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생산 시스템 하루빨리 털어라
공유경제의 냉정한 시사점
2014-09-01 김미선 기자
원하는 걸 꼭 살 필요는 없다. 잠시 빌리면 된다. 글로벌 Y세대(16~34세)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 Y세대 절반 이상이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의 소비 트렌드가 바뀔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유소비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거다. 기업들은 ‘대량생산 시스템’에서 재빨리 벗어나야 할지 모른다.
전 세계는 지금 ‘공유’에 열광하고 있다. 공유경제가 생산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소비자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가령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에 달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와 액세서리 등도 대여하는 식이다. 미국 온라인 사이트 렌트더런웨이(Rent The Runway)가 대표적이다. 월 75달러를 회비로 내면 매달 명품 제품 3점을 대여하고, 원하는 제품을 그때그때 빌릴 수 있다. 이 사이트의 가입자는 500만명에 달한다. 스웨덴 기반의 음원공유 사이트 스포티파이(Spotify)도 인기몰이 중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광고 팝업을 허용하는 대신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기반으로 한 소비가 화두”라며 “무소유 소비, 달리 말하면 공유소비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소비로 대표됐던 20세기 소비문화가 스마트시대에 효율적인 형태인 무소유(공유) 소비로 변하고 있다”며 “이 흐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주목할 게 있다. 젊은 층일수록 공유소비에 적극적이라는 거다. 최근 프로슈머 리포트의 ‘The Consumer and The Sha ring Economy’ 보고서에 따르면 16~34세의 소비자들, 다시 말해 밀레니얼 세대라고 불리는 Y세대는 소유보다 공유를 선호한다. 올초 29개국 1만574명의 16세 이상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Y세대의 51%가 ‘소유보다 공유가 더 좋다’고 응답했다. 35~54세(45%), 55세 이상(37%)과 비교해 응답률이 훨씬 높았다.
이들은 앞으로도 공유소비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공유소비를 경험했거나 할 예정이라는 응답 비율도 36%로 35~ 54세(28%), 55세 이상(15%)보다 훨씬 높았다. Y세대가 소비 주류로 자리를 잡으면 전 세계 소비 트렌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특히 공유경제 서비스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유소비의 확대가 가져올 부정적인 요인도 감안해야 한다. 무엇보다 암시장(black mar ket) 규모가 커질 수 있다. 기존 기업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규제도 공유경제 서비스 업체가 뛰어야 할 장벽이다. 곽현수 연구원은 “주류 경제학의 기존 모델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경제 현상들이 곳곳에서 발생할지도 모른다”며 “대량 생산•대량 소비에서 재빠르게 벗어나는 기업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미선 더스쿠프 기자 story@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