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 박인철 파워풀엑스 대표

# 일명 ‘박찬호 크림’으로 유명한 코넥스 상장사 파워풀엑스. 한때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던 이 회사는 “2017년 4월 상장 이후 이렇다 할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상장 전인 2016년 41억원이던 매출은 2021년 144억원으로 251.2%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억원에서 7억원으로 줄었다. 26.8%에 달했던 영업이익률은 4.9%로 쪼그라들었다. 

# 우려는 증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8월 31일 기준 주가는 1200원으로 상장 첫날 종가인 4140원보다 71.0% 떨어졌다. 그 바람에 인터넷 주식토론방에선 주주들의 원성이 높다. 파워풀엑스의 미래 비전 제시가 절실한 시점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박인철(50) 파워풀엑스 대표를 만나 주주들이 가장 궁금해할 만한 이슈들을 물어봤다. 

박인철 대표는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곧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박인철 대표는 “우리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가 곧 실질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일명 ‘박찬호 크림’을 생산하는 파워풀엑스를 얘기하기 전에 한가지 짚어봐야 할 게 있다. 이 회사 박인철 대표를 둘러싼 논란이다. 박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기를 겪던 2020년 뜻하지 않은 구설에 휘말렸다. 어느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동영상 서비스 업체 P사의 공동창업자’라고 발언했다가 그 진위를 두고 논란이 벌어진 거다.

물론 박 대표는 그 이후 파워풀엑스 홈페이지와 개인 SNS 등을 통해 논란을 해명하는 글과 함께 사과문을 올렸다. 하지만 당시 논란은 여전히 박 대표와 파워풀엑스의 신뢰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그 얘기부터 꺼내지 않을 수 없었다. 

✚ ‘P사의 공동창업자’ 발언 이후 해명을 포함한 사과문을 직접 올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그 후로 언론 노출을 최대한 자제했습니다. 다시 논란이 될까 봐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 그래도 그 얘기를 안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셨던 분들은 제가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겁니다. 저 때문에 피해를 봤을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피디께도 죄송하고요.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분명히 말하고 싶은 건 있습니다.”

✚ 뭔가요. 
“제가 ‘P사의 공동창업자’라고 말하게 된 배경입니다. 공동창업자의 의미를 ‘창립연도에 함께 지분을 투자해서 설립한 사람’으로 한정짓는다면 전 분명히 ‘공동창업자’가 아닙니다. 다만 저는 ‘공동창업자’의 의미를 ‘회사를 함께 일으킨 사람’으로 이해했습니다. 그게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맥도날드의 창업자는 미국 동부에 햄버거 가게를 차린 맥도날드 형제인가요, 아니면 맥도날드를 프랜차이즈화하는 데 성공한 레이 크록인가요? 2009년 아마존이 12억 달러에 인수한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의 창업자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닉 스윈먼인가요? 아니면 한참 뒤 돈을 투자한 토니 셰이인가요?”

✚ 판단하기 쉽지 않네요.
“아마도 그럴 겁니다.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공동창업자를 ‘창립연도에 함께 지분투자를 해서 설립한 사람’으로 한정하면 레이 크록도, 토니 셰이도 공동창업자라고 말하기 어렵죠. 하지만 우린 그들을 ‘창업자’라고 부릅니다. 지금의 그 회사가 있게 만든 이들이니까요. 물론 제가 레이 크록이나 토니 셰이 같은 인물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닙니다.”

✚ P사 대표와의 관계도 그렇게 이해했다는 건가요.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오래전부터 P사 대표와 호형호제하던 사이였고, P사에 필요한 광고마케팅을 위해 제가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 20명을 데리고 P사의 인하우스 에이전시로 들어갔어요. 이후 P사의 광고 매출이 크게 늘어나 지금의 P사가 됐고요. 저는 ‘현재’의 P사 창업 과정에서 동업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동창업자’라고 한 겁니다. 그럼에도 제가 작정하고 거짓말을 했다고 한다면 더 해명할 건 없습니다.”

✚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진행됐던 것으로 압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P사 대표가 검찰에 저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최근 불기소 처분(증거불충분)을 받았습니다. 이 처분이 ‘검증도 하지 않고 거짓말을 방송에 내보낸 거냐’며 비판을 받아온 해당 방송프로그램의 피디님들께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면 합니다. 저를 믿어줬던 분들에게 마음의 짐이 있었는데 그 짐을 좀 덜게 된 것 같아요.”

파워풀엑스는 운동을 할 때 바르는 리커버리 크림(일명 박찬호 크림)과 함께 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파워풀엑스는 운동을 할 때 바르는 리커버리 크림(일명 박찬호 크림)과 함께 성장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어쨌거나 CEO의 말 한마디가 회사 신뢰도에 타격을 준 건 사실이지 않나요. 
“타격이 없지는 않지만,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뜻하지 않은 타격이 있어도 회사가 이익을 잘 내도록 하기 위해 CEO가 있는 거 아닌가요. 뭐가 됐든 제가 해결해야 할 몫인 거죠. 저는 독 밑이 빠졌더라도 그것 때문에 고민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많은 물을 틀어 독이 넘치게 만들면 되니까요.”

중요한 건 박 대표의 말처럼 파워풀엑스에 ‘물’이 넘치고 있느냐다. 아쉽게도 그렇지 않다. 현재의 재무제표로 파워풀엑스를 평가하면 지금은 위기다. 코넥스 상장(2017년) 직전인 2016년과 가장 최근인 2021년의 실적을 비교하면, 영업이익률이 26.8%에서 4.9%로 21.9%포인트나 떨어졌다. 매출이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되레 하락한 거다. 

매출처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전체 매출의 26.7%(54억원)를 차지했던 방역제품(손소독제·마스크 등)은 방역 수칙이 완화하면서 매출이 급격히 감소해 2021년 비중은 2.2%(3억원)에 머물렀다. 그 바람에 파워풀엑스의 핵심제품인 리커버리 크림(일명 박찬호 크림)의 매출 비중이 58.0%에서 78.1%로 올랐다. 매출액은 대동소이하다. 

✚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파워풀엑스에 ‘물’이 넘치지 않고 있다는 것 아닐까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우선 이 얘기부터 드릴게요. 파워풀엑스의 주력 제품은 리커버리 크림이고, 이 제품이 가장 많이 유통되는 채널은 바로 고속도로 휴게소(44.1%)입니다. 휴게소에 들른 고객에게 제품을 마사지하듯 발라주면서 한참을 설명하고, 고객이 직접 느껴본 후 구매하는 그런 방식이죠. 그런데 아시다시피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휴게소는 어떤 곳이었나요? 한마디로 ‘절대 머물러선 안 되는 곳’이었습니다. 몸을 터치하거나 말을 하는 것도 금지였죠. 그러니 2020년에 파워풀엑스가 망했어도 이상할 게 없죠. 그런데 저희가 망했나요?”

✚ 그러고 보니 위기 상황을 잘 넘긴 거네요.
“선방한 거죠. 여기에 하나 더 말씀드리면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만 전념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2020~2021년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어요? 
“파워풀엑스에는 직원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7000만원 내에서 사내벤처처럼 일을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내맘대로 프로젝트)이 있습니다. 다양한 신제품을 발굴하기 위한 건데, 그 과정에서 나온 성과를 사업화하는 일에 몰두했습니다.

✚ 내맘대로 프로젝트를 통해선 어떤 성과가 나왔나요? 
“스포츠음료 ‘프쌤’과 이 제품을 판매할 독특한 유통망(프로틴뱅크)을 만들었습니다.” 

파워풀엑스는 ‘내맘대로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사진=파워풀엑스 제공]
파워풀엑스는 ‘내맘대로 프로젝트’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사진=파워풀엑스 제공]

운동을 즐기는 이들이 주로 먹는 단백질 보충제는 맛이 신통치 않다. 파워풀엑스는 2019년 연구개발을 통해 단백질 보충제를 맛있는 음료로 만들었다. 그게 ‘프쌤(프로틴 선생님의 줄임말)’이다. 파워풀엑스의 모든 제품이 그렇듯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생산하고 있다. 

문제는 판매 채널이 마땅치 않았다는 점이다. ‘프쌤’이 있어야 할 곳은 헬스클럽이나 스포츠센터였는데, 판매 방식에 한계가 있었다. 제품을 채워 넣고, 결제까지 하려면 상시 직원을 둬야했다. 인건비를 감안하면 쉽지 않은 방식이었다.

그때 한 직원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냈다. “양심냉장고를 놓고 양심껏 꺼내 마시게 한 후, 키오스크로 셀프결제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실험을 해보니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박 대표는 올 3월 열린 ‘2022 서울국제스포츠레저산업전(SPOEX)’에 참여해 전국의 스포츠센터 운영자들에게 “냉장고와 키오스크를 무료로 제공하고, 제품까지 직접 넣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7월까지 불과 4개월 만에 324개의 판매처가 생겼다. 이게 바로 ‘프쌤’의 유통채널인 ‘프로틴뱅크’다. 

✚ 제품은 잘 팔리고 있나요. 
“지난 6월부터 ‘프쌤’을 판매했는데, 첫 매장에서 첫째날 2만원, 둘째날 2만7000원, 셋째날 3만원의 매출을 냈어요. 이게 어느 정도 성공적인 건지 감이 오나요?”

✚ 솔직히 감이 잘 안 옵니다. 
“헬스클럽 1000곳에 이런 양심냉장고를 넣어서 하루에 최소 3만원(프쌤 1개=1000원)의 매출만 올리면 1년에 109억5000만원의 매출을 낼 수 있어요. 현재 파워풀엑스 전체 매출의 절반에 해당합니다. 거대한 유통채널을 끼고 안정적인 매출을 낼 수 있는 거죠.”

✚ 냉장고에 제품을 채워 넣는 건 어떻게 해결했나요. 
“지역별로 배달원(프뱅맨)을 모집해 각 매장 매출의 10%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해결했습니다. 하루 3만원의 매출이 나오는 매장 30곳에 주1회 제품을 배달하기만 하면 월 270만원을 받아가는 겁니다. 아직 확정적이지 않지만 모 중견기업과 배달원 관련 협의도 진행 중입니다. 이게 확정된다면 배달시스템도 안정화될 거라 봅니다.”

✚ 새로운 시장이 생긴 셈이네요.
“그렇죠. ‘프쌤’을 출시한 후에 건강음료를 만드는 곳들이 비슷한 제품들을 내놨는데, 이미 우리가 유통채널을 선점했으니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올라선 셈입니다.”

✚ ‘내맘대로 프로젝트’의 알찬 성과로 보입니다. 
“제가 ‘프쌤’의 사례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은 건 ‘내맘대로 프로젝트’로 제2, 제3의 ‘프쌤’을 선보일 수 있고, 다양한 사업 모델도 만들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 회사 내에서는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이 대박을 터뜨릴지는 알 수 없는 거죠.”

✚ 어떤 제품을 내놔야 한다는 기준 같은 게 있나요.
“시도에 제한은 없습니다. 물론 회사 콘셉트에 걸맞은 ‘스포츠 뷰티’ 분야면 좋겠지만 전혀 다른 분야라도 상관없습니다. 제가 개입하지도 않고요. 오로지 직원들이 주도하는 겁니다. 제 아이디어도 그중 하나일 뿐입니다. 다만 기준은 있습니다. ▲아마존에 없는 제품이어야 하고 ▲안전한 10만개가 아닌 위험한 100만개여야 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제품이면 됩니다.”

✚ ‘위험한 100만개’라는 건 뭔가요.
“시장이 커야 한다는 겁니다. 안전하지만 몇개 판매할 수 없는 시장이라면 접습니다. 그런 일을 하려고 사업하는 게 아니거든요. 안전하게 사업하려면 그냥 가게를 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살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온갖 프로젝트로 회삿돈을 모두 날릴지언정 제대로 된 사업을 할 생각입니다.”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파워풀엑스가 방역제품을 판매하게 된 것도 ‘내맘대로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현재는 반려견 시장을 겨냥한 특별한 강아지 목줄, 골프 시장을 겨냥한 거리측정기 등도 개발을 끝내고 상품화를 준비 중이다. 

✚ ‘프쌤’과 ‘프로틴뱅크’가 롤모델이겠네요. 
“맞습니다. ‘내맘대로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가 능력 없이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사업과 제품으로 이를 증명할 겁니다. 주주들 입장에선 왜 주가를 관리하지 않느냐고 따질 법도 합니다. 하지만 전 생각이 다릅니다. 파워풀엑스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건 사실이고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지만, 의도적으로 주가를 부양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대박을 낼 수 있는 제품과 사업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투자가 주가에 반영될 겁니다. 이게 바로 혁신성장의 요체입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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