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쿠프 댓글에 답하다
한국전력 성과급 논란➊
수십조 적자에도 “당연히 받을 돈”
적자에도 자체성과급은 다 받아
민간기업은 급여 삭감에 해고까지
“내 돈” 고집에 한전 취준생만 억울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한전 내부의 자구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한전의 대규모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한전 내부의 자구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 전기요금이 결국 올랐습니다.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끝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한전의 적자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 그러자 상당수 국민은 불만을 내비칩니다. 왜 전기요금만 올리느냐는 겁니다. 역으로 돌리면 한전도 ‘자구책’을 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입니다. 실제로 한전은 수조원의 적자가 난 상황에서도 ‘경영평가성과급’을 포함한 성과상여금을 챙겨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 있습니다. 

# 하지만 ‘성과급’ 얘기만 나오면 한전뿐만 아니라 공기업ㆍ공공기관 관계자들은 민감함을 넘어 신경질적인 반응을 내비칩니다.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공기업 성과급은 민간기업의 성과급과 용어만 같을 뿐 실제로는 성과급이 아니다. 원래 받아야 할 임금일 뿐이다.” 과연 그럴까요. 더스쿠프(The SCOOP)가 한전 성과급을 통해 공기업 성과급 구조를 파헤쳐봤습니다. 

31조원. 시장에서 예측하고 있는 2022년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적자 규모입니다. 30조원을 넘길 것이란 예상치보다 1조원이 더 늘어났습니다.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적자 규모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올렸습니다. 2022년 12월 4인 가구의 평균 전기사용량이 307㎾h, 전기요금이 4만6382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은 4022원 올라 5만404원이 됩니다. 

이를 두고 정부는 “‘커피 한잔값’이 오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상황은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2023년에도 한전의 적자(시장에선 약 5조원 적자 예상)는 계속 쌓일 전망입니다.

이 때문인지 정부는 ㎾h당 51.6원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전기요금이 ㎾h당 38.5원(계획 51.6원-1분기 인상분 13.1원) 더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따지면, 1만1819원이 추가로 인상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게 과연 ‘커피 한잔값’일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저렴한 건 사실입니다. 한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94.8달러로 OECD 평균인 108.9달러보다 12.9% 낮습니다. 가정용 전기요금 역시 102.4달러로 OECD 평균인 172.8달러보다 40.7% 쌉니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할 이유와 명분이 분명하긴 합니다.[※참고: 그렇다고 가정용 전기요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생산 전력의 77.2%를 기업이 사용하고, 가정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6.0%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2022년 한전의 적자는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2022년 한전의 적자는 3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사진=뉴시스]

그럼에도 국민들은 좀 찜찜합니다. 전기요금을 올려야 하는 건 맞지만, 지금처럼 고물가 시기에 급격한 인상은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런 인상의 원인이 ‘한전의 대규모 적자’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전은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는가”란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 한전 인센티브 논란 = 한전의 ‘허리띠 졸라매기’ 이야기가 나올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바로 인센티브 논란입니다. “수십조의 적자를 내는 기업의 직원들이 왜 인센티브를 받느냐”는 겁니다.

일례로 2020년 기준 한전 직원(정규직 기준) 1인당 평균보수는 8603만3000원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기본급이 5656만9000원, 성과상여금은 1856만5000원(경영평가성과급 794만5000원 포함)이었습니다. 나머지는 각종 수당과 복리후생비(1089만9000원)로 지급됐습니다. 전년도인 2019년에 한전은 1조27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참고: 성과상여금은 전년도 평가 기준으로 지급.]

인센티브 지적이 나올 때마다 한전 내부에선 “억울하다”는 반론과 “공기업 인센티브 시스템을 전혀 모르면서 떠드는 얘기”라는 신경질적인 반박이 동시에 나옵니다. 반박의 요지는 대략 이렇습니다. 

첫째, 애초에 공기업의 경영평가성과급은 용어만 성과급이지 실제론 성과급이 아니다. 경영평가성과급의 재원은 직원들이 당연히 받아야 하는 임금(상여금)에서 일부를 떼어냈다가 다시 지급하는 것이다.

둘째, 공기업 경영평가성과급은 민간기업처럼 실적에 따라 더 받고 덜 받는 게 아니라 정부 경영평가에 따라 지급된다. 공기업이 임의로 결정하는 게 아니다. 이에 따라 ‘한전이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음에도 직원들은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받아야 하는 임금’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합당하게 받는 것뿐이다. 

과연 옳은 주장일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 반박엔 모순이 꽤 많습니다. 우선 경영평가성과급을 화두로 삼은 것부터 오류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전의 성과상여금 안에는 경영평가성과급이 포함돼 있습니다.[※참고: 대부분의 공기업이 동일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볼까요? 공기업은 기본급의 500%를 성과상여금으로 책정합니다. 재원은 한전 자체 예산입니다. 하지만 500%를 모두 지급하지 않습니다. 자체 성과평가를 통해 최대 250%를 지급하고, 정부 경영평가를 통해 나머지 250%를 지급합니다. 정부 경영평가에서 낮은 등급(DㆍE)을 받으면 최대 250%의 성과상여금을 한푼도 못 받습니다(한전의 경우 자체성과급이 최대 200%, 경영평가성과급이 최대 300%로 책정). 

한전은 적자가 쌓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요? 한전은 2019년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정부 경영평가에서 B등급을 받아 2020년에 경영평가성과급 300% 중 180%를 받았습니다. 한전 직원들은 그해 총 1857만원의 성과상여금을 받았는데, 그중 경영평가성과급이 795만원을 차지한 건 이런 계산에 따른 겁니다.

문제는 한전 직원들이 경영평가성과급 외에도 내부의 성과평가를 통해 1062만원(1857만원-795만원)의 성과상여금을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경영평가성과급은 여기에 추가로 더 지급된 성과상여금일 뿐입니다. 

“말이 성과급이지 사실은 성과급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한전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한전이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다’는 주장도 타당하지 않은 셈입니다.[※참고: 경영평가성과급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경영평가성과급은 좀 더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음호에서 이 문제를 별도로 다룰 계획입니다. 성과급의 재원을 둘러싼 궁금증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예정입니다.]

■ 부실한 자구책 논란 = 물론 인센티브는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삭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공기업이든 공공기관이든 상여금을 줄이고 싶다면 민간기업처럼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직원 동의 없이 상여금을 삭감하면 그건 엄연한 불법행위(근로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경우 예외)입니다. 

법적으로 상여금도 임금에 속하기 때문이죠. 더구나 한전의 적자는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가 반영의 어려움이라는 외부 영향이 큽니다. 한전 직원들로선 억울하다고 주장할 만합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민간기업의 사례입니다. 

민간기업은 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상여금뿐만 아니라 급여까지도 삭감합니다. 그게 외부 요인에 의한 실적 악화라고 해도 말이죠. 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령,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수조원의 누적 적자가 발생하자 직원 급여를 전년 대비 20.8% 삭감했습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누적 적자는 내부 문제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이라는 이유가 더 컸습니다. 경쟁사들까지도 심각한 적자에 허덕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정규직 직원 수 역시 1만2855명에서 1만1137명으로 13.4%나 줄였습니다. 

하지만 한전은 공기업이라는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도, 급여 삭감도 없었습니다. 20 22년 31조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말이죠. 이런 상황에서 한전 직원들이 성과상여금을 두고 ‘내가 받을 임금을 정당하게 받는 것뿐’이라고 주장하는 게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요?

‘허리띠 졸라매기’가 어렵나

물론 지난해 한전을 둘러싸고 성과상여금 논란이 일자 한전의 경영진과 임원, 1직급에 해당하는 주요 간부들이 성과상여금의 일부 또는 전액을 반납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박수칠 일은 아닙니다.

한전의 보수 규정에 따르면, 상임이사는 정부 경영평가와 더불어 한전 사장의 성과평가를 통해서 성과상여금을 책정(규정엔 기본연봉의 100% 이내지만, 실제로는 80% 이내)합니다. 그런데 한전이 적자가 났든 그렇지 않든 그동안 임원들은 7000여만원의 성과상여금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왔습니다. 

최근 ‘공기업에 인력구조조정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소식이 들립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26일 제1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기능조정 및 조직ㆍ인력 효율화 계획’을 상정하고 의결했습니다. “인원 재배치 등을 통해 비효율을 줄이고, 공공기관의 정원을 1만2442명 줄이는 것”이 이 계획의 핵심입니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적자와 연관성이 깊다.[사진=뉴시스]
전기요금 인상은 한전의 적자와 연관성이 깊다.[사진=뉴시스]

과연 한전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기재부의 발표는 공공기관 전체의 ‘정원’을 줄이는 것입니다. ‘현재 인원’을 줄이는 게 아니라는 거죠. 달리 말하면 신규 직원을 안 뽑겠다는 겁니다.

한전이 수십조원의 적자에도 성과상여금을 차곡차곡 받아간 덕분에 한전에 취업하려 했던 공기업 취준생들의 일자리만 줄어든 셈입니다. 이래도 “우리의 성과상여금 책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요?

한전 성과상여금 논란을 두고 일부에선 “그럼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올려야 맞느냐” “그러려면 오히려 민영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식의 주장이 나옵니다. 하지만 이들은 지나치게 앞서나간 주장입니다. 사실 공기업은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손해를 보기도 합니다. 그 손해를 오로지 임직원들이 감당하라고 한다면 잘못된 주장입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전기요금도 오르는 만큼 한전 스스로 ‘자구책’을 써야 하는 건 당연한 논리입니다. 더구나 한전의 평균 연봉은 8496만2000원입니다. 일반 직장인 평균 연봉(세전 4024만원ㆍ국세청 자료 기준)의 두배가 넘습니다. 허리띠를 졸라매지 못할 수준이 아닙니다.

한전의 적자가 계속되면 전기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 부담만 커지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내 돈 내가 받는 식’의 주장을 펼칠 게 아니라 자구책을 강도 높게 집행하는 게 순리 아닐까요?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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