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앱 자리잡은 당근마켓
이용자 3200만명 모았지만
수익성 개선, 풀어야 할 과제
카카오 신화 다시 쓸 수 있나

2022년 당근마켓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000만명 증가한 3200만명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2022년 당근마켓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000만명 증가한 3200만명을 기록했다.[사진=뉴시스]

코로나19 시기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앱 중 하나는 ‘당근마켓’이다. 2022년 이용자가 가장 많이 찾은 쇼핑 앱 순위에서 당근마켓은 쿠팡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약점이 뚜렷한 앱이기도 하다. 3200만명에 달하는 이용자를 등에 업고 있지만,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없다. “이용자를 모으는 게 돈이 되는 시대의 혜택은 카카오가 모두 누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지금, 당근마켓은 카카오의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당근마켓이 뜨니 기부 물품이 줄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그만큼 필요 없어진 중고물품을 당근마켓에 내다 파는 게 사람들의 일상이 됐다는 거다. 지역 기반의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국민 앱’이라고 불려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명으로 1년 전보다 1000만명이나 늘었다.

지난 1년간 이 앱에서 이뤄진 중고거래 수는 1억6400만건에 달했다. 당근마켓이 신세계나 롯데쇼핑보다 높은 3조원대 몸값을 인정받은 건 이런 이유에서다.[※참고: 당근마켓은 2021년 8월 시리즈D 투자를 유치하면서 3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27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당근마켓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한계를 갖고 있다. “사람을 모으는 덴 성공했지만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은 2021년 25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지만 영업적자 규모는 그보다 큰 352억원에 달했다. 금리인상,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근마켓은 지금 ‘위기의 기로’에 서 있을지 모른다. 

이 때문인지 그동안 ‘비즈니스’보다는 ‘고객 경험’을 강조하던 당근마켓의 기조가 최근 달라졌다. 2022년 11월 광고 사업부문을 이끌어온 황도연 부사장(사업부문 총괄)을 대표로 선임한 건 대표적인 예다. 11번가·카카오 등을 두루 거친 그의 경험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하겠다는 방침으로 풀이된다.

[※참고: 2021년 3월 당근마켓에 합류한 황도연 대표는 카카오에서 카카오선물하기·카카오장보기 등을 도입했다.  당근마켓은 황 대표와 글로벌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김용현 대표의 각자대표 체제가 됐다.] 

중고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 당근마켓은 유일한 수익원인 ‘광고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지역광고’인데, 동네가게 운영자가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한 글을 중고거래 게시글 사이사이에 노출해주는 방식이다. 광고 예산을 미리 결제하고, 이용자가 클릭할 때마다 금액을 차감한다.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실탄이 떨어지기 전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당근마켓 측은 “지역광고를 이용하는 광고주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2021년 대비 2022년 70% 증가)”라면서 “하이퍼로컬(hyper-local·기존보다 더 좁은 지역) 서비스만의 장점을 살려 가장 효과적인 로컬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고: 당근마켓은 전국에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모델 ‘브랜드 프로필’도 강화하고 있다. 브랜드 프로필은 2022년 6월 처음 도입해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했다. 올해 초부터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건은 이용자들의 반응이다. 지역광고가 성공하기 위해선 당근마켓의 다양한 지역 기반 서비스에 관심을 갖는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용자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 조사 결과(2022년)에 따르면,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주된 목적은 ‘중고거래(89.7%)’가 압도적이었다.

‘지역정보 습득’ ‘지역커뮤니티 이용’ 등의 목적은 각각 10.1%, 5.2%에 그쳤다. 특히 동네 상권 정보를 습득하는 주요 채널은 ‘포털사이트(47.8%·이하 복수응답)’ ‘블로그·카페(39.7%)’ ‘가족·친구(38.2%)’ ‘발품 팔기(37.1%)’ ‘SNS(30.7%)’ ‘인터넷 커뮤니티(26.1%)’가 차지했다.

언급했듯 지역광고 수요가 늘어나려면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자리잡아야 하지만, 현재로선 갈 길이 멀다. 김대종 세종대(경영학) 교수는 “당근마켓은 코로나19와 경기침체기 중고거래 활성화로 이용자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면서 “이제 막대한 이용자를 어떻게 수익으로 연결하느냐에 기업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설명했다. 

[자료|당근마켓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자료|당근마켓 ‧ 더스쿠프, 사진 | 뉴시스]

난제는 또 있다. 당근마켓의 광고 사업이 기업이나 브랜드뿐만 아니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이 온라인상에서 지역 기반의 마케팅을 펼칠 수 있는 ‘니치마켓’이긴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자영업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게 문제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지역 상인에게 광고를 받아 돈을 벌겠다는 전략은 ‘역발상’일 수도 있지만, ‘패착’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김대종 교수는 “코로나19가 수그러들었다곤 하지만, 소상공인은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면서 “소상공인의 광고 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광고 외 다른 수익 모델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된다’는 신화는 카카오나 네이버, 쿠팡이 선점했다. 얼어붙은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당근마켓은 ‘같은 신화’를 다시 쓸 수 있을까.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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