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족’, 밥이 아닌 경제를 먹다
1인 가구 경제적 파급효과
2016-01-20 김미란 기자
506만명. 2015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수다. 2000년 226만 가구(전체가구 대비 15.6%)에서 15년 만에 506만 가구로 증가했다. 전체 가구의 26.5%에 해당하는 수치다. 2020년에는 29.6%, 2025년에는 30%를 넘어설 전망이다. 2035년엔 34.3%(763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갈수록 늘어나는 ‘1인 가구’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냈다. 1인 가구를 지칭하는 ‘싱글톤(Singleton)’ ‘히토리구라시一人暮らし’ ‘단선후單身戶’, 1인 소비자를 뜻하는 ‘솔로 이코노미’ ‘싱글슈머’ 등이다. 최근에는 ‘나홀로족’ ‘혼밥족’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마케팅 용어다.
떡볶이 브랜드 ‘죠스떡볶이’는 나홀로족을 위한 1인 세트 메뉴를 출시했다. 세 가지 메뉴를 혼자 먹기 적당한 양과 가격으로 구성했다. 각각의 메뉴가 섞이지 않도록 1인 세트 전용 접시에 담아 제공하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한식브랜드 ‘니드맘밥’은 한식을 즐기려는 1인 고객을 위해 식권 발매기를 설치해 자동으로 주문할 수 있게 했다.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오픈 키친을 둘러싸고 있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는 환경도 마련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1인 소비가 주요 소비 트렌드가 되고 있다”면서 “외식업계도 이에 발맞춰 다양한 메뉴와 환경으로 1인 고객 잡기 마케팅을 활발히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유통업계도 1인 가구 열풍이 가득하다. CJ제일제당, 오뚜기, 아워홈 등 식품기업 외에도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들까지 대열에 합류했다. 대부분 적은 용량과 조리가 편리한 가정 간편식 품목을 선보이고 있다.
1인 가구 늘수록 교육비 줄어
주택 시장도 달라질 게 분명하다.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소형주택, 오피스텔, 셰어하우스 등이 인기를 끌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더구나 1인 가구의 주택 소유 비중은 52.0%에 불과하다. 2인 가구의 같은 비중이 71.8%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 높아질 여지가 많다. 특히 20~30대 1인 가구의 주택 소유 비중은 23.8%에 불과하다. 1인 가구에게 주택시장을 탈바꿈시킬 만한 힘이 있다는 얘기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대형 미분양 주택을 활용해 주거불안의 주요 대상인 20~30대 1인 가구에 맞춰 행복주택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우리보다 앞서 1인 가구 증가를 경험한 일본과 미국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지원 정책을 체계화해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소형임대주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소형임대주택에 대한 건축기준을 마련했다. 미국은 정부 주도 하에 저소득층 1인 가구의 주거비를 줄여주기 위한 공공임대주택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1인 가구는 유행이 아니다. 많은 과제를 남기며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문제다. 1인 가구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인 가구는 ‘우아한 싱글 라이프’가 아니라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