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하지 않은 알뜰폰➍
LTE선 경쟁력 뛰어나지만
새 먹을거리 5G에선 주춤
성장하려면 이통사 도움 필요
정부 지원책 통할지는 미지수

알뜰폰은 LTE와 비교해 5G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알뜰폰은 LTE와 비교해 5G에서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정부가 알뜰폰을 한국 시장에 도입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이통3사가 장악해 정체기에 빠진 통신시장 내 경쟁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의 이익을 증대하는 것이다.

# 첫번째 목표를 떼놓고 판단하면, 알뜰폰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무엇보다 가입자 1300만명을 끌어모으며 양적 성장을 이룬 건 성공으로 봐야 한다. 하지만 이통3사가 자회사를 앞세워 알뜰폰 시장을 잠식하는 과정을 막지 못한 건 정책 실패임에 틀림없다. 

# 그럼 또다른 목표인 ‘소비자 편익 증대’는 달성했을까. 이 역시 빛과 그림자가 상존한다. 알뜰폰은 4G(LTE) 부문에선 뛰어난 가성비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문제는 5G다. 미래의 먹거리임에도 알뜰폰은 5G에서 좀처럼 의미 있는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알뜰폰은 이대로 괜찮은 걸까. ‘알뜰하지 않은 알뜰폰’ 마지막 편이다.

출범한 지 11년이 흐른 알뜰폰은 놀랄 만한 성장을 거뒀다. 지난 1월 기준 알뜰폰 가입자 수가 1306만2190명(과학기술정보통신부)을 기록하면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7725만2335명)의 16.9%를 차지해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보면 온전한 성공을 거뒀다고 보기 힘들다. 이통3사가 시장 점유율의 절반(51.0%·2022년 2월 기준)을 차지하면서 알뜰폰 시장도 조금씩 대기업 위주의 ‘정체기’에 돌입하고 있어서다. 알뜰폰 도입의 2가지 목표 중 하나인 ‘시장 경쟁 활성화’의 취지가 조금씩 빛바래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럼 알뜰폰 도입으로 또다른 목표인 ‘소비자의 이익’은 늘어났을까. 4G(LTE)만 놓고 보면 ‘그렇다’고 말해도 무리가 없다. 알뜰폰의 LTE 요금제 가격은 이통3사 요금제보다 무척 저렴하다.

일례로, 프리텔레콤이 서비스 중인 ‘프리티’의 LTE 요금제는 1만5800원(데이터 7GB 제공, 이후 1Mbps 속도로 무제한 제공)이다. 비슷한 데이터양(5GB)을 제공하는 SK텔레콤 요금제(3만50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대다.

이통3사의 망을 빌려 쓰기 때문에 서비스 품질이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로선 알뜰폰을 쓸수록 가격 면에서 이득을 보는 셈이다. 지난 1월 알뜰폰 4G 가입자 수가 1186만9569명으로 전체(1306만2190명)의 90.8%를 차지한 것도 뛰어난 가격 경쟁력 덕분임에 분명하다.

문제는 5G에선 알뜰폰이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알뜰폰 5G 가입자 수는 17만5246명(1월 기준)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7725만2335명)의 0.2%에 불과하다.[※참고: 물론 4G에 비하면 알뜰폰의 5G 역사는 2년이 채 안 될 정도로 짧다. 2021년 1월 과기부가 5G를 ‘도매제공의무서비스’로 지정하면서 알뜰폰 사업자들이 5G 요금제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연합뉴스]

알뜰폰이 유독 5G 시장에서 맥을 못 추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가격’ 때문이다. 알뜰폰은 이통3사의 주력이 아닌 9~20GB의 중저가 요금제를 메인 상품으로 삼고 있는데, 이통3사 요금제 대비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가령, 데이터 9GB를 제공하는 ‘안심모바일’의 5G 요금제 가격은 4만9500원이다. 8GB(3만4000원), 11GB(3만8000원)를 제공하는 SK텔레콤의 5G 요금제와 비교해도 별 차이가 없다. ‘이야기모바일’의 경우 12GB를 제공하는 5G 요금제를 1만9800원에 판매하지만 이는 6개월간만 청구되는 가격이고 그 이후엔 3만8500원을 내야 한다.

중요한 건 이동통신 시장에서 5G의 파이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5G 가입자 수는 2854만8926명(1월 기준)으로 전체 가입자 수의 36.9%에 달하는데, 업계에선 2년 안에 4G와 5G 가입자 규모 차이가 뒤바뀌는 ‘크로스오버’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쉽게 말하면 2년 뒤 이동통신 시장의 트렌드가 4G에서 5G로 넘어간다는 얘기다.

새 먹거리 5G에선 주춤

그러면 5G 경쟁력이 취약한 알뜰폰은 또다시 성장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알뜰폰 사업자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5G 시장이 정체기지만, 5G 관련 콘텐츠가 늘고 서비스 품질이 좋아지면 5G 가입자는 금세 불어날 것”이라면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어야 중소사업자들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정부도 중소사업자를 살리기 위해 힘쓰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알뜰폰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알뜰폰의 5G 요금제 수익 배분율 인상 ▲20~30GB 구간의 5G 중간요금제 상품 도입 등을 진행키로 했다.

지난 3월 10일엔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도 열었다. 이통3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중소사업자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키를 쥐고 있는 이통3사가 알뜰폰 시장에 얼마나 협조적일지는 미지수다. 현재 5G 시장이 이통사의 수익을 책임지고 있는 ‘효자상품’이라서다. 아이러니하게도 알뜰폰이 이통사의 점유율을 떨어뜨리기 위해선 이통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뉴시스]
[자료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사진 | 뉴시스]

 알뜰폰의 도입은 정부의 바람처럼 이동통신 시장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소비자들은 가성비가 뛰어난 ‘새 선택지’가 생겼고, 기업들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본 알뜰폰 시장은 기울어진 지 오래다. 시장의 절반은 이미 이통3사가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설 자리가 그만큼 좁아진 알뜰폰 중소업체로선 KB국민은행·토스란 또다른 경쟁자와도 사투를 벌여야 한다.

시점을 멀리 잡으면 4G 외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의 숙제다. 이통3사가 버티고 있는 5G 시장에서 알뜰폰이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알뜰폰은 더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알뜰폰은 올해에도 성장해 계속해서 연대기를 써 내려갈 수 있을까.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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