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창업법인 연간 12만개
5년 생존율 30%에 불과한 현실
예비 창업자 위한 선배 창업자의 편지

내 마음대로 결정하고, 상사에게 욕먹을 일도 없고, 쉬고 싶을 때 쉬고…. 언뜻 보면 창업시장은 더할 나위 없는 ‘자유의 땅’입니다. 그래서 ‘워라밸’을 꿈꾸는 젊은층 중엔 ‘창업’을 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정말 창업시장이 그렇게 만만한 곳일까요? 그렇게 경제적 자유부터 시간적 자유까지 갖춰진 곳이라면 ‘죽음의 계곡(창업 5년차)’을 넘는 기업이 30%에 불과한 이유는 뭘까요? 여기 창업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8명의 창업자가 있습니다. 이들은 한결같이 “창업 후 겸손함과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합니다. 그만큼 창업시장이 ‘힘겨운 곳’이라는 방증입니다. 창업자 8명이 보낸 편지를 읽어보시죠. 창업을 꿈꾸고 있거나 준비하는 이들에겐 도움이 될 겁니다. 

8명의 창업기업 CEO는 “스스로 확신을 갖고 쉽게 낙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8명의 창업기업 CEO는 “스스로 확신을 갖고 쉽게 낙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12만3305개. 지난해 창업한 신설 법인기업 수다. 몹쓸 바이러스도 ‘창업 열풍’을 꺾지 못한 셈이다. 그런데 뜨거운 창업열풍 이면엔 한국 사회의 위태로운 자화상自畵像이 깔려 있다. 꿈과 희망을 좇아 창업에 도전한 이들도 있겠지만, 등 떠밀리듯 혹은 재취업이 어려워 이 시장에 뛰어든 사람들도 적지 않아서다.

창업했다고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것도 아니다. 성장은커녕 생존을 담보하기도 힘든 곳이 창업시장이라서다.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리는 창업 5년차까지 살아남는 기업이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는 통계는 냉혹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렇다고 창업을 말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자리 안전망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창업시장(자영업)’은 생계를 걸고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런데도 미디어들은 창업시장을 ‘환상의 땅’으로 묘사하곤 한다. 성공한 사람들을 조명하고 대박을 친 창업자에게만 포커스를 맞춘다. 창업의 순간에 필요한 것, 창업 초창기에 필요한 결단들,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팁을 알려주는 곳은 거의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만난 8명의 창업기업 CEO들에게 ‘내 창업 1년차의 기록’을 회상해 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업을 꿈꾸거나 준비하는 이들에게 ‘진짜 팁’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선배 창업자들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그 첫 장을 연다. 

코로나19의 파도는 높았다. 경영 환경이 악화하자 기업들은 ‘채용문’을 닫았다. 고용지표는 하락세를 그렸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6월 61.6%이던 고용률은 지난해 60.4%(이하 6월 기준)로 떨어졌다. 올해엔 61.3%까지 회복됐지만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취업 전선에 뛰어들 25~29세 청년들의 고용(2019년 6월 70.3%→2021년 6월 68.4%)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

가장 활발하게 직장생활을 해야 할 30대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직장에서 밀려나는 중년들의 재취업도 쉽지 않다. 30·40대 고용률은 각각 75.4%, 77.7%로 코로나19 사태 이전(76.5%, 78.5%)보다 악화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많지 않다. 1순위는 ‘창업’이다. 청년들 중엔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문을 뚫느니 ‘나만의 사업’을 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창업을 부추기는 요인도 많다. 정부는 다양한 지원 사업을 내세우며 청년들의 창업을 독려한다. ‘도전정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창업에 뛰어들라는 거다. 

특히 2018년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겠다며 시작한 ‘K-유니콘 프로젝트’는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끌어올렸다. 미디어도 ‘창업 성공 신화’를 쏟아낸다. “소셜커머스로 시작한 쿠팡이 11년 만에 55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모텔 청소부로 시작한 ‘흙수저’ CEO가 숙박앱(야놀자)을 론칭해 2조원(손정의 비전펀드) 투자를 유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창업하면 자유로워진다’는 환상도 움튼다. “괜찮은 아이템만 있다면 남의 눈치 보고 일하느니 창업해서 광명을 찾을 수 있다”는 거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알바몬이 대학생과 직장인 955명에게 ‘창업 의향(2021년 5월 기준)’을 물어본 결과, 대학생의 83.3%, 직장인의 82.1%가 ‘창업에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창업을 원하는 이유로는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남성ㆍ56.0%)’ ‘하고 싶은 일을 하며 개인적 만족을 찾기 위해서(여성ㆍ51.8%)’가 가장 많았다. 창업이 경제적 자유부터 삶의 만족까지 가져다 줄 거라 믿는다는 얘기다. 

창업 5년차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린다. 이 고비를 넘는 창업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창업 5년차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 불린다. 이 고비를 넘는 창업기업은 10곳 중 3곳에 불과하다.[사진=뉴시스]

그래서일까. 불붙은 창업 열풍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도 무색하게 했다. 지난해 신설 창업기업 법인은 12만3305개로 전년(10만9520개) 대비 12.6% 증가했다. 2011년 이후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개인기업까지 합산한 신설 창업기업 수는 148만4667개에 달했다. 

그렇다면 창업시장은 정말 환상의 땅일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무엇보다 창업 5년차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하는 기업은 여전히 수두룩하다. 창업기업 생존율(이하 2019년 기준ㆍ양금희 의원실)은 1년차 65.0%, 2년차 52.8%, 3년차 42.5%, 4년차 35.6%, 5년차 29.2%에 그쳤다. 창업기업 10곳 중 3곳만이 5년차까지 살아남는 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가 평균 창업기업 생존율 41.7%(5년차 기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창업시장은 커졌지만 창업기업의 성공적 연착륙은 여전히 어렵다는 얘기다. 창업기업이 고전하는 이유는 숱하다. 무엇보다 사업이 안정화할 때까지 버틸 ‘자금’이 부족한 곳이 많다. 배두현 대한상공회의소 선임은 “벤처투자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이중 대부분이 창업 중·후기에 몰려 있다”면서 “초기 투자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한국 창업기업의 단계별 벤처투자 비중을 살펴보면 중·후기 비중이 86.0%(이하 2018년 기준ㆍCB인사이트)에 달한다. 초기 투자 비중은 14.0%에 불과하다. 미국(26.0%), 중국(23.0%)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창업기업이 가능성만으론 투자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고, 스스로 몸값을 증명해 내야 하는 셈이다. 

그렇다고 초기 창업기업에 투자하는 문화가 당장 형성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벤처투자가 중·후기에 몰리는 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기업공개(IPO) 등을 통한 투자 회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배두현 선임은 “투자금 회수시장(IPOㆍM&A 등)이 경직돼 있어 신규 투자 유입이나 활성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창업→성장→투자 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기반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셈이다.  

창업기업의 ‘실패’가 더욱 위험한 건 이런 상황에 기인한다. 대출을 끌어모아 초기자금을 마련한 기업이 수두룩해서다. 그렇다고 창업에 실패한 이들의 재기를 도와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잘 갖춰진 것도 아니다. 5년 내 10곳 중 7곳꼴로 문을 닫는 창업기업, 그 속엔 무너지는 청춘도 있다. 

이렇게 숱한 위험요인이 상존하지만 미디어들은 ‘창업 성공 신화’만 조명한다. 대박을 친 창업자들의 스토리만 좇는다. 창업의 고되고 외로운 단면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창업을 꿈꾸거나 준비하는 이들이 알고 싶어 하는 건 따로 있다. 창업 전 준비해야 할 것들, 창업 초기에 필요한 결단들, 위기가 왔을 때 넘어서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8명의 창업기업 CEO들에게 ‘내 창업 1년차의 기록’을 들려달라고 부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넘지 못한 죽음의 계곡 

8명의 창업기업 CEO들은 “스타트업은 모든 게 새롭고 힘들다”면서 입을 모았다. 세워둔 계획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고 시행착오의 연속이라는 거다. 그러면서 그들은 스스로 깨친 여러 조언을 전했다.

“고정비를 줄이고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김창준 비알씨테크 CFO)” “대출은 최후의 보루로 여기고, 대출 받을 땐 시기를 잘 골라야 한다(김정석 클라우드앤 대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작게 시작하라(윤성규 팀메모리 대표)” “창업엔 계획보다 2~3배의 시간과 돈이 든다(정근식 콘스탄트 대표)” “세워둔 계획보다 시장은 빠르게 변화한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박진수 콜로세움코퍼레이션 대표)” “급변할 기업의 상황에 대비해 팀원 간 합의된 운영 기준을 미리 만들어라(진준화 핀즐 대표)”…. 그중에서도 공통된 조언은 하나였다. “스스로 확신을 갖고, 쉽게 낙담하지 말고, 완주하라. 그게 창업이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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