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업계 최초 IPO 추진
연간 거래액 2조원 넘었지만…
풀기 힘든 영업적자 누적
경영권 이슈 불거질 우려도

온라인 식료품 업체 마켓컬리의 코스피 상장 작업이 순조롭지 않다. IPO 이후 주가가 곤두박질친 쿠팡의 선례 때문인지 회의적 반응이 부쩍 늘면서다. 경기침체, 인플레이션 등 좋지 않은 대외변수 탓에 마켓컬리가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켓컬리 측은 “목표대로 IPO를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문제는 IPO 이후에도 풀어야 할 난제가 숱하다는 점이다. 

마켓컬리는 올해 안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뉴시스]
마켓컬리는 올해 안으로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사진=뉴시스]

‘강남맘 필수앱’이라 불리며 소비자를 불러모은 온라인 식료품 업체 ‘마켓컬리(컬리)’. 마켓컬리는 2015년 서비스 론칭 이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지난해 회원 1000만명을 달성했고, 거래액은 2조원을 넘겼다.

연간 매출액도 1조5613억원으로 전년(9530억원) 대비 63.8% 증가했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율이 20.7%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켓컬리의 성장세는 눈여겨볼 만하다. 

그런 마켓컬리가 국내 이커머스 업체 최초로 코스피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지난해 11월엔 2500억원 규모의 프리 IPO(상장 전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마켓컬리의 기업가치는 4조원대로 뛰었다.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경우 마켓컬리의 몸값이 6조~7조원대에 달할 거란 기대 섞인 전망이 나온 이유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마켓컬리를 둘러싼 시장의 반응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이유는 그리 간단치 않다. 무엇보다 쿠팡의 나쁜 선례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3월 11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은 72조원(630억 달러·공모가 35달러)에 이르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거품이 빠지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상장 4일차인 3월 15일(2021년) 50.45달러까지 치솟았던 쿠팡의 주가는 올해 1월 20일 20달러선이 무너졌다. 현재 주가는 12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경쟁 심화, 지속되는 적자 누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마켓컬리가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쿠팡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연승 단국대(경영학) 교수는 “쿠팡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미국 주식시장과 비교했을 때 한국 주식시장이 ‘디스카운트’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마켓컬리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내외 상황마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 인상, 40년 만의 인플레이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우리가 손쓸 수 없는 숱한 대외변수가 IPO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정연승 교수는 “자본시장이 역대 최악의 상황에 놓여 있다”면서 “IPO 기업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높아지고, ‘프리미엄’을 받기는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켓컬리를 둘러싼 반응이 냉랭해진 이유는 또 있다.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마켓컬리의 적자다. 마켓컬리는 지난해 영업적자 217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1162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적자폭이다. 

물론 마켓컬리는 적자 여부와 관계없이 상장이 가능한 ‘K-유니콘’ 특례상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언급했듯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IPO 흥행에 실패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참고: 한국거래소는 쿠팡의 뉴욕증시 상장 이후 유니콘 기업의 국내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K-유니콘’ 특례상장 제도를 마련했다.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유니콘 기업은 영업이익이 없거나 미미하더라도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다.] 

이 때문인지 업계 안팎에선 마켓컬리가 IPO 완주를 포기하고 추가 투자 유치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7월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 투자를 유지한 마켓컬리가 시리즈G 투자 유치에 나설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시장의 반응에도 마켓컬리 측은 “올해 상장 목표는 변함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켓컬리가 지속적으로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대로 낮아졌다.[사진=연합뉴스]
마켓컬리가 지속적으로 외부 투자를 받으면서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대로 낮아졌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마켓컬리가 목표대로 상장에 성공하더라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는다. 창업자인 김슬아 대표의 지분율이 5.75% (이하 2021년 기준)에 불과해 경영권 이슈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마켓컬리의 주요 주주는 힐하우스캐피탈(지분율 11.89%), 세콰이어캐피탈(10.19%), DST글로벌(10.17%), 아스펙스캐피탈(8.48%), 오일러캐피탈(6.73%) 등 중국·미국·러시아·홍콩을 비롯한 외국계 투자사들이다. 마켓컬리가 지속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면서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16년 27.6%에서 5%대로 하락했다.

김 대표의 낮은 지분율을 의식한 듯 마켓컬리는 김 대표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우호지분 20%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체결하고, 상장 이후 2년간 주식을 매각하지 않은 ‘보호예수’ 확약 작업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참고: 마켓컬리 측은 해당 내용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내용이 사실이더라도 문제가 안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우호지분 20%만으로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보호예수’ 확약도 2년짜리 계약에 불과하다. 

유승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켓컬리로선 향후 김 대표의 의결권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 지분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컬리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IPO를 선언한 마켓컬리의 상황은 썩 좋지 않다. IPO 과정은 순조롭지 않고, 적자폭은 줄지 않고 있다. 마켓컬리를 창업한 김 대표의 지분율이 낮아진 것도 나쁜  변수다. 그러다보니 장외주식 시장에서 한때 10만5000원(52주 최고가)에 거래되던 마켓컬리의 주가도 4만원대에서 맴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들어선 “마켓컬리가 변한 것 아니냐”는 시장의 냉혹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IPO를 앞둔 마켓컬리가 식품 외 여행 상품·가전·화장품 등 비식품군을 확대한 게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거다. 마켓컬리 측은 “다양해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제품 카테고리를 확대했고, 소비자의 반응도 긍정적이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은 조금 다르다. 

유승우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비식품군을 확대해 외형을 키우고, 관리비·재고비용 등을 절감하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마켓컬리가 추구해온 서비스의 본질과 멀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그리 좋은 시그널은 아니다.” 마켓컬리는 여러 난제를 풀고 그들만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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