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재운항 나선 이스타항공
김포 및 지방발 제주 노선에 집중
국제선에 비해 수익성 떨어지지만
저렴한 운임으로 ‘승부수’ 던져
국제선 운항 위한 전초전 역할

파산, 대규모 구조조정, 전 경영진의 배임ㆍ횡령, 부정채용 논란…. 한동안 이 회사에 끈질기게 달라붙었던 꼬리표가 마침내 사라졌습니다. 2020년 이후 3년 만에 재운항에 나서는 저비용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3월 14일 이스타항공은 항공 시장에 다시 한번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당분간 제주행 국내선 운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이스타항공의 전략인데, 여기엔 어떤 함의가 있는 걸까요?

이스타항공은 오는 3월 26일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에 돌입한다.[사진=뉴시스]
이스타항공은 오는 3월 26일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에 돌입한다.[사진=뉴시스]

오랜 시간 날갯짓을 멈췄던 이스타항공이 기지개를 켜고 있습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14일 재운항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3월 26일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타항공의 운항이 멈춰 섰던 2020년 3월 24일 이후 3년 만의 일입니다. 

이날 조중석 이스타항공 신임 대표는 향후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구체적인 운항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현재 3대에 불과한 항공기 대수를 10대까지 늘리고, 이를 통해 올해 146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게 핵심입니다.

아울러 2024년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2027년에는 80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장기적 미션을 내놨습니다. 그렇다면 이스타항공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세웠을까요?

이스타항공은 당분간 김포~제주 노선을 중심으로 국내선 운항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통상 LCC 업계에서 지방발 제주 노선은 국제선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으로 꼽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운항시간과 운항거리 모두 짧기 때문입니다. 

이경주 가천대(관광경영학) 교수는 “항공사는 운항시간이 길수록 고정비를 분산할 수 있고, 목적지가 멀수록 더 높은 운임을 받을 수 있다”면서 “항공산업을 흔히 ‘장거리의 경제’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라고 말했습니다. 값은 높게 부를 수 있는데 비용은 덜 드니, 항공사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긴 거리의 노선을 운항하는 게 ‘남는 장사’란 얘기죠.  


그런데 제주 노선은 이와 정반대입니다. 운항 시간은 1시간 남짓으로 짧고 항공권 가격도 국제선과 비교해 저렴합니다. 그나마 수요가 넘쳐나는 김포~제주 노선과 달리 지방발發 제주 노선은 ‘박리다매’가 가능할 만큼의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스타항공의 전략에 의문이 생깁니다. 김포~제주 구간을 제외하면 ‘돈이 안 되는’ 노선부터 운항을 시작하겠다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의 ‘제주 중심’ 전략에는 몇가지 포석이 놓여 있습니다. 첫째는 이스타항공이 확보한 제주 슬롯(Slotㆍ해당 시간에 항공기를 이착륙할 권리)을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슬롯은 국가에서 항공사에 배분하는 국가의 자산”이라면서 “보유한 슬롯의 기득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일정 운항률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제주 노선 중심의 운항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중석 이스타항공 신임대표는 “또다시 이스타항공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놨다.[사진=연합뉴스]
조중석 이스타항공 신임대표는 “또다시 이스타항공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는 포부를 내놨다.[사진=연합뉴스]

둘째 포석은 제주 노선을 통해 ‘공공성’을 확보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끌어올리겠다는 겁니다. 항공업계에선 3월 개학 시즌을 여행 수요가 감소하는 비수기로 봅니다. 그럼에도 제주 항공편 공급은 여전히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휘영 인하공대(항공경영학) 교수는 “국제선 운항 제재가 풀리면서 기존 LCC들이 항공기를 국제선에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때 LCC가 리스한 항공기를 대거 반납하면서 지금은 되레 항공기가 부족한데, 그마저 국제선으로 몰리니 국내선 항공편은 공급이 정체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은 간담회를 통해 “하루 4500석 이상의 제주 항공편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경우 국내선 공급 부족분의 3분의 2가량을 이스타항공이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스타항공은 9900~1만9000원 사이 특가 프로모션을 진행해 평균 6만원대(2월 기준)까지 치솟은 제주행 항공권 가격을 안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유상종 이스타항공 경영총괄 전무는 “주중이든 주말이든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간대든 배제하지 않고 프로모션에 포함할 예정”이라면서 “항공권 가격은 차후 순차적·단계적으로 올릴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스타항공 전략, 시장서 통할까

종합하면 이스타항공은 일정 부분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고객의 편의를 우선하겠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비싼 가격을 주고 비행기 티켓을 샀던 소비자들은 이스타항공의 등장으로 한결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이휘영 교수는 “국내선 운항으로 이스타항공이 고정 수요층을 확보해 나가면, 그것이 국제선 여객 수요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론 승객 파이를 넓히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 교수는 이스타항공의 운항 플랜에는 또하나의 계산이 깔려있다고 말했습니다. “운항 초기 단계에 있는 항공사는 보통 국내선에서 시작해 국제선으로 운항 범위를 넓혀 간다. 더욱이 이스타항공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이제 막 운항 허가를 받았다. 아직까지는 운항승무원, 정비사, 지상에서 근무하는 그라운드 스태프까지 전문 인력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내선보다 여력이 더 많이 드는 국제선을 당장 운항하기에는 리스크가 있는 셈이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선 운항은 추후 국제선 운항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전초전으로 볼 수 있다.” 

그럼 국내선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이스타항공의 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열쇠는 소비자가 쥐고 있습니다. 일단 첫 반응은 나쁘지 않습니다. 이스타항공 측에 따르면, 지난 3월 13일 항공권 예약을 오픈한 지 30분 만에 하루 매출의 50%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스타항공을 기다린 소비자가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관심에 부응하듯 조중석 대표는 “이스타항공은 현재 안전한 재운항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면서 “국민의 기대에 맞춰 항공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항공사가 될 테니, 과거의 이스타항공이 아닌 뉴(New) 이스타항공을 지켜봐달라”고 말했습니다. 난관 끝에 다시 출발점에 선 이스타항공은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을까요?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heartbrin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