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내 자식들과 살 만한가
차라리 혼자 살지 뭐
2016-12-09 김미란 기자
# 중소 휴대전화 부품업체에 다니는 장현수(가명ㆍ33)씨. 그는 얼마 전 결혼식을 앞둔 친구를 만났다. 6년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마냥 행복해 할 줄 알았지만 어쩐 일인지 소주를 털어 넣는 친구의 얼굴은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친구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대출금이었다. 학자금 대출을 갚고, 월세를 내느라 모아놓은 돈이 별로 없었던 장씨는 결혼 준비 과정에서 상당한 금액을 대출 받을 수밖에 없었다. 친구는 “대출금을 갚는 게 먼저”라며 “당분간은 2세 계획도 미뤄야 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20대 중반인 사회 초년생 김준식(가명)씨. 그는 요즘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치가 떨린다. 민주주의를 대통령과 비선秘線이 흔들어놨다는 생각에 촛불을 들어도 성이 풀리지 않는다. 그 때문인지 김씨는 결혼 생각도, 자식 욕심도 버렸다. 대한민국의 민낯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다는 생각에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결혼과 출산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 가구의 평균 소득은 약 170만원이었다. 그중 지출(가계지출)은 137만원이다. 주거비ㆍ식료품비 등으로 소득의 약 80.6%를 소비하고 있다 보니 여유자금을 마련할 여력이 없는 거다.
한 카드회사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년 이상 1인가구를 유지한 고객은 43.9%, 1인 가구 탈출 예정이 없는 고객은 23.9%였다. 결혼으로 인한 스트레스, 경제적인 부담을 갖기보다 차라리 혼자 살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 내 앞가림하기도 어려운 요즘, 나라걱정까지 해야 하니 두통만 는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