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계획과 즉흥 사이

빛은 끊어지지 않는다

2025-04-16     오상민 사진지문

# MBTI에서 J는 ‘계획형’, P는 ‘인식형’으로 부릅니다. 계획을 세워 움직이는 J,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P. 인간을 몇가지 형태로 분류하는 게 합당한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혈액형 4가지로 인간형을 나누던 때에 비하면 나름 디테일해진 듯합니다.

# “계획하고 찍는 거예요? 찍고 나서 생각하는 거예요?” 종종 받는 질문입니다. 보는 분들 입장에선 ‘철저히 계획하고 찍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음, 진실을 살짝 공개하면 업무적인 촬영은 계획형, 그 외는 즉흥 촬영이 대부분입니다. MBTI에 빗대 설명하면 J 인간형으로 돈 버는 사진을 주로 찍고 P 인간형으론 취미 사진을 찍는 편이죠. 물론 이 둘은 가끔씩 서로 바꿔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 동네에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길에 반가운 빛을 만났습니다. 역사 안으로 안내하는 유도선처럼 보입니다. 즉흥적으로 촬영합니다. P 인간형처럼 말이죠. 그런데, 이게 웬걸. 촬영한 걸 보니 유도선처럼 보였던 빛줄기가 점선처럼 끊겨 있습니다. 정말 빛이 끊긴 걸까요? J 인간형처럼 계획하고 찍지 않아서 실수를 한 걸까요? 

# 아닙니다. 계획하고 찍었든, 즉흥적으로 촬영했든 빛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빛은 끊기지 않습니다. 그저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일 뿐이죠. 계획하든 계획하지 않든 결과를 예측할 순 없습니다. 계획보다 중요한 건 어쩌면 ‘다양한 관점’일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내가 바라본 관점으로만 성급한 생각과 판단을 내리지 않았나’ 뒤돌아보게 됩니다. 빛을 보면서 문뜩 떠오른 단상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studioten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