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展

➊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종이에 연필, 유채, 32×29.5㎝, 1955, 개인 소장 ➋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근대서지연구소 소장 ➌김환기, 달밤, 종이에 유채, 50×50㎝, 1951, 개인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➊이중섭, 시인 구상의 가족, 종이에 연필, 유채, 32×29.5㎝, 1955, 개인 소장 ➋김소월, 진달래꽃, 매문사, 1925, 근대서지연구소 소장 ➌김환기, 달밤, 종이에 유채, 50×50㎝, 1951, 개인 소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쳤던 1930~ 1950년대는 우리 역사에 암흑과도 시기다. 모순이 가득했고, 몰이해가 판을 쳤다. 역설적이지만 예술이 꽃을 피우는 건 이런 시기다. 시인 이상, 소설가 박태원, 화가 김환기와 이중섭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떡이게 만드는 예술가들은 이때 활발하게 예술활동을 펼치며 서로 영감을 주고받았다. 다방과 술집에 둘러앉아 부조리한 현실을 비판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021년 첫 기획전으로 암흑의 시대에 혁신을 외쳤던 자유로운 영혼들을 조명한다.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기획전에선 우울했던 시대 한가운데서 정신적으로는 누구보다 풍요로웠던 예술가들의 세계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전위와 융합(제1전시실)’ ‘지상紙上의 미술관(제2전시실)’ ‘이인행각二人行脚(제3전시실)’ ‘화가의 글·그림(제4전시실)’ 4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제1전시실의 배경은 1930년대 시인 이상이 운영했던 다방 ‘제비’다. 가장 아방가르드한 예술가라고 불리던 이상·박태원·김기림·구본웅 등은 그곳에서 문학과 미술, 음악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1920~1940년대 인쇄 미술의 성과를 엿볼 수 있다. 당시 대중적으로 파급력이 컸던 신문소설의 사보화가들을 재조명하는 동시에 시인과 화가가 만들어낸 화문畵文의 세계를 들어다본다. 미적 수준의 결정체라고 평가받는 김소월의 「진달래꽃」, 백석의 「사슴」,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근대기 시집들의 원본을 감상할 수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각 인물들 간의 개별적인 상호 관계에 주목한다. 짝을 이뤄 활동하던 정지용-장발, 백석-정현웅, 김기림-이여성, 이태준-김용준 등 대표적인 ‘문학가와 미술인’ 관계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제4전시실에선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지녔던 작가들을 조명한다. 김용준·김환기·장욱진·천경자 등 6인의 작가들이 남긴 그림과 글을 함께 감상하면서 그들의 예술관을 들여다본다.

작품 140여점, 서지자료 200여점, 각종 시각자료 300여점이 출품되는 대규모 기획전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는 오는 5월 3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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