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채민정 누리동 꿈공장 대표
유기동물 인식 개선 위한 프로젝트
유기동물 스토리텔링 제품 제작 · 판매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가 열렸다. 5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얘기다. ‘동물권리’를 둘러싼 논의도 활발하다. 그렇다면 동물의 삶은 나아졌을까. 아니다. 갈 길은 아직 멀다. 무엇보다 버려지는 반려동물이 숱하게 많다. 2020년에만 13만 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섯 학생들이 나섰다. ‘누리동 꿈공장’을 통해서다. 

‘누리동 꿈공장’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사진=천막사진관]
‘누리동 꿈공장’은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사진=천막사진관]

# 대한민국 물 좋고 공기 좋은 어딘가에 ‘누리동’이라는 마을이 있다. 여기엔 꿈공장이 있고, 도서관도 있고, 동사무소도 있다. 독특한 건 마을 주민이 동물이란 점이다. 누리동 꿈공장에선 동물들이 꿈을 펼친다. 

# ‘한몽이’는 개농장 좁은 철창에서 구조된 유기견이다. 한몽이의 꿈은 다른 친구들과 너른 벌판을 뛰노는 거다. 한몽이는 누리동 꿈공장에 도착하고 그곳에서 꿈을 이룬다. 한몽이의 꿈 이야기는 일러스트로 만든 굿즈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다.

급증하는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섯 청년이 뭉쳤다. 2020년 부천시 단비기업으로 선정된 ‘누리동 꿈공장’에서다. 가톨릭대 창업동아리로 시작한 누리동 꿈공장은 유기동물의 이야기를 소재로 만든 굿즈(엽서ㆍ테이프ㆍ메모지 등)를 제작ㆍ판매하는 스타트업이다. 이들 다섯 청년이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을 가진 건 ‘반려동물 1000만 마리 시대’의 그림자를 함께 느끼면서다. 

실제로 지난해 13만 마리에 달하는 동물이 버려졌다. 이들 중 20%가량은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한 채 안락사당했다. 2020년 창업 동아리 ‘629’에서 만난 다섯 청년은 유기동물 구하기에 나섰는데, 이게 누리동 꿈공장의 시작이었다.[※참고: 누리동 꿈공장은 ‘동물들이 누릴 수 있는 꿈이 이뤄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채민정(25) 누리동 꿈공장 대표는 이렇게 설명했다. “팀원 모두 반려동물을 키우는 만큼 유기동물 문제에 관심이 많았어요. 처음엔 함께 유기동물보호소에 나가서 봉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죠. 나아가 봉사자와 유기동물보호소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자는 계획을 세웠어요.”

하지만 629 동아리는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탓이었다. 몹쓸 바이러스는 유기동물들을 더욱 날카롭게 위협했다. 유기견 입양이 감소하고, 유기동물보호소를 후원하는 손길이 줄었다. 봉사자의 발길마저 끊기면서 유기동물보호소의 사정이 악화했다. 운영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다. 학생들이 ‘누리동 꿈공장’을 기획한 건 그 무렵이었다. 

“저희가 봉사를 나가던 유기동물보호소 몇곳이 문을 닫았어요. 결국 다른 방식으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했죠.” 그래서 떠올린 게 사람들이 많이 구입하는 굿즈에 유기동물 문제를 녹여내는 거였다. 굿즈를 구입한 사람들이 유기동물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돕고, 거기서 얻은 수익금으로 유기동물보호소를 돕는 ‘착한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탄생한 게 동물들이 주인인 가상의 마을 ‘누리동’이었다. 

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대학생들이 굿즈를 제작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시제품 제작에도 만만찮은 비용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종잣돈 마련을 위해 숱한 창업지원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렸고, 2020년 5월 부천시 단비기업에 선정됐다. 최근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629 꿈공장)에 입점해 본격적인 판매도 시작했다. 채 대표는 “단비기업이라는 마중물을 만난 덕분에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었다”면서 “유기동물의 이야기가 담긴 굿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누리동 꿈공장이 단순히 굿즈를 판매하는 곳은 아니다. ‘유기동물 문제 해결’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판매 수익금을 유기동물보호소에 기부하고 있다. 누리동 꿈공장 측은 “수익금 사용 내역과 기부 내역은 블로그ㆍSNS에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동 꿈공장이 직접 발로 뛰어 인터뷰해 만든 ‘뉴스레터’도 사회활동의 일환이다. 뉴스레터를 통해 누리동 꿈공장은 사람들이 무관심하기 쉽지만, 알아야 하는 동물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당근마켓에서 거래되는 반려동물’ ‘2만원에 반려동물을 대여해주는 업체’ 등 주제도 다양하다. 

물론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굿즈가 문구류에 한정돼 있다 보니 기대만큼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향후 생활소품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확대할 필요도 있다. 블로그ㆍSNS 등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그럼에도 누리동 꿈공장이 품은 희망은 작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열린 ‘K-핸드메이드페어 2021’에서 조명을 받았다. K-핸드메이드페어는 말 그대로 ‘사람의 손’으로 만든 제품을 알리고 판로를 개척하는 취지의 박람회다. 누리동 꿈공장은 일러스트를 직접 디자인한다는 점에서 핸드메이드페어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채 대표는 “누리동 꿈공장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며 “이를 계기로 오프라인 플리마켓이나 편집숍 입점을 통해 판로를 확대할 계획이다”면서 포부를 밝혔다. 누리동 꿈공장의 노력이 모여 유기동물 없는 세상을 열 수 있을까. “사람의 꿈과 동물의 꿈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든 멈추지 않을 생각입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르지만, ‘유기동물 없는’ 세상의 문은 활짝 열렸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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