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화장품, 한바탕 봄꿈 같은 ‘5월의 반등’
주가로 본 화장품 업계 현주소
2017-05-31 김미란 기자
올 1분기 화장품 업계는 신통치 않은 실적을 받아들었다. 아모레퍼시픽(-6.2%ㆍ전년 동기 대비)을 비롯해 토니모리(-64.3 %), 에이블씨엔씨(-4.2%) 등의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LG생활건강의 영업이익이 11.3% 증가한 게 업계에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분기 3378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 3168억원으로 줄었다. 토니모리와 에이블씨엔씨의 영업이익도 54억원에서 19억원, 51억원에서 49억원으로 감소했다.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다. 지독한 내수 부진도 모자라 지난해 7월부터 계속돼 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이슈로 면세점ㆍ백화점ㆍ로드숍 할 것 없이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유커의 ‘큰손’에 의존해온 화장품 업계는 당연히 부진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화장품 업계를 향한 우려는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화장품 관련 주들은 바닥을 모른 채 추락했다. 사드 배치 발표 당시(2016년 7월 8일) 42만1500원이던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중국 내에서 한한령限韓令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11월 24일, 32만1000원으로 장 마감을 했다. 4개월여 만에 2 3.8%가 빠졌다. 추락한 주가는 한국관광상품 판매 중지 결정이 내려진 올 3월 3일 25만1500원으로 더 떨어졌다. 지난해 7월 8일과 비교하면 40.5% 하락한 셈이다.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사드 배치 발표 당시 112만8000원이던 이 회사의 주가는 11월 24일 74만1000원까지 떨어졌다. 바닥을 확인한 이후 천천히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예전 수준까진 회복하진 못했다. 그랬던 LG생활건강의 주가가 최근 100만원선을 회복하고 있다. 17일 100만원으로 장을 마감한 뒤 그 언저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드 보복 그칠까” 기대감 높아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64.3%나 영업이익이 감소한 토니모리도 주식시장에선 회복세다. 지난해 7월 3만원대였던 토니모리 주가는 그해 11월 2만원대로 떨어졌고, 올 3월엔 1만원대까지 곤두박질쳤다. 그러던 주가가 슬금슬금 오름세로 돌아서고 있다. 아직 사드 배치 발표 이전 수준까진 아니지만 2만2000~2만3000원대를 오가면서 상승세의 시동을 걸고 있다. 에이블씨엔씨도 지난해 11월 24일 1만7826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최근 사드 배치 발표 이전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으로 사드 불확실성이 완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사드 이슈로 얼어붙었던 한중韓中 관계가 새 정부 출범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새롭게 임명된 이해찬 중국 특사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고 온 것도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거다.
지나친 기대 경계 “상황 지켜봐야”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실적 회복 속도가 어떨지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업체들의 2분기 실적은 최저치를 기록하고 3분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드 배치 문제가 당장 해결되면 5월에라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지만 그게 아니면 연말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업계도 지나친 기대는 경계하는 눈치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실적 개선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극적인 실적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 기조가 2~3분기까진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LG생활건강 측은 “중국 현지를 비롯해 여행업계나 유통업계 등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신중함을 유지했다.
이선화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드 배치 보복으로 인한 피해를 눈으로 확인한 만큼 2분기부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소비 여력 증가를 위한 내수 부양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려를 기대감으로 바꾼 문재인 정부가 이젠 본격적으로 지갑이 열릴 만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