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사진지문] 그림자와 배경
배경 색이 바뀐다고 그림자가 바뀌진 않습니다
2025-07-10 오상민 사진작가
# 초록색 보행자 도로 위에 나뭇잎 그림자가 깔립니다. 초여름 나뭇잎은 싱그러운 초록색이지만 그림자는 검은색입니다. 주황색의 자전거 도로 위에도, 회색의 아스팔트 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경색이 바뀌어도 그림자는 여전히 검은색입니다.
#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 배경을 마주합니다. 출신 ‘배경’이 어디냐, 집안 ‘배경’이 어떻냐. 인간사에서 배경은 꽤나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인 듯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많은 이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배경을 바꾸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씁니다.
# 하지만 자연은 그렇지 않습니다. 배경색이 바뀐다고 그림자가 바뀌진 않습니다. 그림자를 바꿀 수 있는 건 오로지 형태뿐입니다. 나뭇잎, 가로등, 비둘기, 건물은 각자의 모양대로 그림자가 생깁니다. 생각해봅니다. 나는 어떤 형태의 사람일까. 어떤 모양을 갖고 싶은 사람일까. 스스로에게 좀 더 집중해야겠습니다. 배경이 아닌 나 자신에게 말입니다.
사진·글=오상민 천막사진관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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