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視리즈] 다음-카카오 왜 엉켰나➊
포털 다음 CIC 분사한 카카오
더 나은 다음 위한 결정이라지만
업계 “매각 수순 아닌가” 추론
다음 1분기 매출 두자릿수 감소
합병 당시 기대했던 시너지 없어
카카오 M&A로 몸집 불리는 사이
포털 다음 존재감 갈수록 옅어져
다음 위한 다음 경영 결정 뭘까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던 합병 당시 카카오의 포부를 돌이켜보면 다음의 실패는 곧 카카오의 실패이기도 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강조했던 합병 당시 카카오의 포부를 돌이켜보면 다음의 실패는 곧 카카오의 실패이기도 하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한때는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였다. 2000년 닷컴버블이 꺼졌을 때도 버텼다. 2000년대 중반엔 후발주자인 네이버에 ‘최대 포털’ 자리를 내줬지만 격차가 까마득하게 벌어진 건 아니었다. 해마다 주도기술이 바뀌는 테크 산업에서도 나름의 공고한 지위를 유지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인터넷기업 다음의 얘기다. 

# 사실 다음의 진짜 위기는 빛보다 빠른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이었다. 모바일 혁신기업이 시장을 흥분시키는 사이 다음의 미래는 불투명해졌다. 벼랑 끝까지 내밀린 다음은 놀라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카카오톡의 대히트로 모바일 산업의 총아로 자리매김한 카카오에 합병을 제안했던 거다. 

# 사람들은 이를 ‘신의 한수’라 평가했다. 먼저 치고 나가지 않으면 주목조차 받기 힘든 시장에서 ‘다음의 노하우와 카카오의 혁신 DNA가 결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눈부신 성장을 예고했다.

# 기대는 한낱 공염불에 그쳤다. ‘신의 한수’라 불리던 그 합병의 순간이 뜻밖에도 ‘쇠락의 전조’였다. 합병 이후 다음은 특유의 강점을 줄줄이 잃어버렸다. 웹툰ㆍ클라우드ㆍ커뮤니티ㆍ지도 등 다음이 두각을 나타냈던 서비스의 앞자리엔 ‘다음’ 대신 ‘카카오’가 붙어있다. 합병할 때만 해도 카카오와 대등한 관계였던 다음은 카카오 내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락했다. 한때 최대 포털이었던 다음으로선 굴욕적인 일이다. 이쯤 되면 둘의 관계는 ‘악연’에 가깝다. 

# 더스쿠프가 다음과 카카오의 9년을 다시 기록했다. 카카오에 사실상 손절당한 다음은 9년의 악연을 어떻게 떨칠 수 있을까. 

카카오가 다음을 CIC로 분사한다. 사진은 합병 당시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다음을 CIC로 분사한다. 사진은 합병 당시 이석우 전 다음카카오 공동대표.[사진=연합뉴스]

카카오가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로 떼어낸 건 양사가 합병한 지(2014년) 9년 만의 일이었다. 너무나 빠른 결별. 당연히 의문이 나돌았다. “기껏 삼켜놓고 왜 다시 쪼개는 걸까.”

카카오의 설명을 들어보자. “검색 및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 다음 서비스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고 성과를 내고자 CIC로 운영하기로 했다. 신속하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한 조직체계를 확립해 다음 서비스만의 목표를 수립하고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


쉽게 말해 분사를 통해 다음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거다. 카카오의 구상대로 기업을 쪼갰을 경우 장점은 있다. 우선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진다. 큰 조직에선 결재 단계가 많아 의사결정이 느릴 수밖에 없는데, 작은 조직은 신속하게 결정해 고객이나 시장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사업 특성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정작 카카오와 다음은 뒤숭숭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경쟁력 강화는 표면적인 명분일 뿐, 실제 목표는 ‘분사 뒤 매각’ 아니냐는 설說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카카오 측이 “매각 가능성이 있거나 염두에 둔 건 전혀 아니다”고 일축했지만, 시장은 ‘매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카카오 입장에서 본 다음 = 사실 시장이 그렇게 해석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지난해 영업이익 역성장을 기록한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계륵 같은 존재다. 카카오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다양한 서비스는 수익성이 악화하더라도 몸집은 불리고 있는데, 다음은 그렇지 않다.

다음이 속한 카카오의 사업부 포털비즈 매출은 팬데믹 전후엔 그럭저럭 성과를 냈다. 2018년엔 4954억원, 2019년엔 523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0년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광고시장이 움츠러들면서 4779억원으로 8.7% 역성장했고, 2021년엔 기저효과 덕분인지 전년 대비 증가한 4925억원을 벌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턴 매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2022년 포털비즈 사업부의 연 매출은 전년 대비 13.8% 감소한 4241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1000억원을 밑돌았고, 올해 1분기엔 836억원을 기록하면서 매출이 급전직하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6%나 감소한 수치였다. 

포털 산업이 침체한 탓으로 돌리기도 어렵다. 카카오의 포털비즈와 대응되는 사업부인 네이버의 서치플랫폼은 지난해 3조56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대비 7.9% 증가했다.

카카오 포털비즈가 20%가 넘는 충격적인 매출 감소율을 겪은 올 1분기에도 네이버 서치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2% 증가했다. 확연한 성장세는 아니지만, 어찌 됐든 매출이 꺾이진 않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 합병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사진=뉴시스]
카카오는 다음 합병 이후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사진=뉴시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포털 산업은 네이버ㆍ구글 중심으로 재편된 가운데 챗GPT로 무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빙까지 경쟁에 가세했다. 

침체를 극복할 만한 돌파구조차 마련하지 못한 다음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카카오가 다음을 떼어 내더라도 업그레이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팽배한 건 이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들이 ‘카카오가 결국 다음을 매각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를 싣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9년 비틀어진 발걸음 = 그렇다면 왜 이 지경까지 다다른 걸까. 카카오와 다음은 ‘9년 동안’ 악연만 쌓아온 걸까.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신흥 모바일 기업이던 카카오와 포털 1세대 기업인 다음의 결합 소식이 알려진 2014년 5월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두 회사의 경영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다음은 포털산업에서 네이버와 구글에 밀리면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더구나 모바일 퍼스트 시대에 새 먹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는 다음 입장에선 커다란 난관이었다. 

카카오는 카카오대로 고민이 많았다. 카카오톡을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리는 데엔 성공했지만 다른 서비스에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네이버 라인이 현지화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메신저 선두주자로 자리 잡는 사이 카카오는 해외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이 때문에 당시 두 회사의 합병 결정은 서로의 단점을 메워줄 적절한 카드란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카카오의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을 장착할 수 있었다. 카카오로선 규모의 경제를 꾀함과 동시에 우회상장을 통해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게 쉬워졌다. 예상대로 시작은 장대했다. 

합병법인 다음카카오는 상장일인 2014년 10월 14일 시가총액 7조8679억원으로 코스닥 대장주에 오르면서 당당히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다. 다음카카오는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 경쟁력과 다음이 보유한 우수한 콘텐츠 및 서비스-비즈니스 노하우가 결합하면 최상의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렇듯 시장의 박수를 받는 결정이었지만,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다음과 카카오를 대등한 합병 파트너라고 보기엔 카카오 측에 무게중심이 더 기울었기 때문이다. 합병구조만 봐도 카카오는 피합병법인인데도 통합법인의 지배력을 차지했다. 최대주주는 카카오의 창업주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당시 지분율 22.23%)이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인지 합병 직후 다음카카오는 최세훈ㆍ이석우 공동대표 체제를 꾸렸다. 당시 최 대표는 다음 측 인사였고, 이 대표는 카카오 쪽 인사였다. 그런데 이듬해 9월 임지훈 단독 대표 체제로 바꿨다. 임지훈 대표는 김 센터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인사였다. 간판도 다음을 뺀 ‘카카오’로 갈아치웠다. 

다음 출신의 한 벤처업체 CEO의 설명을 들어보자. “조직문화가 전혀 다른 두 회사는 시작부터 시끌시끌했다. 특히 다음 출신 직원의 이직이 잦았다. 합병 직전 카카오 직원만 보너스와 스톡옵션을 챙긴 데다 C레벨(CEOㆍCFO 등 분야별 최고책임자) 경영진을 비롯한 부서의 리더급 인사도 카카오 중심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다음의 강점인 메일이나 검색, 커뮤니티 영역에서 어떻게 성장하겠다는 시나리오도 뚜렷하지 않았다. 직원 수도 다음이 카카오보다 3배가량 많았지만 카카오가 다음을 점령한 모양새였다.”

성장 전략 측면에서도 카카오는 다음의 장점을 함께 살리는 ‘투트랙 전략’을 꾀하지 않았다. 카카오가 지금과 같은 ‘국민 기업’ 반열에 오른 건 2020년 3월 팬데믹 이후였는데, 이때의 성장 전략을 보면 카카오가 어느 사업에 집중했는지가 잘 드러난다. 

당시 카카오는 언택트 수혜 기업으로 꼽히면서 드라마틱한 실적 성장을 일궈냈다. 무료 서비스로 시작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 뒤 수익사업을 붙이는 전략이 이때부터 효과를 발휘했다. 

과거 “카카오톡에 광고 넣을 공간도 없고, 쿨하지도 않고, 이쁘지도 않다”던 카카오는 2019년 초 카카오톡 대화목록 상단에 채팅방 목록 1개 크기의 배너광고를 삽입하는 톡보드를 시범적으로 도입했고,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광고판 확장에 나섰다. 지금은 카카오의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톡이 확보한 사용자를 은행, 증권, 간편결제, 모빌리티, 콘텐츠 등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해 확장했다. 몇몇 사업은 자회사로 분사해 따로 살림을 차린 뒤 ‘공모주 트랙’에 올렸다. 2020년 9월 카카오게임즈를 시작으로 2021년 8월과 11월에는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상장했고, 카카오는 단숨에 국민주 반열에 등극했다. 2021년엔 경쟁사인 네이버 시가총액도 사상 처음으로 추월하더니, 3분기엔 매출마저 역전해 버렸다. 

카카오가 이렇게 몸집을 키우는 동안 다음은 급속도로 쪼그라들었다. 다음을 대표하던 SNS 서비스 ‘마이피플(2015년 6월)’,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다음뮤직(2015년 9월)’, 동영상 서비스 ‘다음TV팟(2018년 11월)’ 등은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 중복된다는 이유로 중단했다. 다음클라우드(2015년 12월)와 다음아고라(2019년 1월), 다음블로그(2022년 9월) 등은 고객 반응이 신통치 않다며 접었다. 

그러면서도 다음의 알짜 콘텐츠는 카카오가 거머쥐었다. 웹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이관했고, 국내 지도 서비스의 시초로 불리면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췄던 다음지도는 카카오맵으로 이름을 바꿨다. 다음이 합병 시너지를 누리긴커녕 카카오에 비즈니스 경쟁력을 모조리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합병 이후 다음의 이용자 지표가 꾸준히 감소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다음의 월 순방문자 수는 2019년 말 2917만명에서 2020년 말 2613만명, 2021년 말 2384만명, 2022년 말 2047만명을 기록했다. 올해엔 2000만명대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PC 통합검색 점유율 역시 2019년 16%에서 지난해 8%로 반토막이 났다(코리안클릭 조사).

한때 잘나갔던 다음이 카카오와 합병한 후 쇠락의 길만 걸었던 셈이다. 카카오를 등에 업은 덕분에 누린 시너지 효과와 반등은 사실상 없었다. 그렇게 9년, 다시 홀로 선 다음은 다음을 기약할 수 있을까.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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