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개척에 어려움 느끼는 예술계
디지털 전환으로 대중과 접점 찾아
선한 영향력 미치는 컴퍼니 되고파

“먹고살기 힘든 예술가들에게 날개를 달아줄 방법이 없을까.” 국내 유일의 증강현실(AR) 갤러리 몰을 론칭한 아트플랫폼 회사 ‘스타윙스’는 이런 고민에서 탄생했다. 예술이 대중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예술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안지현 스타윙스 대표가 “일상으로 예술을 확장하겠다”며 당찬 포부를 내건 이유다. 사명에 담긴 의미처럼 안 대표는 예술가들에게 스타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까. 

안지현 스타윙스 대표는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미술작가다. 그는 AR을 통해 예술을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천막사진관]
안지현 스타윙스 대표는 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미술작가다. 그는 AR을 통해 예술을 일상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천막사진관]

흔히 예술은 고상하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친숙하지 않아서다. 예술작품은 전시회나 미술관을 찾아가지 않으면 접하기 어렵다.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예술을 제대로 향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AR) 아트플랫폼 기업 스타윙스의 안지현 대표가 예술에 AR기술을 접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만 있으면 전시회에 온 것처럼 예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안 대표는 오랜 준비 끝에 지난 11월 회사를 설립하고 ‘일상에 예술을 확장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다.[※참고: 스타윙스의 사업모델은 크게 두가지다. 작품 전시와 실감콘텐츠(ARㆍ미디어아트 등)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복합문화공간 ‘갤러리XR’과 온라인에서 AR기술로 예술작품을 감상ㆍ구입할 수 있는 ‘갤러리AR몰’이다.]

✚ AR을 활용한 갤러리라는 게 생소합니다.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먼저 작가들에게 작품과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소개할 수 있는 가상 갤러리를 제공합니다. 소비자들은 여러 작가의 가상 갤러리에서 언제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데, AR기술 덕분에 실제 눈앞에 있는 것처럼 공간감을 느낄 수 있죠. 특히 AR기술로 작품을 안방, 거실 어디든 미리 배치해볼 수 있어 구입하기 전에 작품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 왜 AR인가요?
“사회 전반에 걸쳐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있어요. 예술계에서도 새로운 창작과 실험적 도전이 이어지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3D이지만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2D에 머물러 있습니다. 특히 미술작품은 이미지나 영상으로 보면 몰입감이 떨어지죠. 그래서 AR기술을 채택했어요.” 

✚ 가상현실(VR) 기술도 있지 않은가요. 
“물론 그렇긴 하지만 VR기기를 착용하거나 앱을 다운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요. 반면, 우리의 AR 콘텐츠는 웹페이지에서 클릭 한번이면 충분하죠. 중요한 건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코로나19가 잠잠해지고 대면 활동이 다시 활발해지면 AR갤러리의 필요성도 줄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예술계에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고 처음 생각한 건 코로나19 사태가 오기 전인 2017년께부터예요. 코로나19 때문에 앞당겨진 것뿐이죠.” 

 

✚ 그렇게 생각한 계기가 뭔가요?
“그건 저의 독특한 이력과 관계가 있어요.”

✚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주세요. 
“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어요. 창업경영론 수업이죠. 하지만 학교 밖에선 작가입니다. 시를 써서 신인문학상을 탔고, 공연기획도 많이 했어요. 그림도 그리고요. 제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기 시작한 건 4년 정도 됐어요. 인사문화연구원 원장으로도 있었는데, 그러면서 많은 작가들을 만났어요.”

✚ 작가들의 생리를 터득하셨겠군요. 
“작가들이 먹고살기가 너무 힘들더라고요. 유명한 일부 작가를 제외하면 대다수 작가의 작품은 거의 팔리지 않았어요. 배우자 직업이 안정적이지 않으면 그림 하나로 먹고살긴 힘들다는 걸 깨달았죠. 퇴보하지 않으려면 끊임없이 그려야 하는데, 팔리진 않으니 생활은 어렵고 그림은 계속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밖에 없어요.” 

✚ 디지털 전환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건가요.
“일반 갤러리에선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았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죠. 그런데 제가 강의하던 클래스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학생들에게 창업 교육을 했는데,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연구를 많이 했죠. 예술계도 디지털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작가들에겐 새로운 판로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그런데 예술은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은 분야 중 하나 아닌가요. 
“맞아요. 예술계가 그쪽에선 특히 느려요. 사실 저도 처음부터 AR을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어떻게 예술과 디지털을 융합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걸 알고 있는 지인이 AR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팝스라인) 대표를 소개해줬어요. 만나서 AR기술을 확인해보니 이거다 싶었죠.”

✚ 전통을 중시하는 예술계에서 쉽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을 듯해요. 
“맞아요. AR이라고 하면 아직 기술 수준이 낮고 구현이 잘 안 되는 줄 알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팝스라인은 국내에서도 독보적인 AR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AR로 구현한 예술작품을 직접 보여주면 다들 생각이 바뀌죠.”

 

✚ 작가도 양성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작가들이 열심히 작품 활동을 하는데, 힘들어하는 거 보면서 판로를 개척해주고 싶었어요. 예술대 나와서 벌어먹기 힘드니 예술을 포기하는 청년작가들이 많아요. 안타까움이 많았죠. 회사 이름을 ‘스타윙스’라고 지은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 작가들에게 스타의 날개를 달아주자는 뜻입니다. 아직은 창업한 지 얼마 안 돼서 작가를 발굴하는 중이에요.”

✚ 그러기 위해선 예술이 대중과 좀 더 친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갤러리 이름이 갤러리XR이에요. X는 ‘확장하다(extend)’라는 뜻입니다. 여기엔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게 하겠다는 포부가 담겨있죠. 유럽에 가면 그림, 건축, 음악, 낙서 등 보이는 게 다 예술입니다. 우리나라는 그런 문화가 아니죠. 그것들을 근엄하거나 혹은 경박하게 여겨왔어요. 하지만 갤러리XR을 통해 일상으로 예술이 확장되면 좀 더 창의력이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 힘든 길입니다. 
“어려운 작가를 후원하고, 예술 소외 계층이 쉽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선 작가도 소비자도 많아야 활성화하죠. 글로벌 온라인 아트페어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그 때문입니다. K-팝, K-무비, K-드라마가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것처럼 전세계로 K-아트를 확산하고 싶어요.”

✚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스타윙스를 굿 컴퍼니로 성장시키고 싶어요. 작게는 미술계, 크게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기업으로 말이죠. 우리를 통해 행복을 느끼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 매개체는 예술작품이에요. 앞으로 더 확장해나갈 겁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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