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에 휘둘린 서민금융: 저축은행중앙회 잃은 것 놓친 것

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3편 논란의 저축은행중앙회 회장 선거 금융당국 눈치 보느라 선거 연기 회장 선임 과정서 터진 ‘관치논란’ 논란 터진 후 선거 일정 잡았지만 위기 속 저축은행 구심점 될까

2025-03-19     강서구 기자
저축은행중앙회가 저축은행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리는 視리즈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1편과 2편에서 위기에 빠진 저축은행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존재감 상실 등 저축은행 스스로 고민해야 할 문제는 생각보다 많았다.

#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선 저축은행중앙회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국내 79개 저축은행을 하나로 묶는 구심점이다. 저축은행 현장의 애로사항을 금융당국에 알리고, 저축은행의 규제를 개선하는 게 최우선 임무다. 문제는 저축은행중앙회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점이다. 이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차기 회장 선임을 차일피일 미루다 뒤늦게 선임 절차에 돌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그런데도 숱한 미디어는 저축은행중앙회의 고질적 문제는 외면한 채 ‘회장 선거’ 소식만 줄줄이 전하고 있다. 본질 잃은 저축은행 자화상 3편에서 저축은행중앙회가 안고 있는 현안을 살펴봤다.

2023년 4월 12일. 속칭 ‘지라시(정보지)’ 하나에 저축은행 업계가 출렁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주요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에서 대규모 결손이 발생해 계좌가 정지될 예정이다.” 사실은 아니었지만, ‘부실한 PF 대출로 건전성이 우려스럽다’는 내용만은 설득력을 얻었다.

공교롭게도 그 우려는 2년이 흐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적은 곤두박질친 지 오래다. 2015~2022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면서 위용을 떨치던 때와 완전히 다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연체율은 8.73%다. 2022년 3분기 연체율이 2.95%였다는 걸 감안하면 2년 새 연체율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축은행이 풀어야 할 난제도 숱하다. ▲수도권 2개, 비수도권 4개 등 총 6개 권역으로 제한된 영업구역, ▲조달 비용 인하 방안 등 숙고해야 할 규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저축은행을 대변하는 저축은행중앙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저축은행중앙회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불거진 회장 선임 논란이다. 현재 저축은행중앙회를 이끌고 있는 오화경 회장(19대·하나저축은행 전 대표)은 2월 16일 임기가 끝났다. 정상적인 프로세스를 따랐다면 임기 만료 전 회장을 선임하는 절차에 돌입했어야 하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저축은행 예금보험료율 인하는 회장 선거에서 빠지지 않은 공약 중 하나다.[사진|연합뉴스]

시장에선 저축은행중앙회가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늦어졌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을 의식한 금융당국이 회장 선임을 둘러싼 언질을 하지 않아 차일피일 미뤘다는 거다.

물론 금융당국은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선 다른 얘기가 나온다. 저축은행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 회장을 제외하면 저축은행 출신 회장은 한명도 없었다. 17명의 회장 중 14명이 금융당국 출신이었던 만큼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회장 선임 과정에서 ‘관치官治 논란’이 일었던 건 이 때문이다.

이렇게 논란이 한바탕 벌어진 후인 7일 저축은행중앙회는 제20대 회장 선출 계획을 공고했지만, 차기 회장이 저축은행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또다른 문제다.[※참고: 저축은행중앙회장 차기 후보엔 오화경 현 회장과 정진수 전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장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 후보는 저축은행중앙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서류전형과 인터뷰를 통해 선정한다. 이후 31일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79개 저축은행 대표의 투표로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을 결정한다.] 

사실 저축은행중앙회 역대 회장은 ‘엉뚱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대표적인 게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이하 예보료) 이슈다. 예금보험료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예금 등의 평균잔액에 일정 비율을 곱해 예금보험공사에 납부하는 금액이다.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고객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쌓아둔다.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인데, 은행(0.08%), 보험사(0.15%), 종합금융회사(0.15%)보다 훨씬 높다. 저축은행중앙회 역대 회장이 예보료율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빼놓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저축은행이 예보료율 인하를 요구할 입장은 아니다. 예보료의 일부(45.0%)는 2011년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공적자금(27조2000억원)을 상환하는 데 사용한다.

저축은행이 상환한 공적자금은 14조원(회수율 51.7%·지난해 상반기 기준)에 불과해서 더 많은 예보료를 쌓아야 한다. 지금 예보료율을 낮춰달라는 건 전형적인 ‘집단 이기주의’다.

지금 저축은행에 필요한 건 서민금융기관이란 ‘본질’을 되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대부업체와 비슷해진 대출금리를 서둘러 끌어내리고, 신뢰 회복을 꾀하는 게 순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가 해소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는 양극화 해소와 수익 창출 방안을 마련하는 건데, 중앙회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라며 “차기 회장 선거에서 이런 진정성 있는 공약이 나올지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4월 차기 회장을 맞는 저축은행은 제 방향을 찾을 수 있을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