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오해
내가 찍고 있었는데 너가 여기로 온거야 우연한 만남, 서로 다른 생각
2025-05-27 오상민 사진작가
# 바람에 따라 하늘거리는 풀잎을 찍기 위해서였습니다. 바짝 엎드려 카메라를 들고 초점을 맞추던 그때, 검은색의 무언가 쓱 나오더니 저를 보고 흠칫 멈춰섭니다.
# 검은 고양이는 검정 옷에 검정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저를 보고 살짝 놀란 눈치입니다. 고양이도, 저도 서로 바라본 채 잠시간 대치합니다. 자신의 여유로운 산책길을 방해한 낯선 자에게 보내는 약간의 원망과 경계, 그리고 어쩌면 약간의 호기심이 섞인 눈빛이 느껴집니다.
# ‘너를 찍으려고 기다린 게 아니야. 내가 먼저 와 있었다고….’ 오해를 풀고 싶었지만 딱히 전할 방법이 없습니다. 안녕이란 인사를 담아 살짝 손을 흔들고 천천히 일어나 자리를 비켜줍니다. 저를 빤히 쳐다보던 녀석은 그제야 긴장을 푼 듯, 조용히 몸을 돌려 풀숲 사이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 제 입장은 이랬지만 고양이는 어땠을지 궁금해집니다. 그날 친구 고양이들을 만나 이런 무용담을 풀어놓진 않았을까요.
# ‘야. 오늘 내가 시커먼 인간 하나를 만났는데 까만 긴 몽둥이 같은 걸 들고 있더라고. 내가 겁먹지 않고 딱! 째려봤더니 그 인간이 겁을 먹고 슬슬 물러나더라고. 인간들이란!!!’
# 이리저리 시끌벅적한 세상입니다. 생각 다른 사람끼리 만나면 십중팔구 싸움판이 벌어질 정도죠. 하물며 고양이라고 다를까요. 세상 참 보기 나름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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