율이 부과되는 시점은 2021년 1월 1일부터다. 올해 안에 주택을 매도하지 않는다면 양도할 때 더 큰 세금을 내게 된다.

주택을 새로 사려고 할 때도 절차가 더 까다로워졌다. 법인이 주택을 사거나 팔려면 법인용 신고 서식을 이용해 서류를 작성해야 한다. 10월 27일부터는 모든 법인 거래에 자금조달계획서를 첨부하는 게 의무가 됐다. 

취득세도 마찬가지다. 법인은 이전까지는 주택 가액에 따라 1.0~3.0%의 취득세를 냈지만 2020년 8월 12일부터는 12.0%로 인상됐다. 부동산 매매ㆍ임대업 법인이 건물 등으로 현물출자해 취득세를 감면받을 수 있었던 제도도 사라졌다. 개인이 법인으로 전환해 세 부담을 피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가 법인에 다주택자 개인보다도 더 강력한 제동을 건 셈이다. 

정부는 왜 이렇게까지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일까. 첫째 이유는 말 그대로 ‘규제’다. 법인이 소유한 부동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 전부터 있었다. 다주택자가 절세 목적으로 법인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임차인이 부담해야 할 위험이 개인 소유의 주택보다 컸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위험은 세입자의 보증금이다. 법인이 국세를 체납했을 경우, 세입자 보증금은 지급의무순서에서 국세, 임금, 그다음으로 밀린다. 

이는 법인 소유 부동산에 들어간 임차인에게 심각한 문제다. 개인이 소유한 주택보다 임대 보증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어 은행이 대출을 꺼리거나 대출금리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인 소유 부동산에 더 강력한 규제책을 내놓은 둘째 이유는 ‘공급’이다. 시장에 주택을 공급하는 방법은 ‘신축 분양’만 있는 게 아니다. 다주택자든 다주택 법인이든 그들이 쥐고 있던 매물이 시장에 풀리면 이 역시 공급 효과를 만들어낸다. 

법인 부동산 틀어막는 이유

그렇다면 정부의 계산대로 법인은 자신들이 보유한 물량을 풀어내고 있을까. 먼저 법인 보유 주택의 현황부터 살펴보자. 2019년 기준 전국 건축물은 724만동. 이중 법인이 보유한 물량은 49만8525동으로 전체의 6.9% 수준이다. 서울로 범위를 좁혀봤다. 59만9605동 중 4.5%인 2만7026동이 법인 소유다. 경기로 가면 비중은 더 높아진다. 119만3190동 중 19만6178동이 법인 소유로 비중은 8.9%였다.

그렇다면 법인 부동산 규제가 강화된 후 법인이 가지고 있던 주택을 내놓긴 한 걸까. 법인이 개인에게 판매한 주택(법인→개인) 거래 건수를 전국ㆍ서울ㆍ경기를 기준으로 살펴봤다. 

먼저 전국을 보자. 2020년 1월 3334건을 기록했던 전국의 ‘법인→개인’ 주택매매 건수는 5월까지 3000~4000여건을 맴돌다 6월 6269건으로 늘어난 후 7월 8420건, 8월 5450건, 9월 4950건을 찍었다. 연초 대비 증가세를 기록한 셈이다. 

서울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서울 ‘법인→개인’ 주택매매 건수는 1월 296건을 기록하고 6월까지 평균 325건을 기록하다 7월 825건으로 크게 늘었다. 8ㆍ9월엔 각각 533건, 389건을 기록하며 1월보다 늘어난 매매 건수를 유지했다. 

경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1월 1066건이었던 ‘법인→개인’ 주택매매 건수는 7월 2523건으로 가장 높았고 8ㆍ9월 1371건, 1286건을 기록했다. 전체 주택매매에서 ‘법인→개인’ 주택매매가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전국을 기준으로 1월 3.29%였던 법인 매매 비중은 9월 6.04%로 늘었다. 

법인 부동산 얼마나 내놨나

하지만 법인이 주택을 풀어놓은 게 사실이더라도 시장에 ‘공급 효과’를 줬는지는 단언하기 힘들다. 전국의 ‘법인→개인’ 주택매매 건수가 늘어났지만 전체 주택매매 건수는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법인 거래와는 다르게 전체 주택거래는 2020년 1월 10만1334건에서 7월 14만1419건을 기록하며 최고치를 찍었다가 8월(8만5272건)부터 급감해 9월 8만1928건을 기록했다. 법인이 풀어놓는 주택 물량이 늘어났지만 주택거래 자체가 둔화해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매수세가 강해지지 않았다면 법인 매도 물량이 매매가 하락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초저금리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개인 매수세가 따라붙으며 법인 매도 물량 증가가 가격 하락을 이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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