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 시험대 선 카카오 
무료 서비스 보상 선례 존재
카카오, 어떤 보상책 만들까

# 지난 11월 3일 카카오가 3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3분기 대비 매출은 6.8%(1조7408억원→1조8587억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0.6%(1682억원→1503억원) 줄었습니다. 2022년을 출발할 때 ‘비욘드 코리아(Beyond Korea)’ ‘비욘드 모바일(Beyond Mobile)’이란 야심찬 포부를 내세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입니다.  

# 문제는 카카오가 실적을 만회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입니다. 카카오는 지난 10월 15일 ‘서비스 먹통 사태’가 터진 후 새로운 시험대에 올라섰습니다. 서비스 장애로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을 위한 보상책을 마련하는 게 카카오의 숙제입니다.

# 3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서비스 사용자가 1000만~2000만명이 아니라 국민 그 자체일 때 가져야 할 무거운 책임감을 새삼 느꼈다. (이번 먹통 사태를) 철저히 조사하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겠다.” 

# 책임을 통감한 만큼 카카오는 이미 몇몇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약관에 따른 보상을 제공했습니다. 관건은 ‘무료 이용자’의 피해를 어떻게 산정하고 보상하느냐인데, 현재로선 해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10월 국정감사에서 내뱉은 다음과 같은 요지의 발언 때문입니다. “플랫폼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하는 소비자가 ‘서비스 먹통’을 이유로 피해를 보상받은 선례가 없다.”

# 그렇다면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무료 이용자를 위한 피해보상은 정말 ‘유례없는’ 일인 걸까요? 더스쿠프가 김범수 창업자의 말을 확인해봤습니다.

카카오는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인한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뉴시스]
카카오는 서비스 먹통 사태로 인한 피해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사진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사진=뉴시스]

지난 10월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부통신부 국정감사에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창업자)이 출석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를 소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김 센터장은 불편을 겪은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고, 피해보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전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에서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대국민 피해보상의 경우 유료 서비스는 약관에 따라 (이미 보상을) 지급했거나 약관 이상의 보상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무료 서비스는 전세계적으로 (피해보상의) 선례가 없어서, 이 부분은 피해 사례를 접수하는 대로 이용자나 단체와 협의해 보상안을 마련하겠다.” 

창업주가 직접 나서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겠다고 공표한 셈인데, 여기서 한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김 센터장의 말처럼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시스템 장애 등의 사고로 피해보상을 받은 경우가 정말 없을까요? 

이 질문은 중요합니다. 김 센터장의 주장대로 선례가 없다면, 이번 카카오의 대응이 무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표준으로 삼을 만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반대로 선례가 있다면, 이는 카카오가 구체적인 보상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궁금하실 테니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무료 서비스는 피해보상의 선례가 없다”는 김 센터장의 발언은 사실이 아닙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 무료 회원들에게 통신 장애로 발생한 피해를 보상해준 사례는 존재합니다.

이때 피해보상의 성격은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기업의 경영상 판단에 따른 보상, 둘째는 법적 판결에 의거한 보상입니다. 엄태섭 변호사(법무법인 오킴스)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기업 약관에 무료 이용자를 위한 피해보상을 명시한 별도의 규정은 없지만 사건의 사회적 파급력이 큰 경우, 그래서 기업의 도의적 책임을 요구하는 경우, 이에 따라 기업이 기존의 고객을 유지하거나 회사의 이미지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보상을 결정한 경우 경영적 판단에 따른 피해보상으로 본다. 반면 (소비자들의) 실제 손해에 상응하는 금액을 보상하는 ‘전보적 손해배상’은 법적 판결에 따른 피해보상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기업의 이미지 제고 등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이뤄진 피해보상의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론 배달앱 ‘우버이츠’와 ‘배달의민족’의 케이스를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우버이츠의 예를 들어볼까요? 캐나다 토론토에서 2020년 4월 26~27일 주말 이틀 동안 우버이츠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서비스 장애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우버이츠는 주문을 취소당하거나 음식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은 무료 회원들에게 25달러(약 3만5500원) 상당의 프로모션 코드를 제공했습니다.[※참고: 프로모션 코드는 스마트폰앱에서만 쓸 수 있는 일종의 쿠폰입니다.]

우리나라 배달의민족도 2020년 12월 24일, 4시간 동안 이어진 접속 장애로 주문에 불편을 겪은 소비자들에게 3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했죠.

무료 이용자 피해보상 선례 있어       

이번엔 ‘법적 판결’에 따라 무료 회원들에게 피해보상이 이뤄진 경우를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눈여겨봐야 할 이 케이스의 중심엔 우리나라 카카오뱅크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핀테크 기업 ‘차임(Chi me)’이 있습니다. 

2012년 출범한 차임은 기존 은행과 달리 계좌유지비, 송금수수료를 없앤 과감한 혁신으로 설립 10년 만에 기업가치만 350억 달러(약 49조6500억원ㆍ2021년 기준)에 달하는 데카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참고: 미국 은행에선 고객의 돈을 보관해주는 대가로 일정 금액의 계좌유지비를 받습니다. 데카콘 기업은 기업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뜻합니다.] 

이런 차임은 2019년 10월 16~19일 72시간 동안 통신 장애를 겪었습니다. 차임 앱에선 결제ㆍ이체ㆍ송금기능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고, 500만명의 이용자가 거래 불능 상태에 놓였습니다. SNS 트위터에 ‘차임 먹통 사태’와 관련한 트윗이 4000개가 쏟아질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차임은 무료앱이었지만, 시스템 먹통 사태로 인한 이용자의 피해를 모른 척하진 않았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 한달이 흘렀을 무렵, 차임 계좌를 가진 고객 중 앱 계정을 활성화해둔 모든 회원에게 10달러(약 1만4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서비스 장애 기간에 거래 수수료를 지불해야 했던 회원들에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적립해줬죠.

이 모든 보상을 위해 차임이 지출한 비용만 596만 달러(약 84억3300만원)에 달했습니다. 물론 차임의 이런 보상책은 기업의 ‘경영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차임의 일부 회원들은 회사가 제공한 보상에 만족하지 않고 집단소송을 제기했습니다(2019년 11월 22일). 이들 ‘원고(소송에 참여한 차임 회원)’의 주장은 간단하고도 명확했습니다. “차임의 부주의야말로 법을 위반한 행위나 다름없다(the bank violated the law with its negligent actions)”는 거였죠. 

자! 이 소송의 결과는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의문은 두개입니다. 첫째, 서비스 먹통 사태를 겪은 이용자들에게 이미 84억원 규모의 보상금을 지급한 상황에서 차임은 집단소송에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둘째, 소송은 어느 쪽의 승리로 끝났을까요?

뜻밖에도 차임의 선택은 소송참여자들과의 화해를 통한 ‘합의’였습니다. 차임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중재로 2020년 2~5월 소송참여자들과 세차례 협상을 벌였고, 그해 8월 최종 화해합의서(settle ment agreement)를 도출했습니다.

화해합의서를 통해 차임은 집단소송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총 550만 달러(약 78억원) 규모의 추가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죠(사건 번호 19-cv-06864-HSG). 

다만, 차임은 추가 보상금을 받는 대상을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후 보상액에 차등을 뒀습니다. 앱 먹통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지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는 회원에겐 최대 25달러(약 3만5500원), 손실을 입증할 만한 증빙 자료를 제출한 회원들에게는 최대 750달러(약 106만4000원)의 보상금을 지급했죠.

보상액을 통일하는 ‘균등지급’ 방식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결과적으론 (앱을 이용하는) 무료 회원들이 법적 절차를 통해 서비스 장애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은 셈입니다. 

이쯤에서 궁금해집니다. 무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원들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요? 

차임의 피해보상 케이스에 관해 한병철 변호사(법무법인 대한중앙)는 “한국과 미국의 법체계상 차이에 기인한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까요?

“우리나라 손해배상법은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보상 또는 배상 절차를 진행하는 실손해주의에 기반한다. 반면 미국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기업이 (소비자의) 실제 손해액보다 몇배 이상의 과징금을 물어야 하는 사례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기업 입장에선 본격적인 소송전을 벌이는 것보다 합의를 통해 사건을 일단락하는 것이 경영적ㆍ재무적으로 더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는 거다.”

엄태섭 변호사 역시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선 이용자의 실질적 손해뿐만 아니라 사건 자체의 위법성과 영향력, 기업이 가진 파급력 등을 고려해 배상책임을 판결한다”면서 “차임의 사례는 민사 사건에 형벌적 요소를 적용한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엄 변호사는 이어 “양국의 법체계가 달라 차임의 판례를 우리나라 카카오 사태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전국민이 사용하는 수준의 카카오가 가진 파급력을 감안하면 (이번 피해보상에서) 반드시 참조할 만한 케이스”라고 설명했습니다.

[※참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란 사회정의에 반하거나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는 등의 반사회적 위법행위에 관해 실손해 이상의 배상책임을 묻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하도급법, 제조물책임법, 정보통신망법 등 20개의 개별 법률에 적용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사와 형사 책임을 엄격히 분리하는 우리나라 법의 특성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존 형법의 기능과 충돌하는 부분이 많아 실제 적용에는 제약이 많다는 분석입니다(2020년 상반기 법무부 연구보고서).] 

 

미국의 핀테크 기업 차임은 2019년 통신 장애 사태 이후 집단소송 참여자들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핀테크 기업 차임은 2019년 통신 장애 사태 이후 집단소송 참여자들에게 추가 보상금을 지급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 이제 다시 피해보상을 진행 중인 카카오의 현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10월 서비스 먹통 사태 이후 20여일 동안 카카오는 ▲카카오톡 이모티콘 및 톡서랍 플러스 ▲카카오톡 선물하기ㆍ쇼핑하기 ▲카카오웹툰 ▲카카오페이지 ▲카카오TV ▲카카오게임즈 ▲멜론 ▲카카오T 프로멤버십(택시기사 대상) 등의 유료 서비스에선 약관에 따른 보상을 이행했습니다.

이중 택시호출앱인 카카오T의 경우 서비스 장애로 승객에게 부과됐던 과다요금이나 취소수수료 등을 전액 환불 조치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무료 이용자를 위한 보상까진 아직 갈길이 멀어 보입니다.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무료 서비스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한 데다, 서비스 장애 기간 개별 이용자들의 사용패턴을 일일이 분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 관계자 역시 “피해 사례를 취합해 어떤 것을 무료 서비스로 볼지, 무료 서비스 이용자의 피해보상 기준과 범위를 어떻게 세울지 논의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보상책을 마련하는)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어쨌거나 지난 10월 27일 정부까지 나서 “무료 서비스 이용자를 위한 보상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공은 이제 소비자들이 만족할 만한 보상책을 마련해야 하는 카카오로 넘어왔습니다. [※참고: 현재로선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에서 전달받은 별도의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말했습니다(11월 3일 기준).]      

카카오는 과연 지금껏 쓰여 온 국내 기업들의 피해보상 역사에 새로운 한 페이지를 만들어낼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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