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의 굴기 아성이 편치 않다
경고등 켜진 국내 반도체
2016-03-14 고준영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의 ‘공룡’이다. 시장조사기관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모바일 D램 시장점유율은 각각 58.2%, 26.1%였다.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하면 84.3%에 달한다. 이런 맥락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전망은 낯설다.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뽐내는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예상보다 길어질 공산이 크다.
메모리 반도체의 주력제품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은 연일 떨어지고 있다. PC용 D램의 경우, 4GB DDR4 모듈의 지난 2월 가격이 전월 대비 6.45% 하락한 14.50달러(약 1만7545원)에 그쳤다. 하위제품인 4GB DDR3 모듈의 가격(14.25달러ㆍ1만7323원)과 0.25달러(300원가량)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 상위제품의 생산기업은 영업이익이 감소하게 마련이다. 상위제품의 생산비용이 비싸기 때문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올 1분기 말에는 두 제품의 가격차이가 없어질 것”이라면서 “2분기에는 DDR4의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새 먹거리 찾는 국내 반도체
리스크는 가격하락만이 아니다. 대외 환경도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가장 위협적인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어서다. 중국 국영기업인 칭화유니그룹이 최근 마이크론과 샌디스크의 인수를 시도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칭와유니그룹의 뒤를 이을 만한 반도체 업체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屈起’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응이다.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 3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정기총회에서 “중국의 도전에 우리 모두가 어떻게 살아남을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연구개발(R&D)을 통해 후발업체와의 간격을 벌리고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같은 자리에서 시스템반도체에 힘을 쏟아 차량ㆍ웨어러블ㆍVR 분야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시장에 ‘혼전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을 이끌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무시하지 못할 소용돌이다. 한국 반도체, 대책이 필요하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