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위험보고서➋ 당신이 쓰는 생필품, 해외리콜제품일지 모른다
한국소비자원의 위해제품사례 전수조사 결과
2016-10-19 김미란 기자
평소에 커피를 즐겨 마시는 박유경(가명ㆍ31)씨. 그는 종종 온라인 쇼핑으로 해외 커피 브랜드 제품을 구입해 마신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온라인 쇼핑몰에서 해외 브랜드 커피를 둘러봤다. 이번에는 베트남 쭝웬(Trung Nguyen)의 G7 커피(블랙인스턴트커피 2 in 1)를 마셔볼 요량으로 장바구니에 커피를 담았다. 구매 버튼을 누르기 전 어떤 맛일지 궁금했던 박씨는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해외 리콜’이란 기사를 접하게 됐다. ‘해당 제품에 들어 있는 우유 성분을 표기하지 않아 알레르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해외에서 리콜 처분이 내려졌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아무렇지 않게 판매되고 있는 것이 왠지 꺼림칙했던 박씨는 얼른 장바구니를 비웠다.
온라인 쇼핑과 모바일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해외직구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해마다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구 시장은 약 1조7300억원 규모였다. 전년 대비 1.0%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시장이다. 특히 건강식품(23.0%), 기타식품(27.0%), 전자제품(20.0%) 품목은 전년 대비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온라인거래, 해외 리콜제품 활개
국내에 유통되다 적발된 해외 리콜제품의 수가 가장 많은 품목은 ‘가구ㆍ가구설비’로 나타났다. 이 품목은 총 17건이 위해사례로 적발됐는데, 그중 해외 리콜제품이 12건으로 비율은 70.6%에 달했다. ‘영유아 끼임 위험’ ‘부품을 삼켜 질식할 위험’ ‘낙상 위험’ 등 상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가 다수를 차지했다.
그다음은 식료품ㆍ기호품(61.9%), 스포츠ㆍ취미용품(61.5%), 의류ㆍ보석류(50.0 %), 가전제품ㆍ정보통신(48.1%), 문구ㆍ완구용품(48.0%) 등이었다. 식료품ㆍ기호품은 전체 21건의 위해사례 중 13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다. 우유나 땅콩 등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을 제대로 표기하지 않아 알레르기 위험이 있거나 살모넬라균이 검출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제품은 국내에서 모두 판매중지 처리됐다.
스포츠ㆍ취미용품은 39건 중 24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다. 품목의 특성상 부품이 불량이거나 파손될 우려가 있어 리콜 처분이 내려진 제품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해당 제품들에 대해서는 무상수리 또는 무상교환 조치가 내려졌다. 의류ㆍ보석류는 총 6건 중 3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는데, 2건은 판매중지, 1건은 무상교환이 이뤄졌다. 250건 중 52건으로 위해사례가 가장 많았던 가전제품ㆍ정보통신에선 25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다. 합선 또는 감전 우려, 과열로 인한 화재 우려가 대부분의 이유를 차지했다. 이들 제품 역시 5건의 교환을 제외하곤 모두 판매가 중지됐다. 25건의 위해사례 중 12건이 해외 리콜제품이었던 문구ㆍ완구용품도 모두 판매중지 처분이 내려졌다. 어린이에게 질식 또는 부상을 줄 우려가 있어서다.
소비자안전국 안전감시팀 관계자는 “개인사업자를 계도하는 것보다 시장을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온라인 거래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 판매중개업자가 먼저 안전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개인사업자들을 받지 않으면 된다. 그러면 개인사업자는 더 좋은 제품을 제조ㆍ판매할 수밖에 없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오프라인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이다.”
시장이 안전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최선이자 최상위 방법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이 DNA를 바꾸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시장이 쉽게 개선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렇다면 양심불량의 개인사업자는 판을 치고, 눈 뜬 채 뒤통수를 맞는 소비자는 갈수록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안타깝지만 소비자 스스로 ‘조심하는 게’ 상책이라는 거다. 당신이 방금 온라인에서 구입한 수입제품이 해외에서 리콜된 것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