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가구와 주택 정책 ‘엇박자’

우리나라 인구는 2021년을 정점으로 꺾였다. 그러나 가구 수는 오히려 늘었다. 따로 사는 ‘1인가구’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가구가 살 만한 적정 주택은 느리게 늘고 있다. 주택 정책으로 이 느린 흐름을 바꿀 수 있을까. 추세만 보면 그럴 것 같지 않다. 

1인가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소형 주택 공급은 가구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했다.[사진=뉴시스]
1인가구는 늘어나고 있지만 소형 주택 공급은 가구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했다.[사진=뉴시스]

우리나라 인구는 줄어들 일만 남았다. 추세만 보면 그렇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인구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인구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해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건 생산과 경쟁이 위축된다는 거다.

그럼 주택난도 수그러들까. 생각해보자. 집은 어차피 계속 만들어질 테고 인구가 감소한다면 주택난도 해소될 수 있는 게 아닐까. 단언하긴 어렵다. 주택시장을 제대로 보려면 인구보다 다른 수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건 ‘가구 수’다. 인구 증가율은 2021년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가구 수는 그 반대다.

오히려 2016~2019년 1%대였던 증가율은 2020년대 들어 2%대로 늘었다. 인구가 주는데 어떻게 가구 수가 늘어난 걸까. 답은 간단하다. ‘1인가구’다. 사람은 줄어드는데 ‘따로’ 살다 보니 가구 수가 증가할 수밖에 없던 거다.

통계를 좀 더 자세히 보자. 1983만7665가구(2016년)였던 우리나라 가구 수는 2202만2753가구(2021년)로 11.0% 늘었다. 인구는 같은 기간 5126만9554명(2016년)에서 51 73만8071명(2021년)으로 -0.91%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인구 줄어도 가구 수는 증가

이런 추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곳은 서울이다. 1000만명 이상을 유지했던 서울 인구는 2016년 993만616명을 기록하며 1000만명이 무너졌고 2021년엔 950만9458명으로 9.6%(2016년 대비) 줄었다.

반면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서울 전체 가구 수는 2016년 378만4705가구에서 2021년 404만6799가구로 6.9% 늘었다. 이를 견인한 건 1인가구의 증가세다. 같은 기간 서울 1인 가구는 113만8860가구에서 148만9893가구로 30.8% 늘었다. 기준을 2019년으로 바꾸면, 서울 1인가구가 매년 9만 가구씩 늘었다. 그 결과, 2021년 서울은 3가구 중 1가구가 1인가구인 도시가 됐다.

그렇다면 주택정책은 1인가구 증가에 맞는 방향으로 움직여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경제는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점에서 1인가구가 증가하면 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요건의 주택이 늘어야 하는데, 부동산 분야에서만은 예외다. 집에서 ‘살고 싶어하는’ 사람과 집을 ‘사려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 기준 1인가구의 연령대별 분포를 보면 20대 이하가 19.8%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30대(17.1%), 60대(16.4%)로 이어진다. 20대 이하가 1인가구의 다수인 셈인데 집을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집이 아닌 ‘방(원룸)’이나 ‘고시원’ 위주로 1인가구 주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세’를 놓는 사람이 많아서다. 실제로 2020년 기준 1인가구의 절반은 전용면적 40㎡(약 12평) 이하 주택에 거주한다(통계청). 이보다 큰 주택의 경우, 임대료나 구입 비용이 부담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언급했듯 서울의 1인가구는 최근 3년간 매년 9만 가구씩 늘었지만 1인가구가 거주하는 면적의 주택은 그만큼 공급되지 못했다. 2021년 한해 서울에서 인허가받은 전용면적 40㎡ 이하 주택은 3만1765호였다. 같은 기간 늘어난 1인가구는 9만9192가구였다. 늘어나는 1인가구 규모의 30% 수준에서 새 주택이 건축 허가를 받는 거다.

그럼 점점 줄고 있는 3인 이상 가구의 변동률과 전용면적 60㎡ 초과 주택의 인허가 물량은 어떨까. 서울 3인 이상 가구 수는 2019년 159만1537가구에서 2021년 150만628가구로 3년 새 9만909가구가 줄었다.

하지만 3인 이상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전용면적 60㎡(약 18평ㆍ신축 아파트 기준으로 방3ㆍ욕실2) 초과 주택 인허가 건수는 2019년 2만5453가구에서 2020년 1만5888가구로 줄었다가 2021년 2만3034가구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물론 서울의 주택 보급률(2021년 기준)은 여전히 100% 이하인 94.9%로 주택은 더 만들어져야 한다. 다만 1인가구가 매입하거나 적정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는 40㎡ 규모의 주택의 인허가는 여전히 1인가구가 증가하는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2022년 6월 누적치를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40㎡ 이하 주택은 6713건, 60㎡ 초과 주택은 8230건으로 오히려 소형 주택보다 더 많은 인허가가 이뤄졌다.

이처럼 적절하지 않은 주택 인허가는 심각한 부작용이 남는다. 주거할 곳이 마땅치 않은 1인가구는 ‘주택 이외 거처(고시원ㆍ오피스텔 등)’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살 수밖에 없어서다.

또다른 문제는 그 수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 전체 주택 306만84 94호 중 주택 이외 거처는 27만52호로, 아파트(181만8214호), 다세대 주택(81만2403호) 다음으로 많았다. 


1인가구 외면한 주택 공급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에서 계획했던 3기 신도시 등을 포함한 200만호에 50만호를 더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가구 수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1인가구에 맞는 주택을 어느 정도로 포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오피스텔 등은 거주할 사람을 생각해서 만드는 게 아니라 팔릴 수 있는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 좁은 면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거주 면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가격에 맞춰서 만들어지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의 주택 정책은 1인가구가 늘어난 미래를 내다보고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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