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설치된 환기구, 지하철 환승역 15곳 중 ‘제로’
판교 환기구 사고 後
2015-01-22 최범규 기자
지난해 10월 판교 환기구가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순식간에 많은 이가 올라간 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애초 사람이 올라갈 수 없도록 ‘안전펜스’를 쳤다면 사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거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고 발생 후 3개월, 서울시내 환기구엔 안전조치가 취해졌을까. 더 스쿠프가 지하철 환승역의 환기구 15곳을 살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시내에는 총 1만8862개의 환기구가 있다. 이 가운데 10.84%인 2045개의 환기구가 보도 위에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사람들이 별 어려움 없이 올라갈 수 있는 높이거나 30㎝ 미만으로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 다닐 수 있는 지면형이다. 사람들이 지나는 인도를 반 이상 차지한 환기구도 있고, 그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 다니는 시민도 흔히 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상시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얘기다. 안전을 위한 조치가 시급해 보인다.
환기구에 제품상자나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곳도 있었다. 주변에 철물점, 조명기구 상가가 즐비한 을지로4가역 10번 출구 주변 환기구 위엔 박스가 잔뜩 쌓여 있었다. 서울시청 건너편 지하도상가 출구(스타시티몰 지하상가 4번 출구) 바로 앞 환기구 위에는 안전펜스나 경고문구 대신 온갖 쓰레기가 방치돼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환기구 점검 결과, 상태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며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긴급한 위험 사항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기구 점검 이후 무엇이 달라졌나
‘그럼에도 위험이 있는 환기구에 펜스를 치는 건 최소한의 조치가 아니냐’고 질문하자 서울시 관계자는 “통행로 상에 있거나 사람이 올라갈 우려가 있는 환기구에 대해선 덮개의 하부에 철재 빔과 같은 지지대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이중의 안전장치를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중 이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환기구 관리 예산 30억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두달이 훌쩍 지났는데, 안전점검 결과만 믿고 후속조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얘기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판교 사고도 공연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면서 발생했다.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데 일반적인 상황에서 안전하다는 점검결과만 믿고 안심할 수 있을까.
최범규 더스쿠프 기자 cb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