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서비스

사장님은 말했습니다. “주는 사람 마음이라고” 서비스는 마음을 주는 일입니다

2025-07-06     오상민 사진작가

# 이젠 기억조차 가물가물하지만, 예전엔 친구들과 노래방을 자주 가곤 했습니다. 노래방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서비스’였습니다. 어느 노래방이 추가 시간을 더 많이 주는지 서로의 정보를 모아 신중히 결정하곤 했죠. 가끔은 추가 시간이 끊기지 않는 전설의 노래방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너의 성대가 찢어질 때까지 시간을 넣어주마. 여기서 득음하렴’이라는 사장님의 깊은 뜻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 서울 동작구 한 기관과의 인연으로 수년째 장애인 가족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사진은 모두 좋아하는 편이지만, 특히나 가족사진에 애착이 갑니다. 묘하게 닮은 얼굴들, 미묘한 표정의 변화, 어색하게 맞잡은 손,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촬영 내내 무표정하던 아이가 딱 한번 환하게 웃으며 엄마 아빠를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면 울컥하기도 합니다. 

# 가족사진은 말 그대로 가족이 모인 사진입니다. 한부모 가족이 오기도 하고 아빠, 엄마, 남매, 자매, 형제, 할아버지, 할머니, 때론 삼촌, 고모, 이모까지 10명이 넘는 대가족이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힘들게 시간을 내서 모인 가족을 생각하면 한장이라도 더 찍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가족 전체, 부모님 따로, 아이들 독사진, 형제자매끼리 따로. 때론 부모님 운전면허증 갱신사진에 아이들 증명사진까지…. 사진은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약속된 액자는 가족별로 하나입니다. 나머지 사진은 일일이 작업해 파일로 보내드립니다. 사진을 고르다 보면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쁩니다. 고심이 깊어집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가족당 액자를 추가로 몇개씩 더합니다. “보세요. 이렇게 예쁜 사진이 있다고요. 액자에 넣으면 얼마나 더 예쁜지 몰라요.” 네, 오로지 제 욕심일 겁니다. 가족분들이 좋아해 주시길 바라는 마음은 덤입니다. 

# 이럴 때면 20여년 전 종로의 한 노래방 사장님이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저녁에 노래방에 들어가 해가 뜨기 직전에 나온 어느 날의 추억입니다. 의도치 않은 무박 2일이었죠. 새벽, 쉰 목소리에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노래방 문을 열고 나오자, 사장님은 환한 웃음을 보내면서 말했습니다. 

“벌써 가?”
“아니 사장님, 이렇게 (서비스를) 주시면 남는 게 있으세요?”
“서비스는 주는 사람 마음이야. 다음에 또 놀러 와.” 

사장님도 지금의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까요? 아마도 ‘서비스’를 생각하는 마음가짐은 그날 노래방 사장님께 배웠나 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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