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인앱 결제, 유튜브뮤직에 유리
유튜브와 뒷단 연계, 모객능력 탁월

# 특정 분야에서 시장을 장악한 플랫폼은 많다. 한국 메신저 시장을 사로잡은 카카오톡이 그렇고, 택시 호출 시장에선 카카오T가 강세다. 영상 콘텐츠를 볼 땐 유튜브를 켜고, 더 짧은 영상을 보고 싶을 땐 틱톡을 본다. 구독형 OTT 서비스 중에선 넷플릭스가 독보적이다. 

# 한국 음원스트리밍 시장에선 유튜브뮤직이 그 자리를 탐하고 있다. 아직은 멜론이 ‘절대강자’ 자리를 고수하고 있지만, 미래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 이유는 간단하다. 유튜브뮤직이 유튜브와 구글이란 ‘뒷배’를 등에 업고 있어서다. 국내 음원시장은 이미 기울었고, 여기저기서 경고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 더스쿠프가 유튜브뮤직의 성장 비밀을 냉정하게 분석했다. 

국내 음원시장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ㆍ더스쿠프 포토]
국내 음원시장에서 유튜브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ㆍ더스쿠프 포토]

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판’이다. 다양한 경쟁자가 넷플릭스를 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혼전 양상마저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넷플릭스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빅데이터 분석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넷플릭스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214만명이었다. 경쟁자 웨이브(432만명), 티빙(429만명), 쿠팡플레이(380만명)를 아득한 수치로 따돌렸다. 

넷플릭스는 한국 OTT 시장에서 유일하게 이익(2021년 영업이익 171억원)을 내는 곳이기도 하다. 경쟁 플랫폼의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긴 하지만, 당분간 넷플릭스의 독주체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전혀 다른 산업의 얘기지만, 넷플릭스처럼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점쳐지는 서비스가 있다. 유튜브뮤직이다. 이 서비스는 2018년 5월에 유튜브가 음원 콘텐츠만 따로 모아 별도로 론칭했다. 국내 최초 음원 서비스 벅스뮤직이 2000년 2월 운영을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참 늦게 뛰어들었다. 

그런데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유튜브뮤직의 월간 사용자 수는 311만명, 업종 점유율은 18.0%(안드로이드 기준)였다. 1위 사업자 멜론(505만명 사용ㆍ업종 점유율은 29.3%)과 견줘보면 격차가 크지만, 이를 단순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 

유튜브뮤직의 2020년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불과 2년 만에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한 셈인데, 더 놀라운 건 기존 2위 사업자 지니뮤직(244만명ㆍ14.2%)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는 점이다. 이런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유튜브뮤직이 멜론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다. 

유튜브뮤직의 약진은 다른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음원 이용자 3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음악 이용자 실태 조사’의 결과를 보자. 이 조사엔 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까지 포함했는데, 응답자 중 35.5%(유튜브 29.2%+유튜브뮤직 6.3%)가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음악 스트리밍ㆍ다운로드 서비스로 꼽았다. 시장의 절대강자 멜론(34.6%)을 앞질렀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 음원 시장의 지배 사업자는 멜론이었다. 당시 멜론의 모회사였던 SK텔레콤의 막강한 마케팅을 등에 업고 시장 1위로 올라섰다. 2016년 카카오가 인수한 이듬해엔 시장점유율 60%(2017년 4분기 평균 순방문자 기준)가 넘는 과점 사업자로 거듭났다.

그런데도 멜론은 선도 서비스로 이용자가 몰리는 ‘1위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여러 미디어 분석 기관은 현재 멜론의 점유율을 35%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되레 백스텝을 밟은 셈인데, 이유가 뭘까. 

음원서비스 업계 관계자는 “지니와 플로, 바이브의 반격이 거세진 탓도 있지만, 최근 멜론의 가입자 이탈은 유튜브뮤직의 영향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말을 이었다. “한국 음원시장은 글로벌 1위 사업자 스포티파이도 제대로 기를 못 펼 만큼 국내 플랫폼의 위세가 강했는데, 유튜브뮤직은 출시 4년 만에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세계시장에서 나름의 명성을 갖고 있는 플랫폼은 한국시장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유튜브뮤직만 유독 강세를 보이는 건 유튜브의 후광을 톡톡히 누린 덕분이다. 유튜브는 한국에서 앱 사용시간이 가장 많은 플랫폼이다(와이즈앱 조사). 

우리나라 국민들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보다도 유튜브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유튜브와 유튜브뮤직은 서로 다른 앱이지만 ‘뒷단’이 연결돼 있다. 가령, 유튜브의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을 구독하면 유튜브뮤직을 덤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튜브의 광고를 제거하고 백그라운드 재생을 위해 유튜브 프리미엄을 결제하면서 자연스레 유튜브뮤직으로 넘어오는 가입자가 적지 않다. 유튜브 알고리즘과 연동되는 유튜브뮤직만의 큐레이션 서비스도 강점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선 한가지 의문이 생긴다. 국내 음원시장을 위협할 강력한 메기가 등장했는데, 국내 플랫폼은 경쟁력을 강화하긴커녕 이상한 전략만 구사하고 있다. 지난 6월엔 일제히 서비스 이용요금을 올리면서 가격경쟁력을 되레 훼손했다. 

SK스퀘어의 음원 플랫폼 플로는 구글플레이 앱 이용권 가격을 14% 인상했고, 네이버 바이브는 ‘무제한 듣기’ 이용권의 구글플레이 월 이용료를 16%(8500원→9900원) 끌어올렸다.

멜론도 구글플레이에서의 이용료 전반을 10%가량 인상했다. 7월엔 지니뮤직마저 3가지 요금제의 구글플레이 앱 이용권을 5~6% 끌어올렸다. 이 시기에 유튜브뮤직은 이용료를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패착이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음원서비스의 이용료 분배를 둘러싸고 플랫폼과 권리자 단체가 갈등을 벌이고 있다.[사진=뉴시스]

■ 유튜브뮤직 비밀➊ 구글과 인앱 결제 = 그럼 국내 음원 플랫폼들은 왜 ‘질 게 뻔한’ 전략을 구사한 걸까. 여기엔 구글의 보이지 않는 힘이 숨어 있다. 먼저 인앱 결제(in-app purchase)들 둘러싼 변수부터 살펴보자. 구글은 자신들의 앱마켓 구글플레이스토어 내 시스템을 통해 유료 앱과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경우, 구글에 결제금액 일부를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음원 스트리밍 월정액 이용료의 경우 15%의 수수료율이 적용된다. 

국내 음원서비스는 그간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아웃링크 방식(구글앱 밖에서 결제)을 제공해왔지만 이젠 불가능해졌다. 구글이 아웃링크를 제공하는 앱을 앱마켓에서 삭제하겠다고 공지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정을 내린 구글이 유튜브뮤직을 운영하고 있고, 그 때문에 유튜브뮤직이 이용료를 인상하지 않은 건 공교로운 일이다. 

물론 구글에 내는 수수료가 올랐다고 그 부담을 온전히 고객에게 전가하는 게 옳은지를 두곤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가격 인상은 소비자 불만을 키우는 위험한 결정이다. 모객募客 전략을 고려해 수수료 부담을 기업이 대신 떠안아도 된다. 

■유튜브뮤직 비밀➋ 유튜브와 저작권 = 그럼에도 음원서비스 업계가 가격 인상이란 고육지책을 꺼낸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익명을 원한 음원서비스 업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음원 플랫폼의 주요 매출은 고객이 지불하는 월정액인데 이걸 온전히 플랫폼이 갖는 게 아니다. 월정액의 65%를 저작권협회 등 권리자 단체에 전달하고 남은 35%를 두고 운영비로 사용하는데, 여기서 수수료 15%를 구글에 추가로 내면 현실적으로 사업을 이어가기 어렵다.”

음원 시장의 수익 분배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자. 국내엔 ‘음원 전송사용료 징수규정’이란 게 있다. 전송사용료는 스트리밍 또는 다운로드 방식으로 음악을 재생할 때 작곡ㆍ작사가, 실연자, 음반제작자 등 권리자 단체가 받는 저작권료를 가리킨다. 이용요금의 일정 비율을 전송사용료로 정하는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결정된다. 

지금의 징수규정에 따르면, 음원서비스 플랫폼은 전송사용료 명목으로 65%를 납부한다. 이를 음반제작자(48.25%)와 음악 실연자(6.25%), 음악저작권자(10.50%) 등에 분배된다(스트리밍 기준). 

이 규정이 모든 음원 플랫폼에 적용된다면 문제가 될 게 없다. 하지만 유튜브뮤직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유튜브뮤직이 권리자 단체와 저작권 요율을 두고 개별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비율은 비공개다. 국내 음원서비스 업계는 베일에 싸인 비율을 두고 “유튜브뮤직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튜브뮤직이 국내 플랫폼보다 더 높은 비율의 몫을 챙기는 것으로 추정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이 주장을 검증할 방법은 없다. 계약 내용이 비공개일 뿐만 아니라 정산된 금액을 받는 아티스트도 그 세부내역을 확인할 순 없어서다. 

유튜브뮤직과 개별로 계약한 단체 중 하나인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우리는 음악 창작자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모인 단체”라며 “유튜브뮤직과의 계약사항을 공개할 순 없지만 창작자에게 불리한 계약을 맺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자! 이제 종합해보자. 세勢를 빠르게 불리고 있는 유튜브뮤직은 이제 시장의 절대강자 ‘멜론’까지 넘보고 있다. 게임의 양상은 유튜브뮤직에 유리하다. 구글 덕에 가격 인상에서 자유로운 데다, 유튜브 덕분에 모객도 한결 쉽다. 멜론, 플로, 바이브 등이 신선하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시장이 유튜브뮤직에 ‘기울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를 발판으로 유튜브뮤직이 시장을 과점하면 소비자에게도 좋지 않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사무총장은 “한 사업자가 큰 영향력을 갖고 다른 사업자가 경쟁에서 도태되면 시장 규모는 작아지고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저작권료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음원 서비스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징수 규정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음원서비스 관계자는 “현재 문체부에서 인앱결제에 따른 소비자 부담 완화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이해관계자의 입장이 달라 논의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면서 “특히 유튜브를 보면서 유튜브와 함께 성장한 10대 세대를 유튜브뮤직이 포섭하면 한국 음원 시장이 유튜브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이는 미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야흐로 유튜브 시대,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우린 무얼 준비해야 할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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