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연꽃에서 인생을 보다
김상일의 Art Talk | 화가 박철규
2012-08-10 더 스쿠프
박철규는 색 바랜 청조끼와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평소 화구통 대신 낚시도구를 어깨에 둘러맨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낚시꾼이다. 그는 리얼리즘(사실주의) 작가다. 탁월한 능력을 알아본 것인지 아니면 경비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국경 넘어에서까지 그에게 작품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술에 취한 다음날 아침이면 정신을 차리고 마음의 안정을 취하기 위해 낚시터로 떠난다. 이런 시간이 어느덧 10여 년이 되었다. 요즘은 술기운이 있어야 그림 그릴 맛이 난다고 한다. 손끝의 말초신경까지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느낌을 주어야 생동감 있는 작품이 나온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그는 고향을 등지고 2002년 가족과 함께 북경으로 자리를 옮기고 은거생활에 들어가며 낚시를 통해 건강을 추스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로 인해 중국 현대미술은 급속한 변화를 겪게 되고, 미술시장 또한 자본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며 상업적 변화를 맞는다. 박철규는 시대적 변화로 갈등을 겪기에 이르며 현대미술이 중시하는 개념미술과는 무관한 이방인의 자리에 머물러야만 했다.
작가는 인물상을 통해 물질로부터 서서히 해체돼 가는 자신들의 모습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그림에 있어서도 사실주의적 표현과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현대미술과의 이질적 관계와 같아 보인다.
리얼리즘과 작가의 고뇌
시대적 회의감마저 체념하듯 드리운 낚싯대 끝에는 새로운 연꽃 작품이 피어오르고 있다. 오랫동안 낚시를 해온 그에게 이런 작업들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연꽃 작품에는 연꽃과 황토빛 희뿌연 물, 그 사이를 유유히 헤엄쳐가는 물고기가 보인다. 갈색과 엷은 청색 빛으로 물들은 캔버스의 물과 연꽃은 죽어가는 듯한데 물고기만이 유유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 암울한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시대적 흐름에 잘 적응해가려는 또 하나의 무리를 작가는 연꽃과 물고기에 비유하고 있다. 서서히 죽어가는 연꽃을 그리며 시대적 흐름에 떠밀려 가는 리얼리즘에 대한 심정을 화폭에 담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게 리얼리즘을 마지막까지 고수하는 화가 박철규 모습을 지켜보며 예술가의 삶에 대한 아이러니를 느끼게 한다.
<8월 1주 가볼만한 전시회>
# 2012 대학원 학위청구 우수작가展
바움아트갤러리가 매년 기획하고 있는 대학원 학위청구 우수작가전이 2012년 8월 8일부터 21까지 바움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 국내 14개 미술대학 대학원에서 지도교수의 추천을 받은 우수 학생 26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평면부문과 입체부문으로 나눠진다.
전시기간 중 전문 예술인과 평론가의 심도 있는 심사를 거쳐 각 분야에서 1인씩을 선정하여 개인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지난해 선정된 우수작으로는 평면에 숙명여대 김근아 작가가, 입체에는 이화여대 민혜영 작가가 선정되어 개인전을 열었다.
세계적인 수중사진가이자 한국 최고의 수중사진가로 알려진 장남원의 사진전이 8월 8일부터 26일까지 롯데갤러리 본점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혹등고래의 천국으로 알려진 뉴질랜드에서 북동쪽으로 1900㎞ 떨어진 통가(Kingdom of Tonga)의 비바우(Vavau)섬 해역에서 약 5년에 걸쳐 촬영한 사진들이다. 예민한 고래를 촬영하는 데에 따르는 여러 어려움에도 고래에 대한 애정과 작가의 끈질긴 노력은 우리를 통가의 푸른 바다 속, 거대한 혹등고래의 얼굴 앞으로 데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