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5%” 특례상장기업 119개 초라한 주가보고서 [視리즈]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특례상장기업 이대로 괜찮나➊ 특례상장기업 올 1~4월 평균 주가등락률 -9.05% 상장 당시 주목 받던 기업들 주가 움직임 기대치 밑돌아 AIㆍ바이오 분야 기업도 부진 논란 휩싸이며 개인투자자 혼란 관리종목 지정 리스크도 커져 특례상장 기회 점점 넓어지는데 기술력ㆍ성장성 의심 강해져

2024-05-15     김다린 기자
특례로 상장한 기업들 대다수는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일에 실패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 특례상장제도는 수익성은 부족하지만 기술성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춘 제도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자금난으로 무너지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했고, 수많은 기업이 이 제도를 상장의 통로로 활용해 왔다. 

# 그런데 정작 특례를 받은 후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성공한 기업은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특례상장기업의 주가는 대부분 기대치를 한참 밑돌았다. 더스쿠프가 최근 4년간(2020~2023년)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119개 기업의 올 1~4월 주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4.79%에 이르는 89개 기업의 주가가 떨어졌다. 그중 주가가 반토막이 난 기업은 30개나 됐다. 

# 이런 형편없는 주가 등락률의 함의는 심각하다. 특례상장기업의 기술력과 미래 성장성에 의문을 표하는 투자자들이 숱하단 거다. 실적은 말할 것도 없다.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잇달아 받거나 분기 매출 1억원을 밑도는 기업이 나오는 등 몇몇 특례상장기업은 코스닥 시장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올 연말엔 한국거래소가 여러 특례상장기업을 관리종목에 지정할 것이란 위태로운 전망까지 나온다. 특례상장기업 119개는 지금 괜찮은 걸까. 119를 불러야 할 정도로 긴급한 상황은 아닐까.

특례로 상장한 기업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이 쏟아지고 있다. 면역세포치료제 개발기업 엔케이맥스,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 셀리버리, 유전체 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대표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안전문기업 시큐레터는 상장 7개월 만에 감사 의견을 거절받는 이례적 기록을 세웠다. 이 회사는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입성할 만큼 투자자의 신뢰를 확보했는데, 외부 감사인의 평가는 정반대였다. 시큐레터의 재무상태를 고려하면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결산법인들이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시한이 맞물리는 4월은 ‘상장폐지의 계절’로 불린다. 그만큼 많은 기업이 ‘상폐’의 갈림길에 서지만, 사례로 언급한 4개 기업엔 특별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이란 점이다.

특례상장기업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건 감사인들이 의견을 내지 못할 때만이 아니다. 지난해 여름엔 ‘파두 사태’가 국내 증시를 충격에 빠뜨렸다. 파두는 국내 최초 ‘반도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엔 8월 1조원이 넘는 몸값을 인정받아 코스닥에 입성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가는 실적이 공개되면서 순식간에 붕괴했다. 증시에 입성하기 직전인 그해 2분기에 거둔 매출이 59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유니콘 기업이 웬만한 중소기업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내자 투자자들은 당황했다. 파두가 상장 당시 투자설명서에 적시한 연간 예상 매출은 1203억원이었는데,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 탓이었다. 파두는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였고 투자자들은 집단소송에 나섰다.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이 상장주관사와 협력업체를 압수수색할 만큼 사건이 커졌다. 

이처럼 특례상장기업 몇몇이 말썽을 부리자, 이 제도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특례상장은 말 그대로 ‘상장 특혜’를 주는 제도다. 원래 적자 기업은 코스닥 상장이 불가한데, 이 제도를 통하면 가능하다. 지금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기술력이 뛰어나거나 미래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증시 입성’을 노릴 수 있다. 기술력이나 성장성을 담보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해 더 크게 성장하란 취지에서다. 

특례로 상장할 수 있는 길은 여럿이다. 크게 ‘기술 특례’와 ‘이익미실현 특례’가 있다. 기술특례는 혁신기술 트랙과 사업성 트랙으로 나뉜다. 2005년 기술 특례를 먼저 도입했고, 2017년 성장성 트랙과 이익미실현 특례를 추가했다. 올해부턴 첨단기술기업에 상장 기회를 주는 ‘딥테크 특례’ 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루트마다 요건이 미세하게 다를 뿐, 실적이 변변치 않더라도 기술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업에 상장 문턱을 낮춰주고 있다는 점에선 같다. 적자 기업도 괜찮다. 기술평가기관이나 상장주관사로부터 성장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된다. 최소한의 재무요건(기술특례의 경우 자기자본 10억원 이상 또는 시가총액 평가액 90억원 이상)만 충족하면 상장 심사를 받을 자격을 얻는다. 

특례상장은 처음 도입했던 2005년엔 활용도가 낮았다. 당시엔 바이오 업종만 신청할 수 있었고, 지금처럼 루트가 여러개도 아니었다. 그러던 2014년 특례상장이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2016년 상장 방법을 추가하면서 신청 기업이 폭증했다. 그 결과, 2018년 21개, 2019년 22개, 2020년 25개로 늘어나더니 2021년엔 31개 기업이 ‘특례’로 코스닥에 입성했다. 지난해엔 역대 최다인 35개 기업이 상장했다.

그럼에도 최근의 논란을 ‘몇몇의 일탈’쯤으로 봐선 곤란하다. 증시에 입성하고도 제대로 된 실적을 내지 못해 주가가 곤두박질친 특례상장기업은 생각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례상장기업의 주가 성적표는 대체 어느 정도일까.

더스쿠프가 최근 4년(2020~2023년ㆍ스팩 합병 포함)간 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상장사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올해 주가 등락률을 분석했다. 대상 기업은 공교롭게도 총 119개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119개 기업 중 상당수는 ‘119’를 눌러야 할 만큼 응급 처치가 필요했다. 

■ 119개 특례기업의 현실 = 올해 들어 4월까지의 코스닥지수 상승률은 0.27%로 보합세를 보였다. 연초부터 증시의 관심이 인공지능(AI), 저PBR(주가순자산비율) 등 대형주에만 쏠린 탓이 크다. 지난해 코스닥 시장을 이끌던 2차전지주는 실적이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추락했다. 총선이 끝나면서 정치 테마주까지 동력을 잃어 코스닥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그런데 이 시장에 속한 ‘특례상장사’의 주가 움직임은 더 나빴다. 119개 기업의 올해 4월까지 평균 주가 등락률은 -9.05%였다. 누군가는 “한자릿수 하락률은 선방했다는 뜻”이라고 반론을 펼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AI 반도체 테마주에 올라탄 자람테크놀로지(240.00%)와 와이씨켐(154.38%), 파킨슨병 치료제 임상시험으로 이목을 끈 에스바이오메딕스(196.52%) 등 과열 종목 셋을 빼고 계산하면 평균 등락률은 -14.38 %로 더 떨어진다. 

주가가 상승한 기업보다 하락한 기업도 많다. 119개 기업 중 주가가 하락한 기업은 89개. 비중으로 따지면 74.79%로, 10개 중 7개가 넘는 기업의 주가가 올해 들어 고꾸라졌다. 주가가 두자릿수 넘게 꺾인 기업은 59.7%에 해당하는 71개였다. 반대로 주가가 오른 회사는 30개(25.21%)였다. 이중 주가가 두자릿수 넘게 오른 회사는 18개뿐이었다. 

올해 주가 하락률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의료 AI 전문기업 코어라인소프트(-53.38%)였다. 이 회사 주가는 4월 마지막 날 1만3100원에 마감했다. 올초 주가(2만8100원)와 비교하면 반토막 수준에도 못 미쳤다. 최근 이 회사는 AI 기반 자동 진단솔루션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전 허가(510K)’ 인증을 획득하는 등 호재를 누렸는데도 반등하지 못했다. 

주가 하락률이 두번째로 나빴던 기업은 영상 AI 기업 알체라(-50.94%)였다. 이 회사는 상장 첫날이던 2020년 12월 21일에만 해도 상한가를 기록했던 스타기업이었다.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가 최대주주인 데다 AI를 다루는 회사여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생존을 걱정할 처지로 밀려났다. 수년간 영업손실을 내는 사이 매년 유상증자나 전환사채(CB)를 발행하며 버텨왔지만, 지난해 유증에 실패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글로벌 증시에선 미국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AI 열풍이 불었지만, 공교롭게도 두 기업은 이를 누리지 못했다. 

이민 노동자 채용 플랫폼 기업 오픈놀의 올해 수익률도 별로였다. 정부가 이민청을 신설하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주가는 반토막 수준(-50.45%)으로 추락했다. 상장 첫날 공모가(1만원) 대비 57.50% 오르면서 ‘따상(상장 첫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현상)’에 도전했던 기세와는 딴판이었다. 

특례상장의 ‘단골’이었던 바이오 기업의 주가도 맥을 못 추긴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동반진단 검사와 암 조기진단 제품을 개발해 스타 바이오 기업으로 등극했던 젠큐릭스(-49.36%)와 나노바디 플랫폼이란 고유기술을 갖춘 샤페론(-47.42%),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기업 지놈앤컴퍼니(-44. 68%)가 수익률 하위권을 형성했다. 

세 종목의 주가 급락은 올해 바이오 업종이 신약 개발 호재가 터지면서 전반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서 더더욱 치명적이다. 바이오ㆍ헬스케어 종목들로 구성된 코스닥150 헬스케어 지수도 같은 기간 29.07% 상승했다. 그만큼 바이오 특례상장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하는 투자자가 드물었단 얘기다.

이 밖에도 라온텍(-44.51%)과 노을(-43. 10%), 플라즈맵(-41.83%), 오브젠(-41.42%), 보로노이(-41.2%), 이노시뮬레이션(-40.69%)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특례 상장 기업의 주가가 40% 넘게 하락했다. 

금융감독원은 특례 상장의 부실을 막기 위해 여러 대책을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사실 특례상장기업의 주가가 올해만 유독 부진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공모가와 비교했을 때 주가가 떨어진 기업은 119개 중 75개(63.0%)나 된다. 공모가는 ‘공모가 저평가 현상’이란 말이 유행할 만큼 기준이 높지 않다. 통상 공모가는 IPO 기업과 주관사가 협의해 적절한 기업가치를 산정하고, 그 값에 일정 수준을 할인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모가를 함부로 높였다간 공모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그만큼 가격 저항선이 만만치 않다. 동학개미운동이 한창이던 2020~2021년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3~4배까지 폭등하는 사례가 쏟아졌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실상 기업가치의 마지노선처럼 여겨지는데, 특례로 상장한 기업 중 60%가 넘는 회사가 이를 밑돌았다는 거다. 공모가보다 현 주가가 밑돈 기업들의 평균 하락률을 계산해 보면 더 놀랍다. 무려 -49.63%다. 

■ 평균 등락률 -9.05%의 함의 = 문제는 특례상장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질수록 ‘모험자본 활성화’와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본래 취지가 옅어진다는 거다. 주가가 떨어질 게 뻔한 기업에 베팅하는 투자자는 많지 않아서다.

실제로 특례로 증시에 입성한 수많은 기업이 극심한 주가 하락으로 원하는 수준의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도 벌써 10개가 넘는 회사가 특례로 증시에 입성했지만, 대부분의 주가가 상장 첫날 기록한 시초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특례상장기업이 제도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고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실적으로 증명하는 거다.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거나 실적을 알차게 만들면 주가가 오른다. 신규자금을 받은 기업들이 성과를 내고, 이 성과가 다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한 취지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선순환 고리가 끊겼다. 119개 특례상장기업 중 지난해 영업이익이 개선된 기업은 32개뿐이었다.

앞으로 특례상장사와 투자자 사이에 놓인 ‘불신의 골’이 깊어질 공산이 크다. 연말쯤 특례로 상장했는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는 기업이 다수 발생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을 받은 기업은 그만큼 상장폐지 위험이 높다는 뜻이다. 

보통 한국거래소는 코스닥 상장사가 다음과 같은 요건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떨어뜨린다. “3년간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사업손실(법차손) 비율 50% 이상인 경우가 2회 이상일 때.” 쉽게 말해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 당기순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문제가 ‘3년간 2회’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물론 특례상장기업의 관리종목 기준은 5년간 유예된다. 하지만 2020년 이후 특례상장기업이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을 기점으로 상당수 기업엔 특례와 상관없이 ‘법차손 요건’을 적용한다. 이는 특례상장기업의 상폐 건수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특례상장 제도를 전면 폐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싹수 있는 기업’을 조기에 발견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순기능까지 막을 순 없기 때문이다. 진퇴양난 위기에 놓인 특례상장 제도와 기업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 그 해법은 ‘특례상장기업 주가보고서’ 2편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