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M 이상과 현실 1편
대기업 앞다퉈 뛰어든 UAM
강남~여의도 ‘5분’ 가능할까

UAM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신산업으로 꼽힌다.[사진=볼로콥터 제공]
UAM은 전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신산업으로 꼽힌다.[사진=볼로콥터 제공]

# 세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도심항공교통(UAM) 시장에서 별들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항공사를 필두로 완성차기업, 이동통신사, 건설사, 방위산업체까지 분야를 막론한 굴지의 기업들이 UAM 사업에 뛰어들고 있죠.        

# 정부와 지자체에서도 ‘K-UAM(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선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의 개발과 이착륙장 건설, 안전체계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들이 기술을 시연하고 검증할 수 있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 우리 정부와 기업이 그리는 청사진은 화려합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 후인 2025년, 에어택시를 타고 서울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단 5분 만에 이동하는 것이 K-UAM의 목표입니다. K-UAM에 담긴 원대한 꿈, 과연 실현가능한 것일까요? 더스쿠프(The SCOOP)에서 K-UAM의 이상과 현실을 살펴봤습니다.[※참고: 이 기사는 더스쿠프 매거진 506호 기사를 근거로 재작성했습니다.]


통신사와 방위산업체가 손을 잡고 정유사와 항공사가 의기투합했습니다. 다른 한편에선 자동차를 만드는 완성차기업과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합’을 맞추기로 했죠.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들이 거대한 동맹을 형성하고 있는 이 분야, 바로 도심항공교통(UAMㆍUrban Air Mobility)입니다. 

지난 4월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주관하는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 공모에 총 51곳의 국내외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습니다. 도전자들의 면면은 화려합니다. 국내 3대 이통사는 물론 현대차, 대한항공, 한화시스템, GS칼텍스, 롯데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원팀’을 꾸려 국토부에 실증사업 제안서를 제출했죠. 이들 기업의 도전은 내년 상반기 안전성 검증(실증사업 1~2단계)을 시작으로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대체 UAM이 무엇이기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기업들이 이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걸까요? UAM이란 하늘을 이동 통로로 활용하는 미래형 교통시스템ㆍ서비스를 총칭합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에어택시, 에어택시 운행에 필요한 각종 신호체계와 통신시스템, 에어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모바일 앱 서비스 등이 모여 ‘UAM 생태계’를 구성하죠. 

에어택시 기체 제작부터 통신 인프라 구축, 교통관제시스템 개발, 이착륙장 건설 등 UAM 생태계에서 파생하는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세계 UAM 시장의 규모도 2030년 550조원에서 2040년 1621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삼정KPMG 경제연구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의 눈에 UAM은 원석이 가득한 ‘다이아몬드 광산’이나 다름없어 보일 겁니다. 

기업들이 UAM 산업에 베팅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입니다. 기업들은 에어택시를 통해 이동시간 단축→교통체증 개선→교통혼잡 비용 절감이란 선순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교통의 패러다임도 ‘땅’에서 ‘하늘’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UAM을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교통·운송시장의 패권을 잡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죠.

관건은 에어택시가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비행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 에어택시가 다른 운송 수단에 비해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면, 기업들의 투자는 한낱 공염불에 그칠 게 분명하기 때문이죠.

그만큼 에어택시를 혁신적인 이동수단으로 만들기 위한 기업들의 목표치도 높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기업들은 에어택시가 첫 상용화하는 2025년 서울에서 인천까지 20분 만에,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단 5분 만에 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2020년 ‘도심항공교통 로드맵’ㆍ2021년 ‘한국형도심항공교통 운용개념서 1.0’). 

숫자만 봐선 언뜻 비현실적인 목표로 보이기도 합니다만, 이론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2호선 강남역에서 5호선 여의도역까지 최단 경로(총 이동 거리 11㎞)로 이동한다는 가정하에 택시ㆍ지하철ㆍUAM의 이동시간을 비교해보겠습니다.[※참고: 이동시간은 거리를 속력으로 나눠 산출합니다.]

에어택시, 빠르기는 빠른데… 

먼저 택시부터 살펴보시죠. 2020년 기준 서울 시내 택시의 평균 운행 속도는 28.0㎞/h입니다. 강남역에서 여의도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단순 계산하면 23분입니다. 다음은 지하철입니다. 서울지하철 1~9호선의 평균 표정속도는 33.7㎞/h로, 강남역~여의도역까지 이동시간은 19분입니다.

[※참고: 택시 평균 운행 속도는 시내 교통체증 등을 감안해 국토부에서 모니터링한 결과값입니다. 지하철 표정속도는 지하철이 역에 정차하고 승객들이 탑승하는 시간까지 반영해 산출합니다(철도통계연보). 단, 1~9호선의 평균 표정속도를 계산할 때 9호선은 급행열차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렇다면 에어택시는 어떨까요? 상용화 목표 시점인 2025년 에어택시의 속도는 시속 150㎞에 이를 것으로 예상합니다.

에어택시가 최고 속도로 비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강남역에서 여의도역까지 11㎞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분입니다. 택시보다는 19분, 지하철보다는 15분 더 빠릅니다. 결과적으론 기업들이 내세운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5분’이란 시간이 허황된 숫자는 아니었던 셈입니다.

에어택시를 타면 서울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5분 내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사진=연합뉴스]
에어택시를 타면 서울 강남에서 여의도까지 5분 내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것만으로 에어택시를 타는 게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결과를 뒤바꿀 수 있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환승 동선’입니다. 

환승 동선은 하나의 교통수단에서 또다른 교통수단으로 갈아타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경로를 뜻합니다. 회사에서 지하철역까지 걷는 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 바로 환승 동선에 해당하죠.

당연히 환승 동선이 길수록 이동에 걸리는 시간도 늘어납니다. 문제는 에어택시의 환승 동선이 지하철ㆍ버스 등 기존의 교통수단보다 길고 복잡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음 팩트체크에선 환승 동선에 숨은 함의를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다음호에 계속>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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