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반건축물 원상복구 안 하면
복구 때까지 이행강제금 내야
법 위반인지 모르고 산 피해자 속출
피해자 구제법안 국회에서 낮잠

위반건축물인지 아예 모르고 샀다. 지자체의 공지도 없었다. 그렇게 1년이 흘러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진행한 후에야 ‘위반건축물’이란 건 인지했다. 문제는 이 위반건축물을 원상복구할 때까지 이행강제금(벌금)을 내야 한다는 거다. 더스쿠프가 ‘근생빌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한번 더 짚어봤다. 

위반건축물이란 걸 모르고 건물을 사들인 사람들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위반건축물이란 걸 모르고 건물을 사들인 사람들을 위한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의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0년 위반건축물 소유주는 ‘무제한’으로 이행강제금을 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건축법 개정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했다. 위반건축물이라는 걸 몰랐던 사람들이었다. 

2021년 우리는 이행강제금 ‘무한 부과’로 곤란해진 사람들의 이야기(더스쿠프 통권 426호 “내집 꿈꿨을 뿐인데…” 근생빌라 피해자들의 한숨)를 취재했다. 2019년 건축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최대 5회까지 부과됐던 이행강제금 횟수가 2020년 건축법 개정으로 ‘무한’으로 늘어나면서 생긴 문제들이었다.

법안의 취지는 설득력이 있었다. 건물의 ‘불법 개조’를 막기 위해 원상복구를 안 하는 건물주에게 복구할 때까지 벌금을 물리겠다는 의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부작용이 나타났다.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사람들이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몰렸던 거다.

2021년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불법을 저지르려는 의도가 없었다. 건축 과정도, 주택 분양 과정도 잘 몰랐던 이들은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생각 하나로 집을 샀다. 

■ 의문➊ 선의의 피해자 = 그럼 이들은 어떻게 위반건축물을 매입한 걸까. 그 과정을 살펴보면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할 수밖에 없다. 먼저 건축업자가 주차장 규제가 덜한 근린생활시설(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시설물)을 만든다. 여기엔 취사시설이 없다. 법적으로 만들 수 없어서다.

건축업자는 이 상태로 사용 허가를 받는다. 그들은 ‘분양 현수막’을 붙이고 근린생활시설을 빌라로 둔갑시킨다. 어느샌가 취사시설을 설치해 놨다. 언뜻 ‘주택’으로 착각하기 쉽지만 이 시설은 주택이 아니다. ‘주택’이 아니라는 사실에 의문이 생기겠지만 건축업자는 이를 ‘근생빌라’라는 단어로 일축한다.

이를 믿고 집을 사들이면 건축업자는 집을 팔고 사라지고 집을 사들인 사람은 아무런 경고도 받지 못한 채 전입신고를 한다. 이 과정에서 ‘근린생활시설’을 주택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공무원의 안내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1년 뒤 지자체의 실태조사에서 위반건축물로 적발된다. 이때 꼼짝없이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건 이 ‘빌라 아닌 빌라’를 사들인 소유주다. 2021년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은 대부분 이런 일을 겪은 사람들이었다.

■ 의문➋ 법 효과 = 그럼 선의의 피해자를 결과적으로 양산한 법은 원하던 효과를 거뒀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새롭게 적발된 ‘위반건축물(불법방 쪼개기)’은 1097동이었고 원상복구한 건물을 제외한 누적 위반건축물은 3476동이었다.

무한 이행강제금이 부과되기 시작한 2020년 새롭게 적발된 건물은 1238동, 원상복구 건물을 뺀 누적 위반건축물은 4143동이었다. 2021년에도 815동이 새롭게 적발됐고 4521동의 위반건축물이 남았다. 무한 이행강제금 부과가 알찬 열매를 맺지 못했다는 거다. 

■ 의문➌ 국회 뭐 했나 = 이 지점에선 또다른 의문이 나온다.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하고, 무한 이행강제금 법안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는 뭘 했느냐는 거다. 2021년 우리가 이 문제를 다뤘을 때도 국회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당시 의원들은 불법 개조 사실을 모르고 건물을 사들인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위반건축물 ‘양성화’ 법안(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을 발의했다. 

‘양성화’ 조치가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1980 ~1981년(1차), 1982~1985년(2차), 2000년(3차), 2006년(4차), 2014~20 15년(5차)에 걸쳐 위반건축물의 양성화가 이뤄졌으니 이번에도 그럴 기회를 주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2020~2021년 쏟아져 나온 9건의 ‘특정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은 모두 소속 상임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9건 중 1건의 발의는 아예 철회됐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양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헤매는 2년 동안 위반건축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법안이 나왔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2일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건축법 일부 개정안이 그것인데, 골자는 ‘현 소유주와 불법 증축 행위자가 다른 경우 이행강제금을 80%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일부 피해자들은 “양성화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면 이행강제금을 일부나마 줄여주는 ‘민홍철 의원안’이라도 통과하길 바란다”며 “불법을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이를 모르고 매입한 사람에게만 부담을 안기는 건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그렇다면 ‘불법 행위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법안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이유는 뭘까. 민홍철 의원실 관계자는 “최초 건축주가 불법 행위를 했어도 거래가 여러 차례 이뤄져 소유권이 여러 번 바뀌었다면 불법행위자를 추적하는 게 어렵다”며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어서 최초 행위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법안은 현실적으로 발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행강제금이라도 줄어들까

다행스러운 건 이행강제금을 줄이는 이슈를 두고 여야 간 의견이 갈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법 증축으로 인한 ‘근생빌라’ 피해자들은 인천, 경기 성남, 부산 등 다양한 지역에 흩어져 있다. 빌라 위주 주택가에서 지역을 가리지 않고 흔히 발생한다. 이 때문에 이행강제금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여야가 없다.

민홍철 의원실 관계자는 “앞으로 계속해서 불법 증축 피해자들의 이행강제금과 관련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 개정안을 발의하기 전 국토부의 의견을 들을 때도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고 말했다. 양성화 대신 이행강제금을 줄이는 발상은 다른 결말을 만들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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