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창업 4편 ➋ 인터뷰
김진오 ㈜알데바 대표
신소재로 만든 교육용 인공장기
헬스·뷰티케어로 확장 계획

의료진의 수술연습은 카데바(해부용 시체ㆍCadaver)나 돼지로 한다. 하지만 여기엔 윤리적ㆍ경제적 문제가 늘 뒤따른다. 실리콘을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촉감이 완전히 다르다. 이런 한계를 파고들어 ‘로봇 피부’ 기술을 활용해 인공장기를 만드는 곳이 있다. 카이스트 실험실 창업기업 알데바다. 김진오(32) ㈜알데바 대표를 만나 의료교육의 현주소와 그가 개척해가고 있는 길을 들어봤다.

김진오 ㈜알데바 대표는 생체 고분자 신소재로 의료진 교육용 인공장기를 만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김진오 ㈜알데바 대표는 생체 고분자 신소재로 의료진 교육용 인공장기를 만들고 있다.[사진=천막사진관]

✚ 신소재공학을 전공하셨죠? 낯선 분야입니다. 주로 어떤 연구를 해오셨나요?
“2018년부터 차세대 로봇 피부를 연구해왔습니다.”

✚ 로봇 피부요?
“사람 피부와 유사하게 압력을 느끼고 온도를 느끼는 피부를 개발했습니다. 그 피부를 로봇에 입혀 로봇이 물건을 잡거나 했을 때 사람과 동일하게 압력을 감지하는 연구였죠.”

✚ 로봇 피부라니, 무척 흥미롭네요.
“로봇 피부 연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저는 연구 방향을 바꿔 2020년부터 맞춤형 수술 트레이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 수술 트레이닝 솔루션은 더 생소합니다. 쉽게 설명해 주시겠어요?
“말 그대로 의료진들이 수술연습을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신소재로 인공장기를 개발했습니다.”

✚ 인공장기로 수술연습을 한다는 얘긴가요?
“그렇습니다.”

✚ 추가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의료계에서 로봇 수술을 연습할 땐 주로 카데바나 돼지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윤리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 등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아서 그걸 대체할 새로운 인공장기들을 수소문해왔다고 해요. 그러다 우리가 개발한 로봇 피부를 알게 된 의료진들이 ‘한번 써봐도 되겠느냐’고 문의를 해왔습니다.”

✚ 사용해보니 어떻다고 하던가요?
“로봇 피부 기술을 이용해 인공장기를 만들어 의료교육의 문제를 개선해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아서 2020년부터 창업 준비를 했습니다.”

‘살아있는(Alive) 시체(Cadaver)’라는 뜻을 담고 있는 알데바(ALDAVER)는 실제 장기와 동일한 물성, 촉감을 가진 인공장기를 개발ㆍ제조하는 스타트업이다.

✚ 그런데 창업은 2022년에 하셨네요?
“연구자가 창업할 때 시행착오를 겪는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창업하지 않고 2년 동안 창업 관련 공부를 하고, 창업경진대회 같은 프로그램에도 참여했습니다. 창업가로 성장하기 위해 조금이나마 준비를 해서인지 다행히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 실험실 창업 지원사업(한국형 I-Corps)에 선정된 것도 이때쯤인가요?
“네. 지원사업을 통해 실제 사업에 필요한 자금이나 연구비를 지원 받았습니다. 멘토링도 큰 힘이 됐고요. 우리의 아이템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제품을 피보팅(pivoting)하고 고객을 세분화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인공장기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으셨어요? 피부와는 또 다르잖아요.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전까진 사람 몸속에 이렇게 많은 장기가 있는지 몰랐어요. 장기마다 층이 그렇게 많은지도 해부학 공부를 하며 처음 알았고요. 장기를 한층 한층 분리해가면서 소재의 특성과 매칭하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 직접 해부도 해보셨나요?
“학교 실험실 근처에 도축장이 있어서 가서 보기도 하고, 필요한 장기를 만들 때마다 직접 사 와서 해부도 해봤습니다. 병원 교수님들과 돼지 해부를 하면서 교육을 받기도 했고요. 처음엔 그저 단순한 신소재였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실제 장기와 동일한 물성, 촉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 그럼 개발은 다 완료한 건가요?
“아닙니다. 신소재로 계속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부 모델, 장기 모델을 만든 거죠. 사람의 피부와 장기는 한가지 재료가 아니라 복합적인 재료로 이뤄졌거든요. 그런 인체의 빅데이터를 구축하기 위해서 소재 데이터를 모아 머신러닝을 돌리고 있습니다.”

✚ 현재 알데바 모델을 적용해서 교육하고 있는 곳이 있나요?
“로봇 수술 회사들과 협업해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학 병원과 학회와도 얘길 나누고 있고요.”

✚ 그런데, 실리콘으로 만든 피부와 장기가 있지 않나요. 
“있지만 수요가 적습니다.”

✚ 이유가 뭐죠?
“일단 가격이 비싸고, 실제 피부 조직이나 장기와 많이 다릅니다. 그래서 의료진은 연습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합니다. 우린 생체에서 유래한 고분자를 합성해 소재를 만들었기 때문에 실리콘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 제작은 어떻게 하나요?
“3D 프린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설계를 해놓았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모델들은 몰딩(일종의 모양)을 제작해놨지만 맞춤형은 3D 프린팅으로 제작합니다.”

✚ 최근엔 메타버스를 활용한 의료교육 솔루션도 등장하고 있더라고요.
“VR 기술 같은 새로운 의료교육 솔루션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인 허들이 높습니다. 의료진들의 교육에 실제로 도입하는 덴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무엇 때문에요?
“가상에서 연습하는 것이기 때문에 VR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하는데, 20분만 지나도 어지러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 수술 연습을 할 땐 시각만큼이나 촉각도 중요한데 VR로는 그걸  구현할 수 없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유리한 환경입니다.” 

✚ 왜 그렇다고 생각하시나요?
“알데바는 시각은 물론 촉각도 구현해주는 제품입니다. 현재 의료교육 솔루션 시장이 13조원 규모인데, 이를 강점으로 삼아 시장을 빠르게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 이 기술을 다른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 교육 솔루션을 접할 수 있도록 헬스케어나 뷰티 쪽으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 2022년 1월에 창업해 1년이 지났습니다. 창업 첫해는 만족스러우셨나요?
“2022년 목표는 회사를 설립하고 성장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목표는 초과 달성한 것 같아 만족합니다.”

✚ 무엇을 초과 달성하셨는지 궁금하네요.
“말씀드린 것처럼 2022년은 발판을 다지는 시간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준비할 생각으로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를 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사업이 더 확장됐고, 기대하지 않았던 매출도 발생했습니다. 지원했던 정부 과제도 모두 선정됐고요. 무엇보다 시장의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해가고 있다는 것이 좋습니다.”

✚ 바쁘게 보내셨군요.
“네, 맞아요. 정말 바쁘게 살았는데, 한발 더 나아간 거 같아 뿌듯합니다. 올해엔 본격적으로 투자유치를 해서 공장을 세울 계획입니다.”

✚ 지금의 성과를 발판으로 이루고 싶으신 게 있나요?
“알데바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만의 소재로 의료교육 플랫폼을 만드는 겁니다. 좀 더 거창하게 말하면, 국내에 국제 의료교육 트레이닝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알데바의 목표입니다.”

✚ 한국에 국제 의료교육 트레이닝 센터를 만든다니, 멋지네요.
“한국의 의료기술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만큼 매우 뛰어납니다. 전세계 의료진들에게 우리 트레이닝 센터에서, 알데바의 제품을 기반으로 한 현실감 있는 의료교육을 제공하고 싶습니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편집자 주-

☞ 실험실 창업(공공기술 기반 시장연계 창업탐색 지원사업 또는 한국형 I-Corps)은 대학과 연구소의 공공기술을 사업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해마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하지만 그만큼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출발했습니다. 더스쿠프는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잇고 있는 ‘실험실 창업팀’을 소개합니다. ❶편에선 그들이 뛰어든 시장을 분석하고, ➋편은 험난한 창업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창업팀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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