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 순결한 사랑 담은 꽃 같은 선물 [김용우의 미술思]
더스쿠프 아트 앤 컬처 김용우의 미술思 6편 고흐의 꽃 피는 복숭아나무 화사하고 요염한 작품 봄날 복숭아꽃의 아름다움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화가 모브에게 선물해
내가 좋아하는 봄꽃 그림은 단연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의 ‘꽃 피는 복숭아나무’다. 그림 속 복숭아 꽃의 핑크빛은 너무나 화사해 요염하기까지 하다. 단숨에 기분을 전환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봄날 감곡(충북)과 장호원(경기도 이천시) 들판의 복숭아밭을 본 적이 있다. 환상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황홀한 풍경이다. 올봄에도 소풍길로 삼고 싶은 곳이다. 고흐의 ‘꽃 피는 복숭아나무’와 ‘꽃 피는 아몬드나무’란 작품 속 꽃도 그렇다. 아름다운 데다 사랑과 존경이란 의미까지 담겨 있다.
‘꽃 피는 복숭아나무’는 고흐가 그림에 눈을 뜨도록 도와준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초심자에게 칭찬 한마디는 엄청난 힘이 된다. 신학 공부도 못 끝내고, 갤러리 화상의 역할도, 전도사의 소임도 제대로 하지 못한 고흐에게 “그래도 그림 재주 하나는 있네”라면서 응원한 사람.
그런 모브(Anton Mauve·1838~1888년)에게 선물한 그림이 바로 ‘꽃 피는 복숭아나무’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화가로 활동한 모브는 고흐의 사촌 매형이다. 모브가 죽었을 때 고흐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그린 봄날의 화사한 복숭아꽃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바쳤다. 이 그림에 ‘모브에게 드리는 선물(Souvenir de Mauve)’이란 글귀가 쓰여있는 이유인데, 이것이야말로 화가다운 선물이자 최고의 존경을 담은 선물이라 할 것이다.
봄날 사랑을 담은 또 한점의 작품은 우리가 너무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그림 ‘꽃 피는 아몬드나무’다. 고흐의 작품 중 우리나라에서 사랑받은 그림 중 최우선 순위에 꼽힐 것이다. 학생들 책받침부터 우산·머그컵·필통 등까지 많은 굿즈가 나와있다. 우리 집에도 한두점쯤은 있지 않을까 싶다.
파란 하늘색 바탕에 평면으로 펼쳐진 하얀 아몬드 나무꽃. 색상 대비가 밝고 순결하다. 어두운 구석은 찾을 수 없다. 채도 높은 블루와 흰색의 색상 대비는 한없이 깨끗하고 청순하다. 이 그림도 고흐가 조카의 탄생을 기념해 그려서 동생 테오(Theo)에게 보내준 선물이다.
테오는 첫 아들의 이름을 형에서 따와 ‘빈센트’라고 지었다. 그래서 더욱 사랑스러웠을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믿어주고 도와주는 동생 테오와 제수씨 요한나(Johanna·1862~1925년)를 향한 감사의 마음이 따뜻하게 담겨있다.
테오는 형의 조력자로서 평생을 도왔다. 생활비를 보내주는 것은 물론, 무명의 고흐를 최고의 화가로 만들기 위해 온힘을 쏟았다. 고흐가 죽고 1년 후 테오도 죽는데 그들은 지금 파리 근교 오베르에 나란히 잠들어 있다.
우애 좋은 형제는 사후에도 다정하다. 고흐와 테오가 떠난 뒤 요한나는 고흐의 작품을 보관하고 관리해 오늘날 우리가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고흐의 작품과 자료들을 관리하고 전시하며 홍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 요한나 덕분에 150년이 흐른 지금도 우리는 고흐의 작품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삶 자체가 순례자의 길을 걷는 것 같았던 고흐는 우리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 중 한 사람이다. 물질적 가난과 정신적 고통을 온몸으로 떠안고 살았던 고흐는 영원한 생명력을 얻은 작품을 통해 현대인에게 용기와 힘을 준다. 그가 사랑한 사람, 그가 존경한 사람에게 애정을 담아 전한 아름다운 그림. 그 속에 가득한 정情과 위안으로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김용우 미술평론가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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