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거나 뜬구름 잡거나 ‘무늬만 3지대’ [4·10 後➌]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4년 後 위한 기록 : 제3지대 정당 제3지대 정당 1번 공약 분석 1번 공약에 드러난 정당 색깔 양당 구도에 제3지대 역할 커 다양한 총선 공약 내놨지만… 공약 달성 가능성엔 의문부호 22대 국회선 제 목소리 낼까

2024-04-08     강서구 기자
제3지대 정당들이 다양한 총선 공약을 내놨지만, 달성 가능성엔 의문부호가 달린다.[사진=연합뉴스] 

# 거대 양당이 의회 권력을 거머쥔 지금, ‘제3지대’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예민한 이슈가 충돌했을 때 ‘캐스팅 보트’를 할 수 있어서다. 20대 국회에선 국민의당이, 21대 국회에선 정의당이 그 자리에 있었다.

# 하지만 때론 특정정당의 2중대란 도마에 올랐고, 때론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22대 총선에서 등장한 제3지대 정당은 과연 어떤 역할을 해낼까. 위성·비례정당은 다음 파트에서 분석했다. 

[※참고: 총선이 끝나면 공약은 이내 잊힌다. 의회 권력을 사실상 독점해온 두 거대정당이든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겠다면서 출사표를 던졌던 제3지대 정당이든 그들의 공약은 대부분 공언空言에 그쳤다. 더스쿠프가 통권 591호(4월 1일 발간)에서 기록한 총선 특집 ‘2008년 후 지키지 않은 약속’은 그들의 초라한 공약 성적표를 여실히 보여준다.

#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말이지만 공약은 ‘달성 여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총선 두번째 특집 ‘공약의 기록: 2024년 4월 10일 後’를 준비했다. 4년 후 어김없이 찾아올 총선을 위해 그들의 약속을 일일이 박제했다. 거대 양당은 물론 제3지대 정당, 위성·비례정당의 공약도 망라했다. 4년 후 그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일까.]

거대 양당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3지대 정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캐스팅보트(casting vote). 의회 표결에서 찬성과 반대가 같을 때 의장이 행사하는 결정권을 뜻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의장 결정권이 없다. 거대 양당이 의회 권력을 거머쥔 지금, 제3지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제3지대가 활약한 사례가 없진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이 각각 123석, 122석을 차지했던 20대 국회에선 안철수 대표(당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 인준이었다. 당시 야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통과가 불투명했던 ‘김명수 인준안’은 국민의당의 찬성표 덕분에 국회의 문턱을 넘었다. 최근 불거진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법)의 패스트트랙 지정 과정에서도 정의당(현 녹색정의당)이 ‘캐스팅 보터’로 활약했다. 

■ 1번 공약들 = 22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진 제3지대 정당 중 대표적인 곳은 녹색정의당·개혁신당·새로운미래이다. 이들은 어떤 공약을 내놨을까. 각 정당이 제시한 1번 공약부터 살펴보자. 

녹색정의당의 1번 공약은 ‘탄소중립경제로 전환, 22대 국회 제1과제로’다. 구체적인 공약으로는 ▲기후위기 대응 재원 마련, ▲재생에너지 2030년 50%, 2050년 100% 추진, ▲2030년 무상교통(노인·청소년·장애인·소규모 지자체 우선 도입)으로 월 1만원 기후패스 도입 등을 내걸었다. 

개혁신당의 1번 공약은 ‘과학기술 패권국가를 향한 도전’이었다. 세부적으론 첨단산업벨트 ‘K-네옴시티’의 건설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눈에 띈다. 첨단 특화단지(7개)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10개)를 만들고, 일자리를 갖춘 ‘K-네옴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과학기술부총리를 신설하고, 연구·개발(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6%로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 비중은 4.9% 수준이다. 

​​녹색정의당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100%로 만들어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사진=연합뉴스] 

새로운미래의 1번 공약은 ‘정치·사법·언론 개혁’이다.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국회의원 불체포·면책 특권 개정, 판·검사 국회의원 환승금지법 추진 등을 공약 이행 방안으로 제시했다. 개헌을 추진해 대통령제를 분권형으로 개편하고, 판사와 검사 퇴직 후 2년이 지나지 않으면 선출직에 도전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는 게 공약의 골자다. 

■ 의문부호들 = 1번 공약이든 후순위 공약이든 중요한 건 달성 가능성이다. 제3지대 정당은 어떨까. 기대보단 우려가 더 많다. 녹색정의당은 탄소중립경제로의 전환이라는 거대 담론을 22대 국회의원 임기 이내에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녹색주택 100만호 건설, 버스·지하철 통합형 대중교통 완전공영제 추진, 70개 중진료권마다 500병상 이상의 현대식 공공병원 설립 등도 내걸었다. 대부분 장기과제인 데다, 재원도 많이 들어가는 이슈들이다. 

개혁신당의 공약도 현실화 측면에선 의문스럽다. 첨단산업벨트 K-네옴시티 건설, R&D 예산 GDP 대비 6%로 확대 등의 공약 역시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만 65세 이상 전국민에게 연간 12만원 교통바우처 지급, ▲2년 이상 빈집 리모델링 비용 지원, ▲육아휴직 급여 상향, ▲0세부터 20세까지 연 240만원의 ‘우리 아이 공모주 우선 배정 펀드’ 설립, ▲군 기지 메가캠프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립 등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개혁신당이 재원조달 방안으로 제시한 건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국가재정운용계획상 예산증가분을 활용하겠다는 게 전부다. 여기서 예산증가분은 늘어나는 세입을 감안한 거다. 

문제는 ‘예산 증가분’이 발생하느냐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예상한 국세수입은 400조50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 거둬들인 세금은 344조100억원에 불과했다. 예상치보다 56조4000억원의 세금이 덜 걷힌 것이다.

경기침체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계속된다면,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2025년 661조5000억원, 2026년 692조원, 2027년 722조3000억원의 재정수입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개혁신당의 공약 달성 가능성에 물음표가 붙는 이유다. 

정치·사법·언론 개혁과 검찰개혁을 1번 공약으로 제시한 새로운미래는 거대 양당 사이에서 차별화를 꾀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새로운미래가 발표한 10대 공약에 민생을 회복할 만한 방안이 없다는 점도 아쉽다. 과연 제3지대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