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력발전소 26곳 ‘유해물질 75종’ 취급
단독입수| 화력발전소 유해ㆍ위험물질 리스트
국내 화력발전소는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을까. 위험하거나 유해물질은 없을까. CBSi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화력발전소 유해위험물질 목록’에 따르면 국내 화력발전소 26곳에서 취급하는 유해위험물질은 75개에 달한다. 그중엔 사람에게 치명상을 안길 수 있는 물질도 있다.
CBSi더스쿠프가 심상정 의원실의 협조를 받아 단독입수한 ‘화력발전소 유해위험물질 목록’에 따르면 국내 26개 화력발전소가 취급하는 유해위험물질은 75개에 이른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확인하려면 미국연방방재협회가 제정한 NFPA지수를 참고해야 한다.
이 지수는 위험물질이 유출됐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격이다. 지수는 0~4로 표기하고, ‘보건(건강위험)’ ‘화재위험’ ‘반응성’으로 나눈다. 보건은 해당 물질의 유해성이 건강에 미치는 정도를, 화재는 대기 중 상온에서 불이 붙었을 때 얼마나 타는지를, 반응성은 해당 물질이 다른 화학물질이나 물ㆍ충격에 반응해 에너지ㆍ압력ㆍ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나타낸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것은 반응성이다. 한국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화학물질의 반응성 지수가 ‘1 이상’만 돼도 폭발할 수 있다.
수산화나트륨ㆍ하이드라진ㆍ차아염소산나트륨은 발전소에서 물의 슬러지(찌꺼기)를 제거할 때 사용한다. 수산화나트륨은 보건지수 3, 반응성지수 1로 유해성이 높다. 신체와 짧은 접촉만으로도 부상을 입을 수 있다. 하이드라진도 위험한 물질이다. 보건지수 4, 화재지수 2로 보호장비 없이는 접근할 수 없다. 보건지수 3, 화재지수 1인 암모니아도 주의해야 한다. 가열시 폭발하면 독성가스가 생성될 만큼 유해하다. 이런 유해ㆍ위험물질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작 화력발전소 측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한다. 한 발전소 관계자는 “민간발전소나 화학공장에 비하면 유해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게 아니라서 사고가 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익명을 원한 한 화학 전문가는 이렇게 지적했다. “요컨대 발전소가 암모니아 저장탱크를 보유하고 있다고 치자. 하도급업체 관계자의 실수로 탱크가 파손돼 암모니아가 유출됐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유해ㆍ위험물질을 사용하는 게 중요한 거지, 그 종류나 수가 적다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김건희 더스쿠프 기자 kkh479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